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찻잎향기 Jan 25. 2020

영화 리뷰 [남산의 부장들] 품격 있는 연기

절제된 연기와 표정, 눈빛, 이병헌 

영화 리뷰 [남산의 부장들] 품격 있는 연기 

The Man Standing Next, 2018          


"절제된 연기와 표정, 눈빛, 이병헌"


:: 영화 정보 ::     


감독_ 우민호 [내부자들(2015)]

출연_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개요_ 드라마, 한국, 114분, 15세 관람가

개봉_ 2020년 1월 22일     


:: 시놉시스 및 제작 노트(영화사 제공) ::     


 1979년 10월 26일 밤 7시 40분경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중앙정보부 부장이 대통령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다. 18년간 지속된 독재정권의 종말을 알린 이 사건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으로 꼽힌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대통령 암살사건 발생 40일 전, 청와대와 중앙정보부, 육군 본부에 몸담았던 이들의 관계와 심리를 면밀히 따라가는 이야기다. 영화는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을 중심으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의 과열된 ‘충성 경쟁’을 담담하게 좇는다. 



  <남산의 부장들>은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1990년부터 동아일보에 2년 2개월간 연재된 취재기를 기반하여 출판되었으며, 한-일 양국에서 총 52만 부가 판매되어 논픽션 부문 최대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원작자 김충식은 ‘남산의 부장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취재를 통해 한국 기자상을 2회나 수상한 인물이다. 그는 “대한민국 역사를 통틀어 1960-1970년대의 독재 18년은 중요한 시대다. 그 18년을 지배한 정점에 중앙정보부가 있었다. 입법, 사법, 행정을 총괄할 정도로 권력을 누렸던 중앙정보부에 대해 1990년대까지 모든 매체가 보도를 꺼렸다.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막중한 권력을 휘두른 이들에 대해 기자가 보도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 생각해 사명감을 갖고 집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국 중앙정보부의 부장(부총리급)들과 이들이 주도한 정치 이면사’를 그린 원작을 근간으로 영화는 이 중 주요 인물들을 꼽아내어 재구성했다. 우민호 감독은 “방대한 내용을 다루는 원작 중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으로 꼽히는 10.26 사건에 집중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건이지만, 그 인물들이 정확하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마음속에 무엇이 있었길래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총성이 들렸는지 탐구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10월 26일 이전 40일간의 이야기를 담담히 다루며 관객들을 그 시대의 한 가운데로 초대한다.           



:: 영화 감상 ::      


실화를 다루는 다큐와 영화. 그것들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상상의 여지를 잠시 잊고 제작자가 보여주는 대로 현상을 믿고 팩트를 인정하는 것이 다큐의 미덕이라면. 

영화는 극적인 긴장과 드라마틱한 결말을 위해서 몰입감을 최대한 살리는 연기와 연출의 힘을 믿는 것이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어느 편이 더 나을까, 실화를 접하는 방식에서 말이다. 

나는 다큐와 영화를 병행해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여긴다. 다큐를 통해 어떤 사건의 전말과 그 설명을 이해하고. 이후 영화를 통해서 좀더 상상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1979년 10월 26일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언급할 때, 이 사건은 반드시 논하게 된다. 그래서 웬만한 사람은 이 영화의 인물들의 관계와 사건의 과정과 결말을 대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 또 영화를 본다? 미리 짐작되는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라 이 영화를 거부하겠다? 그럴 수 있겠다.    

  

그런데. 우리는 이 영화를 특별히 온 가족이 다 보았다. 간만에 명절 이벤트로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았다. (최근에 함께 보았던 영화가 <남한산성>(2017년 10월), <극한직업>(2019년 1월) 정도이다)     


우리 가족은 특히, 다큐를 함께 시청하기는 힘들어도 영화를 함께 보기는 수월한 것 같다. 그리고 영화는 장면 장면이 다큐보다 더 오래 기억이 된다. 그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다.      


