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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Dec 02. 2019

영화 리뷰 [나를 찾아 줘] 차라리 스릴러가 아니었다면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았나요... 

영화 리뷰 [나를 찾아 줘] 차라리 스릴러가 아니었다면.      


:: 영화 정보     


감독_ 김승우

출연_ 이영애, 유재명, 박해준 

개요_ 한국, 드라마, 스릴러, 15세 관람가

개봉_ 2019년 11월 27일      


(영화 포스터)     



:: 영화 감상     


 <나를 찾아줘>는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은 ‘정연’(이영애)이 낯선 곳, 낯선 이들 속에서 아이를 찾아 나서며 시작되는 스릴러다. 제44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섹션(Discovery Section)에 초청된 <나를 찾아줘>는 “촘촘하게 짜인 각본과 예측하기 힘든 반전으로 가득 찬 영화. 관객으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할 것이다.”(토론토 국제영화제 시니어 프로그래머, 지오반나 풀비(Giovanna Fulvi))라는 호평을 받으며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돋보이는 스릴러로 인정받은 바 있다. 



 <나를 찾아줘>는 아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는 ‘정연’이 의문의 전화를 받고 홀로 아이를 찾아 낯선 곳으로 향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채 실종된 아이가 있다는 곳에 도착한 ‘정연’이 자신의 등장을 경계하며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사람들 사이에서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찾아 나가는 과정은 예측할 수 없는 긴장과 스릴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극이 전개될수록 반전과 충격을 거듭하며 마침내 밝혀지는 진실, 그리고 영화가 전하는 현실적인 메시지는 쉽게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또한 이 영화는 <친절한 금자씨> 이후 배우 이영애가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작품으로 화제를 몰고 있으며, 영화의 분위기 흐름 상 상당 부분 이영애의 극한 상황에서 뿜어지는 차가운 분노 연기에 기대(의지)하는 바가 크다.      


한편, 정연의 캐릭터에 기대어 이 영화가 보여 주는 최대 강점은, 불쾌감이다. 정연과 대립 지점에 놓인 사람들 전부에게, 그들의 일상에서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저마다 조금씩 배어 있는 악을 천연덕스럽게 보여줄 때이다. 비뚤어진 작은 의도들이 모여(어떤 인물은 쳐 죽여도 시원찮을 악인으로 나오지만. 그리고 그가 주사를 맞고 물에 빠지는 순간이 통쾌하다기보다는 ‘더 고통스럽게 죽여야 하는데’라는 한숨이 나오기도 하는데) 비극적인 절정의 순간으로 내달릴 때까지, 그 낚시터의 물 비릿내 같은 생생한 현실의 냄새와 색깔이 날카롭고 비정하게 그려진다.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깊이를 가늠할 수는 없다. 그 속에 담긴 아픔과 상처, 그리고 수반되는 죄책감을 어찌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또한 그런 절망감에서 실오라기라도 붙들고 싶은 본능적인 감각으로 짐승같은 분노를 잠재하고 있는 여인과 그 여인을 경계하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모호한 불쾌감과 불안을 수반한 긴장감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유지된다.      


배우 이영애는 아이를 찾고자 하는 열망과 대립선 상에 놓인 사람들의 진실을 찾고자 하는 강인함까지, 디테일한 감정선은 물론 온몸을 내던진 혼신의 열연을 한다. 진실을 찾아 나선 과정 끝에 마주하게 되는 현실 앞에서 눌러왔던 감정을 폭발하는 순간, 아이를 잃은 실의와 죄책감, 낯선 곳에 들어서며 시작되는 의심과 불안, 섬세함과 강렬함을 오가는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쏟아낸다.      


그런데, 편집이 문제인 것인지,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고 툭툭 끊어지다가 이어지고. 그 흐름이 자연스럽지가 않다. 특히 후반부, 스릴러 장르의 억지 마무리를 위해서인지 폭력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고. 반전을 위한 반전인지, 벌판에서 아이의 새끼발가락을 확인하는 순간, 그 결과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결과를 제시한 의도는 무엇인지. 물론 의심으로 시작된 일이었으니, 그런 결말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의심과 불안이 낳은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의심하는 순간 마을 사람들과 경찰들이 모두 온당하게 사건을 조사하고 실종된 아이를 찾으려고 했다면. 이런 비극적인 죽음들과 허망한 상황을 보지는 않았을 터인데. 과연 감독이 의도하는 바가 그것이었나.      


