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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Jan 18. 2020

영화 리뷰 [경계선] 그리고 북유럽 트롤 신화

2019 올해의 영화 - 이동진 영화평론가

영화 리뷰 [경계선] 그리고 북유럽 트롤 신화? 


(이동진 영화평론가님께서 2019 올해의 영화 1위로 뽑은 영화 '경계선'을 찾아 보았다. 별점 5개 만점을 주셨길래, 정말 궁금했다. 어떤 점이 매력 포인트였을까? 결국, 그러나, 영화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말았다. 역시 전문가인 평론가와 대중적인 일반인의 시선은 다르구나, 아주 실감나는 확인의 결과였다. 이 영화의 대본은 원작자가 있다. <렛미인>의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이다. 그가 쓴 <경계선>과 북유럽의 신화 트롤 신화에서 모티프를 가져 온 영화이다 ) 


이 특별한 영화를 추천해야 할까 말까. 참으로 난감하고 난해한 영화를 만났다. 

평단의 평이 괜찮은 것 같아서 찾아 보았는데. 일반적이지 않은 소재와 사랑 방식, 그리고 남녀의 성 역할 전환, 열린 결말 등에 불편함 또는 불쾌함마저 생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 영화를 추천할 이유가 있다면 배우들의 연기와 숲이라는 배경이다. 배우들이 캐릭터에 완전 몰입하면서 그 괴이한 인물을 집중하며 표현해 내는 장면들. 또한 숲의 정령이라도 지상에 내려올 것 같은 차갑고 음습한 숲의 이미지 등은 완전 이 영화를 장악한다.  


:: 영화 정보 :: 


감독_ 알리 아바시 

출연_ 에바 멜란데르, 에로 밀로노프 

개요_ 스웨덴, 덴마크, 판타지, 로맨스, 청소년 관람 불가

개봉_ 2019년 10월 24일 


:: 시놉시스 (영화사 제공) :: 


“당신은 남들과는 달라요”
세상의 모든 금기 사이에서 가장 기묘한 사랑이 태어나다!


출입국 세관 직원인 ‘티나’는 후각으로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기묘한 능력과 남들과는 조금 다른 외모로 세상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 앞에 수상한 짐을 가득 든 남자 ‘보레’가 나타나고, 그는 ‘티나’ 자신도 몰랐던 그녀의 특별한 모습을 일깨워주기 시작하는데…  


[제작 노트] 


북유럽 트롤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환상적인 멜로드라마. 남들과는 다른 외모와 진실을 꿰뚫어보는 특별한 힘을 가진 여자가 자신과 닮은 또 다른 존재를 만나면서 자신의 자리를 되찾아나간다. <렛미인>의 원작자가 쓴 단편 소설을 영화화 한만큼 판타지에서 차갑고도 아름다운 진실을 발견하는 과정이 유사하다.  

신화와 현실, 영화와 환상, 모든 것이 겹쳐진 자리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이야기. 남들과 비교를 기반으로 하는 차이와 구분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를 사랑하는 자존의 시간을 ‘보여준다.’ 동화, 판타지, 신화, 설화, 호러, 멜로 등 어떤 이름을 붙일 수도 있지만 그 어떤 것에도 속하지 않는 기묘한 체험. 상상을 현실로 끌어당기는 이야기, 오직 그 원초적인 매력으로 기억될 영화. 


:: 영화 감상 :: 


후각으로 감정을 읽는 티나에 대한 전반부 이야기. 꽤 설득력 있게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녀의 외모와 기기묘묘한 능력은 어디서 왔을까. 그래서 그녀가 얼굴에 그물처럼 생긴 핏줄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제시하며 그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분명 아버지라는 인물이 티나에게 그 어떤 것을 숨기고 있는 듯한 묘한 분위기도 설정이 괜찮았다. 


그리고 티나는 그녀 앞에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그녀가 제대로 감정을 읽어낼 수 없는 냄새를 풍기는 남자(?), 그녀와 외모가 묘하게 닮은 보레가 등장하기까지 그녀는 나름 보통 사람 속에 섞이며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녀의 노력은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중에 하나이다.  

이 영화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또는 장면)도 (이상하리만큼) 오래 잔상이 남는다. 


이슬과 함께 정령이 내려 앉을 것만 같은 신비한 숲을 맨발로 헤매는 티나의 몽환적인 모습, 벌름거리는 코. 

보레와의 정사 후(정사 과정에서) 절정에 이를 때 숨 넘어 갈 듯한 호흡. 

숲의 강에서 발가벗은 채로 수영하는 두 사람의 원시적인 모습. 


결국 보이지 않게 또는 차별로 보이는 시선이라는 경계 속에 겨우겨우 버티고 있던 티나에게 보레의 등장은 새로운 세계(자신의 뿌리 찾기)에 눈을 뜨게 하는 자극이 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보레와의 묘한 스킨십, 소통, 사랑. 그리고 결국 드러나는 그들의 종족에 대한 이야기. 또한 보레가 사람들 사이에서 하려는 복수가 무엇인지 드러나는 중반부. 보레의 역할이 드러나면서 확실하게 반전이 시작되는 중반부 지점. 여기서부터는 신화의 세계인지 인간의 세계인지 복수의 세계인지 환상의 세계인지 구분이 모호해진다. 그야말로 '경계선'이 없어지는 과정이지 싶다.  


요근래 보았던 나름 난해한 영화들 '킬링 디어'(2018), '더 랍스터'(2015), '마더!'(2017) 등은 그래도 영화 엔딩 자막이 오른 후 몇 시간 생각하면 대개가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 '경계선'은 몇몇 장면과 결말이 명쾌하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 억지로 이해하려고 들면 이해 안 되는 것도 아니겠지만.  

꼭 그렇게 겉모습과 성의 역할을 교차시켜서 사랑 행위를 해야만 했을까. 남녀의 경계가 그런 식으로 무너진다면 가치로운 일일까. 


특별하고 기묘한 감각을 지닌 외모가 남다른 종족에 대해 그렇게까지 경계(또는 분노)를 가지고 있었었나 하는, 과장된 시선에 대해 회의감이 들기도 했고.  


신화와 현실, 영화적인 환상을 구분 못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신화와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 스토리 전개에서는 (이런 점이 이 영화의 신선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난감했다. 신화를 얘기하자는 것인지 현실의 생명 학대에 대한 얘기인지, 그 지점이 무엇인지 모호했기 때문이다.  


소재가 신선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경계(또는 상식)를 무너뜨린 장면이 많은 영화이다. 소재, 인물 설정, 스토리 전개, 뜻밖의 결말.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가 않다. 

비범한데 음습하고 괴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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