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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Dec 03. 2019

도서 리뷰 [그레이스 피어리어드] 은총이 가득한 시간

LA 간호사 하정아의 힐링 에세이

도서 리뷰 [그레이스 피어리어드] 

은총이 가득한 시간을 읽게 된다 


- LA 간호사 하정아의 힐링 에세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은총이 가득한 시간을 갖게 된다. 독서 자체가 그레이스 피어리어드를 경험하는 일이다.  

얼마나 충만한 일인가. 그것도 생명의 생과 사를 넘나드는 병원 현장에서 긴장하고 겸허한 삶을 살아내는 간호사의 직접 체험을 바탕으로 지어진 문장들이니. 읽는 내내 독자들마저 경건하고 겸손해지는 마음이 든다.  


"간호사는 신생아의 눈을 뜨게 해주고 죽어가는 사람의 눈을 부드럽게 감겨주는 사람이다. 인생의 시작과 끝을 지켜보는 첫 번째 사람이 되는 것은 참으로 큰 축복이다." (크리스틴 벨) 


간호사라는 직업과 그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을 한층 두텁게 만들어 주는 문장이다. '한 인생의 시작고 끝을 지켜보는' 사람. 얼마나 두렵고도 멋진, 숭고한 시간을 경험하는 사람인가.  


그런 간호사의 삶을 젊은 나이가 아닌 나이에, 그것도 미국 땅에 이민을 가서 시작한 저자 하정아. 저자의 놀라운 삶의 경험과 간결한 문장들이 펼쳐져 있는 그레이스 피어리어드.  삶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듬뿍 담긴 아주 따뜻한 내용이 가득한 책이다.  


이 책은 지금 춥거나, 외롭거나, 두렵거나, 어둡거나, 고통스런 삶의 나날을 짊어지고 가는 모두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책일 것이다. 다만 인생을 삼십 년 이상 생활 경험치가 쌓인 분들이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간호사로서의 경험 뿐만 아니라 중년을 넘긴 사람 특유의 인생 경험들이 바탕에 깔려 있어서 동시대의 경험이나 경험치가 많은 분들이라면, 엄청 많은 공감을 하면서 읽어낼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그녀'에게 선물하려고 한다. 마음에 담는 어떤 말들을, 저자의 시선으로 새롭게(어떤 혜안을 담아서) 재해석해서 놓은 <마음사전>이라는 책과 함께 그녀에게 주려고 한다. 그녀는 지금 두 아이 (아들들)를 키우면서 '깊은 시련'(보통의 부모가 겪는 것보다 좀더 큰 듯한)을 겪고 있는 시기인 것 같아서. 그녀에게 위로 겸 선물 겸 이 책을 건네고 싶다. 그녀가 책 읽기를 즐겨하니 너무나 다행이다. 그녀에게 책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은 조금 덜어낼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그레이스 피어리어드는 개념 자체가 인간적이다." 물리적 시간이지만 그 속에서 은총을 만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삶의 질을 바꾸는 변화의  시간. 


그레이스 피어리어드!!를 강조하는, 현재에도 꾸준히 간호 수필(칼럼)을 주로 쓰고 있는 저자는, 생애의 많은 시간을 그레이스 피어리어드에 비유한다. 특히 이 단어는  간호실과 병원에서 "은혜로운 유예의 시간"에 해당되는데. 어쩌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은혜로운 시간"에 매 순간 놓이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레이스 피어리어드(Grace Period). 유예기간. 은혜의 시간. 질끈 눈감아 주는 시간. 조건 없이 거저 베풀어주는 시간. 긴장과 녹초가 된 심신을 달래주는 시간. 긴장과 피로로 녹초가 된 심신을 달래주는 솔바람. 답답한 가슴을 툭 틔워주는 산소통. 분초를 다투는 병원 시스템에서 숨을 쉬게 해 주는 시간" (p.194) 


저자 하정아 간호사는 삶의 여러 순간에서 그레이스 피어리어드를 경험하고 매일 아침 그 시간을 감사한다. 그리고 그것을 아름답고 간결한 문장으로 묘사한다. 묘사가 아주 뛰어난 문장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전문적인 수필가로서의 덕목인 것 같다.  


그리고 강조한다. 매 순간 즐겁고 행복하자고 스스로 다짐한다. 

Live well, Laugh often, Love much!!  

건강하게 잘 살고, 자주 많이 웃고, 충분히 사랑하며 살자!! (작가의 말, p.313) 


평범한 우리들이 은혜로운 삶을 살아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작은 것에, 낮은 곳에 귀를 기울이고, 내 경험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애정어린 시선으로 들여다 본다면, 그 자체가 은혜로운 시간이 아닐까,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지치고 외로운 이들에게. 나 혼자만 이렇게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힘겨운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이 조금은 특별한 간호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끌어 올린 마중물이 되어, 그들의 조금 더 나은 앞날을 맞이하기 위한 새로운 시작과 위로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 책의 첫 장면 '아침에는' (pp. 11~16) 만 접해도 이 저자의 수필가로서의 문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생생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침 공기 속에는 범접할 수 없는 신비한 고요가 녹아 있다. 영혼을 소생시켜주는 힘이 스며 있다." ... "물기를 머금은 것은 모두 선량하다."  


이 얼마나 근사한 문장인가. 저 문장에 꽂혀서. 그 부분을 몇 번을 다시 읽었다. 

아침, 고요, 영혼, 소생, 물기 등의 낱말에서 강한 생명의 힘을 느끼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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