급하게 마무리되는 결말도 너무나도 인위적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인은 반드시 죽여야 하고, 법보다는 주먹을 써서라도 말이다, 그런데 왜 통쾌하지 않았을까. 결말이 세련되지 않아서일까. 이 부분들은 다른 (관람한) 이들과 대화를 나눠 보고 싶다. 왜 이 영화가 통쾌하지 않을까?          


배우 유재명의 연기를 보면서는 소름이 끼쳤다. 꼭 현실 속에 그런 인물이 주변 어딘가에서 거드름을 피우며 웃고 조롱하며, 일상을 너무나 잘 지내고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그의 연기력 때문일 수도 있겠다. “내가 경찰인데” (마치 이 구역의 미친 개는 나야, 라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는) 악다구니를 쓰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나름의 규칙으로 유지해 오던 곳이 ‘정연’의 등장으로 균열이 생기자 불편해하는 ‘홍경장’을 연기한 유재명은 특유의 일상적이면서도 서늘함이 느껴지는 연기로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 넣어 주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최근 이 배우가 부쩍 좋아졌다), <4등>, <독전>, 드라마 <나의 아저씨>, <아스달 연대기> 등에서 선 굵은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 온 박해준이 ‘정연’의 남편 ‘명국’ 역을 맡아 시종일관 섬세한 연기로 뭉클한 장면들을 보여 주어서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6년간 전국을 헤매고 다니며 아이를 찾는 데 온 힘을 기울여온 ‘명국’. 그가 운전하는 차가 대형 트럭에 치이는 순간, 가장 크게 놀랐다. 그리고 ‘호갱님 ㅋㅋㅋ’ 하는 문자를 보는 순간, 아이들의 장난 전화(문자)에 치가 떨리고 말았다. 


개인 가정의 실종 아동들뿐 아니라 한국 사회가 잃어버린 아이들을 기억해 달라는 이야기로도 읽히는 영화. 아동 학대 및 성폭력 장면이 연상되는 대사와 행위들은 소름 끼치도록 리얼하다. 보는 동안 고통이 수반될 수도 있다. 아동 실종 후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나쁜 상황들이 펼쳐지는 영화. 어린이 유괴, 실종을 다룬 스릴러.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나선 엄마의 이야기가 새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연’이라는 인물을 통해 엄마, 여성의 분투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눈에 띈다. 그리고 그 역할을 배우 이영애에게 기대한 점은, 흡인력 때문일 것이다. 그녀가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보여 준 ‘복수와 분노’의 이미지가 차갑지만 강렬했음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녀의 흡인력은 나름 설득력이 있다 하겠다.      


실종자들을 잊지 말고 포기하지 말아 달라는 영화의 메시지는 너무나 확연하다. 악습이 만행된 사회,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고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 방법도 너무나 현실적으로 보여 주었다.      

숱하게 반복되던 거짓 제보, 상처 투성이인 사람들에게서마저 돈을 뜯기 위해 정보를 파는 친인척, 의심과 불안이 만연한 상황에서도 현실적 욕망이 먼저인 사람들. 강간범이 버젓이 또 같은 만행을 하고 있어도 눈감는 사람들. 남의 불행에 있어서 눈 딱 감고 못 본 척 하면 그만인 세상.      


뚜렷한 메시지와 더불어 할 말이 너무 많았던 영화. 찬찬히 풀어 가기에는 시간이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등장한 배우들의 역량을 다 소비하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스릴러적인 요소와 복수의 장면을 너무 크게 담았기 때문에 섬세하게 흘렀어야 할 서사가 삐걱거리고 말았다.      

후반부가 많이 아쉬운 영화. 그래서 추천이 잠시 망설여지기도 한다.           



[덤]     



우리에게 맞는 시간대 영화는 메가박스(돌비 ATMOS MX관) 13시 15분 상영분이었다. 그런데 배우들과 감독의 무대 인사가 있다고 한다. 아니 이런 행운이 ㅋㅎ.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는 시간에 그들이 들어왔다. 꺄악~~~ 우리 나라 최고의 배우들을 만나다니 (바로 앞줄은 아니고 F열에서 말이다). 반가웠다. 


배우의 얼굴보다, 스크린 속 배우의 음성을 직접 듣는 기분이 아주 묘했다. 마치 정연과 홍반장이, 스크린에서 튀어 나와 직접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워낙 7분여 정도의 짧은 시간의 무대 인사였지만. 배우 유재명의 짧은 머리와 이영애의 핑크빛 코트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영화 <겨울왕국 2편>과 맞서는 그들의 상황이 힘들어 보였지만. 그들이 무대 인사를 통해 전한, 영화가 담고 있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는 메시지에 대한 설명은 강렬하게 전달되었다.      



(무대 인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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