이 영화는 그 미덕을 충분히 살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을 듯한 10.26 암살사건의 개요를 각 인물들의 (어느 정도는)전형화된 특징과 더불어 사사로운 심리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인물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극의 긴장과 몰입이 깊어질 수 있었다.      


내적 흔들림과 분노를 억누르기 위해 눈빛과 눈밑의 떨림으로 화면을 장악한 이병헌. 

뒤뚱뒤뚱 걸으면서 야비하고 사기꾼 같은 경호실장의 품새(꼴)를 만들어낸 이희준. 

그리고 그분과 과연 싱크로율이 얼마나 될까, 가장 궁금했던 박통 역할의 이성민.      


개인적으로,  

이병헌의 연기야 두말 할 필요도 없었고. 박통 역할의 이성민의 연기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그분이 살짝 빙의했나 할 정도로, 

필요할 때마다 “임자, 임자 곁에 내가 있으니까 걱정말고, 임자 맘대로 하라우”라고 대사를 던지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막걸리를 마신 후 노래 부르는 장면(이 장면도 꽤 몰입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등등 아랫사람과 주변 사람을 쥐락펴락하는 연기. 부와 권력에 대한 욕심을 가까이할수록 흐려지는 판단력, 흔들리는 심리를 소름 끼치게 재현해냈다. 그야말로 섬세한 연기였다.      


그리고 충성심과 애국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김규평(김재규) 역할의 이병헌이, 박통과 경호실장이 술 마시는 방안을, 그리고 박통이 혼자 노래하는 장면을, 벽 하나 사이로 도청하면서 엿듣는 장면은 숨이 막힐 정도였다. 빗물과 함께 흐르는 눈물과 그의 숨죽인 장면은 그야말로 스크린을 씹어 삼키는 듯, 장악력이 어마어마했다. 그의 연기로 인물(캐릭터)의 심리를 이해하고 설득시키는 것 같은 명연기.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그야말로 절제된 표정과 대사 전달력, 눈빛으로 감정으로 설명하는 힘이 화면을 제압한다고 해야 하나.      


:: 특별한 아주 특별한 ::     


#의상이 멋졌다_ 이병헌의 슈트들, 곽도원의 체크 무늬 코트들. 고급스럽고 세련된 질감과 스타일. 참으로 폼이 났다.


#역사의 기록을 신중하게 옮기는 듯한 대사 처리_ 그래서 더 집중하며 들었다. 15세 이상 관람이다 보니, 아주 고요하고 공기의 흐름이 묵직하게 흘러서 좋았다. 


#인월 막걸리_ 이성민과 이병헌이 ‘막사’(막걸리와 사이다) 혼합주를 만들어 마시는 첫 장면에서 인월 막걸리가 대놓고 등장한다(마치 광고처럼!!) 깜짝 놀랬다. 안다는 사람만 아는 인월 막걸리. 실제 그곳에서 이 막걸리를 마셨을까? 인월 지리산 막걸리를 실제 박통이 마셨을까? 팩트 체크를 해 보고 싶을 정도.


#해외 로케이션_ 미국, 백악관, 파리, 프랑스의 거리, 골목, 낡은 건물 등 클래식하고 엔틱한 분위기에서, 70년대의 볼거리가 충분했다. 


#김소진의 연기, 스타일_ 언제나 담백한데 명쾌하고 예리하다     


나는 이 영화를 추천한다. 1979년 10월 26일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에 대한 많은 부분을 아는 사람이라도(과연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 수 있겠는가마는). 또 한 번 그 사건의 다른 면을 들여다 보는 의미에서, 이 영화는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어쩐지 감독은 이 영화의 후속편처럼 <5공화국전두환 쿠데타>에서 전통(?)’을 다루지 않을까 싶다영화 속에서 가장 얄미운 캐릭터 중 한 명으로 등장하는 그의 모습이 꼭 영화로 다시 만날 것만 같은 기대감꼭 영화로 그려질 것만 같았다. *아님나의 작은 소망이라고 해 두어도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리뷰 [경계선] 그리고 북유럽 트롤 신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