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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Jan 14. 2020

영화 추천 [미성년]  연기와 연출, 시나리오의 힘

배우 김윤석, 감독 김윤석

영화 리뷰 [미성년]  연기와 연출, 시나리오의 힘 


몰입도가 끝내 주는 영화로, 군더더기 없는 연출의 힘을 보았습니다. 

5명의 배우가 어떤 과장도 없이 깔끔한 연기를 보여 주며, 그 자체만으로도 영화가 완성이 됩니다. 주연과 조연의 합이 너무 좋고, 작은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결말을 향해 집중합니다.

결말. 신선합니다. 96분의 상영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 버려 아쉬울 정도입니다.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도 많고, 요란하지 않게 깊은 감동이 있는 영화입니다.  



:: 영화 정보 :: 


감독_ 김윤석

배우_ 김윤석, 염정아, 김소진, 김혜준, 박세진 외 짧은 순간이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조연들

개요_ 한국, 드라마, 15세이상 관람가

개봉_ 2019년 4월  


:: 시놉시스 (영화사 제공) :: 


 같은 학교 2학년 주리(김혜준)와 윤아(박세진)가 학교 옥상에서 만났다. 
 최근 주리의 아빠 대원(김윤석)과 윤아의 엄마 미희(김소진) 사이에 벌어진 일을 알게 된 두 사람.
 이 상황이 커지는 것을 막고 싶은 주리는 어떻게든 엄마 영주(염정아) 몰래 수습해보려 하지만
 윤아는 어른들 일에는 관심 없다며 엮이지 않으려 한다. 
 그 때, 떨어진 주리의 핸드폰을 뺏어든 윤아는 영주의 전화를 받아 
 그 동안 감춰왔던 엄청난 비밀을 폭로해 버리고, 이를 본 주리는 멘붕에 빠지게 된다. 
 이후,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영화 감상 :: 


영화 <미성년>은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불륜, 무책임한 아버지, 조산된 아이의 죽음, 17살 소녀들이 겪는 상황 등이 과장되지 않으며 밀도있게 그려진다. 그럼에도 위의 소재들이 자극적이거나 노골적으로 드러내 놓지도 않는다. 그래서 더욱 배우의 연기와 대사, 호흡에 집중하게 된다.  


김윤석 감독은 “화목했던 가족 사이를 균열 시키는 것은 비밀과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그 비밀과 거짓말이 들통이 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한다. 옴니버스 연극 중 한 편을 보고 연출을 결심한 그는 심혈을 기울인 준비 끝에 영화 <미성년>의 시나리오 작업을 완성했다. 또한 비밀과 거짓말이 들통이 났을 때 보이는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과 아이답지 않게 성숙한 아이들을 마주하게 한다. 


여러 캐릭터 중에서 제일 미덥지 못한 캐릭터로 아버지들이 등장한다. 이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엄마와 딸은 어떤 식으로든 배려하고 연대하고 화해를 위한 시도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임감이 강하다. 어떡하든 어렵게 출생한 동생 (인큐베이터 속 신생아)을 향한 두 소녀의 책임감 있는 행동과 시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신생아실에 들어가서 무균 마스크를 쓰고 아이를 보는 그들의 시선과 눈빛과 행동이 참으로 어여쁘다) 반면 아버지는 끝내 가족들을 기만하고 자기 변명과 도피하기에 정신이 없다.   


이 영화 <미성년>은 불륜과 무책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것을 바라보는 몇 가지의 시선을 제대로 잘 보여주는 영화다. 일부러 꾸미지 않음에도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배우들. 다섯 캐릭터의 내공. 기성 배우 뿐만 아니라 신인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또한  어느 인물을 따라가더라도 그들 각자의 고민이 엿보이게 만드는 시나리오와 연출의 탄탄함. 특히 김윤석이 연기하는 아버지 모습에서는 화가 나면서도 그가 당하는 장면들을 보면 통쾌하기까지 하다. 염정아가 기도할 때 '천벌'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야말로 천벌을 받는 느낌이다. 그런데 조산된 아기의 결말은 아팠다. 그리고 그것을 수용하는 두 딸의 모습. 정말 기특하고 어른스럽고 성숙한 모습이다.  


소녀들의 상황에 맞게 등장하는 딸기 우유와 초코 우유. 그것의 활용법.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아주 간만에 보게 되는 '용각산' 가루통도 좋았고. 정말 웃기고 짠한 드라마인데, 전혀 질척거림이 없어서 더 좋았다.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게 만들었지만, 대놓고 슬퍼하게 하지도 않았다. 억지 감동, 억지 눈물이 없어서 반가웠다. 또한 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여성 캐릭터의 힘이 빛나 보였다. 심지어는 병원에서의 염혜란 모녀, 주차 요금을 강제로 뜯어가는 이정은 배우의 설정까지. 한마디로 보석처럼 빛나는 역할들이었다. 아, 다른 남성 캐릭터도 찌질하지만 그 자체가 매력으로 보일 정도라니. 


묵직한 소재를 담담한 일상의 언어로 만들어낸, 참으로 질 좋은 영화를 만났다. 

우리 이웃님들도 꼭 살펴 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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