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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Dec 15. 2019

도서 리뷰 [깃털  도둑]

책의 겉표지; 매우 자극적이다. 새의  깃털을 만지는 느낌이 든다

  도서 리뷰 [깃털  도둑] 




- 우리는 어쩌면 모두 깃털 도둑일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추리소설 형식을 띈 듯하지만, 현실의  사건(실화)을 재구성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보고서이다. 소설보다 오히려 더 탄탄한 구성 방식으로 역사 자료와 과학계의 발견, 인류사에 숨어 있는  진실들을 간결한 문체로 설명해 준다. 




 2011년 저자는 플라이 낚시를 하던 중,   2009년 6월에 일어난 하나의 사건을 듣고  그 사건의 진실과 배경을 알아 내기 위해서 5년간의 시간을 쏟는다. 그 결과, 이 책은 자연에  집착하는 인간들의 기이하고 충격적인 욕망에 대해서 고발하는 범죄 수사물처럼 전개된다. 




처음에 저자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사건의 전말을  페헤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둑 맞은 새들을 찾는 일이 인류에게 얼마나 중대한 문제인지 깨닫게 되면서 오로지 자발적인 의지로 사라진 깃털을  되찾기 위해 5년의 세월을 바친다. 그 일은 (2011년) 이제 막 아내가 되려는 사람의 전적인 지지와 믿음으로 시작되었고. 결혼한 이후에도  불안과 고난을 이겨내는데 전폭적인 조력자 역할을 해 주었다. 또한 박물관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원 사격도 함께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박물관에 놓인 수많은 표본의  가치와 생물학자, 자연학자, 큐레이터들의 숨은 노력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또한 지식과 깨달음을 동시에 얻게 되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플라이 타이어와 플라이 낚시, 그리고 조류 사냥에  대해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한 기분이 들게 된다. 또한 인간의 탐욕과 속임수, 자연 파괴에 대한 잔혹사를 엿보는 것 같다. 




"그건 약과에요. 혹시 에드윈 리스트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어요? 아마 그가 플라이 타이어들 중에 최고일 겁니다. 플라이에 붙일 깃털을 구하기 위해 영국 자연사박물관에서 새들을 훔쳤을 정도니까요"  (22쪽) 




플라이 낚시 가이드가 전한 이 단순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저자. 이후 저자의  필사적인 5년의 시간과 그 시간 속에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과정과 경험에서 얻은 자료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 책의  내용에는,




"플라이 중독자,  깃털 장수, 마약 중독자, 맹수 사냥꾼, 전직 형사, 수상쩍은 치과의사 같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그들의 은밀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가 가득 차 있다. 




한편, 저자는 "속임수와 위협, 루머가 난무하는  세상을 직면해야 했으며"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도 마주해야 했다. 




그렇다 보니 결말에 도달하면 할수록,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더더욱 무거운 마음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에드윈 리스트와의 인터뷰  장면(284-297쪽)을 읽다 보면. 어떤 순간에는 비웃듯이 박물관을 조롱하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 그의 말도 안 되는 논리에 속아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도 같다. 




과학의 발견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자연사 박물관은  여전히 존재해야 하는 것인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과 그런 인물을 양산하는  법망의 그늘은, 결국 누구의 죄인지.  


말도 안 되는 억측을 하게 된다.  




정말 절대로 유쾌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특히,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말레이제도, 이루제도  등지에서 잡혀 온 수없이 많은 아름답고 희귀한 조류들에게 미안해진다. 노란왕관오색조, 스팽글드코팅거, 큰극락조, 붉은가슴과일까마귀, 케찰 등등.  자연을 날아다니는 모든 새들에게 미안해진다. 




찬란하게 아름다운 새들의 깃털을 이용해서 자신의  끝없는 욕망을 추구했던, 가장 뛰어난 플라이 타이어 중 한 명이었다고 할 수 있는 에드윈 리스트의 범죄가 어찌 용서받을 수 있을까.  


돈과 욕망을 탐하기 위해 저지른 범죄인데. 자연과학에  종사하는 이들이 목숨을 걸고 수집한 자연의 생물들인데. 그것들을 그렇게 쉽게 탐하다니. 




총 3부로 나눠진 이야기 중에 1부의 내용이 유익하고  흥미로웠다. 


탐험가이자 생물학자였던(그러나 정말 모르고 있었던)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라는 과학자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자연사 박물관의 시작인 트링박물관의 설립 과정과 그 집안의 역사적 배경이 퍽 재미있었다.  그리고 플라이 타잉이 시작된 유래. 결국 이 깃털에 대한 열병에 대한 얘기는 실감이 났다. 그리고 이런 역사적 과정과 배경이 오늘날의 에드윈  리스트 같은 괴물을 양산하고 말았다는 생각에 머물게 했다. 




유명 인사의 모자 깃털, 플라이 낚시 등에 쓰인 새의  깃털. 그것을 공수하기 위한 어마어마한 양으로 수집된 죽은 새들의 모습.  그리고 이런 저런 전차로 세상에  스며들었던 깃털들. 번득 꿈속에 등장할까 두렵다. 새의 깃털이 이렇게 영롱하고 신비하고 아름다웠는지. 책을 읽다 보면 계속 그런 생각에 머물레  된다. 




"에드윈은 탐욕 때문이 아니라 플라이 타잉이라는  예술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니 그런 사람들에게 종종 나타나는 '터널 버전'이라는 전형적인 증상을 보인 것이다"(199쪽) 




라며, 박물관 침입은 충분히 납득할 만한 논리였다고  진단을 내린 의사나 새로운 깃털을 강요했던 커뮤니티 다수의추종자들. 그들 또한 엄연한 깃털 도둑이다. 공범자들이다. 




이런 인류사를 밟고 지나서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다는 이유로, 과연 용서 받을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우리 또한 깃털 도둑이 아닌가, 최소한의 묵인 속에 공범을 저질렀  것은  아닌가 하는 죄의식마저 든다. 




참으로 안타깝고 씁쓸한, 기이한  보고서이다. 





[책의 겉표지; 매우 자극적이다. 새의  깃털을 만지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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