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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Feb 17. 2020

영화 리뷰 [로마] 묵직한 울림

알폰소 쿠아론 감독 자전적 이야기 _ 흑백 아름다움,찬란하게 빛나는 결말


영화 리뷰 [로마] 묵직한 울림  


흑백 영화가 보여 주는 고요함 속에 깊은 울림이 있는 감동적인 영화.

청소하는 물소리로 시작하여 거칠고 큰 바다의 파도라는 격랑을 지나면서, 다시 '우리가 되어' 희망의 미소로 화답하는 가정부 클레오의 히스토리는 꽤 묵직한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역사적 서사로 다가온다.  


:: 영화 정보 ::

감독_ 알폰소 쿠아론

출연_ 얄리차 아파리시오(클레오), 마리나 데 타비라(소피아) 

개요_ 멕시코, 드라마, 15세이상 관람가 

개봉_ 2018년 12월 12일 (영화관 상영 이후 넷플릭스)

관람_ 2020년 2월 16일 (넷플릭스) 



:: 시놉시스 :: 


멕시코시티 내 로마 지역을 배경으로, 한 중산층 가족의 젊은 가정부인 클레오(얄리차 아파리시오)의 시선을 따라 이야기는 흘러간다. 감독 자신을 키워낸 여성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은 이 작품은, 아카데미상을 받은 감독 겸 작가 알폰소 쿠아론의 어린 시절을 반영한 자전적 작품이다. 한편, 1970년대 멕시코의 정치적 격랑 속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가정 내 불화와 사회적인 억압을 생생히 재현한다.  


:: 영화 감상 ::  


이 영화는 한 중산층 가족의 젊은 가정부 클레오의 일상과 행동, 그녀가 겪는 정서(경험)를 따라 가다 보면 한 생애가 고스란히 보인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삶의 현장에서 관통하고 있는 한 세대의 격랑마저 넘실거리는 물결처럼 역동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야말로 장면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역사적인 이야기이며, 압도적이다. 압축된 사운드와 비주얼로 시대적인 흐름을 여실하게 보여 준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고요하다.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들리기도 하는. 참으로 '정즉동'의 이야기인 것 같다. 

클레오가 일하고 있는 가정의 모습 또한 그 시대 중산층의 일면을 조각조각 양지와 음지를 충실하게 관통하고 있다. 네 아이의 일상과 가정부를 대하는 방식,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따뜻함과 사랑, 의지, 의리, 연대의 감정들. 



클레오를 대하는 네 아이의 서로 다른 모습들도 인상적이다. 특히 페페와 소피, 아주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특히 옥상 위의 빨래터 평상에 누워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서. '죽어 있는 것도 좋다'라는 대사를 서로 주고 받는 장면. 파도 속에서 아이들을 살려 낸 후, 클레오와 다섯 가족이 끌어 안고 연대를 확인하는 장면. 마치 예측하듯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어린 소년 페페 - 혹시 그가 성장하여 감독 알폰소가 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어찌나 이야기를 실감나게 잘 하는지. 특히 파도 속으로 형과 누나가 들어가는 장면에서 옛날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서는 살짝 소름이 돋을 정도! 


임신한 클레오가 총격전이 벌어진 장소에서 양수가 터지고,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그리고 분만실에서 결국 사생아를 낳고 아이를 잃는 장면까지. 숨가쁘게 빨려들고 같이 호흡하고 같이 아파하게 된다.  

고요하면서도 역동적인, 일상적이면서도 역사적인, 평범한 생애이자 특별한 유대가 가능해진. 

참으로 좋은 작품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녀가 수영도 못하면서 그 여름 바다의  거친 파도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아이들을 구하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결국 이 절정의 클라이막스에 이르러 '나 사실은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원치 않았어요' 이 말을 뱉어내기까지, 그녀의 폭발하는 이 여정에 오르기까지, 이야기의 흐름은 조금은 느슨하고 담담하고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절정의 장면을 대면하게 되면, 모든 것은 폭발하고 만다. 참고 있던 들숨이 날숨으로 정화되는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장면을 위해 영화는 서서히 달려온 셈이다. 흑백의 이미지인데도, 희망과 사랑과 연대 의식으로 꿈틀대는 찬란함이 선연히 보이는 결말을 제시해 준다. 



[사진 : 네이버 영화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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