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 레드메인의 섬세한 연기에 찬사를!!
영화 감상 후에도 계속 잔상이 남아 있는 에디 레드메인의 몸짓과 눈빛, 그리고 수줍은 미소.
그의 연기에 나의 순수를 다하여 찬사를 보낸다.
오롯이 영화 속 인물 아이다가 되었고, 릴리가 되었고. 그렇게 그의(그녀의) 정체성의 혼돈 속에서 일어나는 불안, 두려움, 긴장, 갈망 등을 오로지 섬세한 연기로 모두 보여 주었다.
감독_ 톰 후퍼
출연_ 에디 레드메인(에이나르/릴리), 알리시아 비칸데르(게르다)
개요_ 미국, 드라마, 청소년관람불가, 1시간 59분 상영
개봉_ 2016년 2월 17일
관람_ 2020년 2월 25일 (넷플렉스)
[1]
1926년 덴마크 코펜하겐. 풍경화 화가로서 명성을 떨치던 에이나르 베게너(에디 레드메인)와 야심 찬 초상화 화가인 아내 게르다(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이자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파트너이다.
어느 날, 게르다의 아름다운 발레리나 모델 울라(엠버 허드)가 자리를 비우게 되자 게르다는 에이나르에게 대역을 부탁한다. 드레스를 입고 캔버스 앞에 선 에이나르는 이제까지 한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날 이후, 영원할 것 같던 두 사람의 사랑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고, 그는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2]
용기 있는 삶을 선택한 덴마크 화가 ‘릴리 엘베’의 대담하고 놀라운 러브스토리를 그린 매혹적인 작품 <대니쉬 걸>을 완성시키기 위해 최고의 남자들이 조우했다. 바로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거장 톰 후퍼 감독과 현존하는 대체 불가의 명배우 에디 레드메인의 기념비적인 만남이 성사된 것.
<레미제라블>, <킹스 스피치>까지 아카데미 수상작을 연출한 톰 후퍼 감독은 특정한 시대와 인물을 탁월하게 표현하는 장기를 살려 ‘릴리’를 집중 조명하는 <대니쉬 걸>에 깊이를 더했다. 여기에 지난해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제 72회 골든 글로브와 제 87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동시 석권한 에디 레드메인이 합류해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은 영화인들의 만남이 이뤄져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특히 두 거성은 전세계적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 이후 3년 만에 재회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톰 후퍼 감독은 <대니쉬 걸>의 시나리오에 감명받은 동시에 ‘릴리’ 역에 가장 적합한 배우로 단번에 에디 레드메인을 떠올리고 <레미제라블> 촬영 당시 시나리오를 직접 건넸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에디 레드메인의 섬세한 표현력을 캐스팅 이유로 손꼽은 감독은 “’에이나르’와 ‘릴리’ 사이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나눴다”고 전해 에디 레드메인만이 선택하고 완성할 수 있었던 열연을 기대케 했다. 에디 레드메인은 <대니쉬 걸>에 매료된 이유에 대해 “아무 정보도 없이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했는데 크게 감동받았다. 마음 깊숙이 열정이 느껴졌고 기꺼이 배역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놓치고 싶지 않은 역할이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결정할 수 있었고, ‘릴리’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자 더욱 노력하고 집중했다”고 전해 <대니쉬 걸>을 향한 순수한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 1920년대 덴마크를 주요 배경으로 펼쳐지는 <대니쉬 걸>에서는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 속 고풍스러운 유럽의 풍경은 실제 ‘릴리’와 ‘게르다’가 살았던 덴마크의 코펜하겐을 비롯해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촬영함으로써 아름다운 시대를 담아내었다고 한다. 그리고 부부 에이나르와 게르다가 실제 그렸던 그림들이 영화 전반에 펼쳐지고 있어 더없이 아름답다. 거기에 에디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애틋한 사랑의 마음.
고풍스러운 코펜하겐의 인상적인 풍경은 “’릴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또 ‘에이나르’로서 삶이 어땠을지 연상될 정도로 엄숙한 분위기를 직접 느끼게 하는 것 같다. 1920년대 당시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었던 코펜하겐의 항구와 실제 주인공들이 만나 사랑을 싹 틔우던 덴마크 왕립 미술 아카데미 등 클래식한 멋이 남아 있는 코펜하겐 중심지. 또한 ‘릴리’가 처음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무도회 장면을 찍은 샤를로텐보르 궁전 등 호화롭고 아름다운 건축물. 이 영화는 거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장착한 미적인 영역으로만 감상하여도 충만감이 넘치는 장면들이 대부분이다. 참으로 따뜻하고 고요한 아름다움이 파고드는 영화이다. 그야말로 북유럽 특유의 매력적인 깊이와 따뜻한 감성이 고스란히 녹여져 있다.
세계 최초 1930년대 성전환 수술이 어떠한 배경에서, 어떠한 과정으로, 어떠한 심리 상태에서 이루어졌는지. 과장된 이야기와 자극적인 표현없이도. 그 이야기를 한 인물의 고민과 갈등과 열망과 선택을 통해서 충분히 보여진다. 에이나르이면서 릴리였던, 그리고 끝내 릴리이기를 갈망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과 그의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 이야기.
인물의 심리를 절제된 대사와 눈빛. 그리고 파스텔 톤의 그림과 따뜻한 색으로 연결된 배경들. 공간들. 그리고 처음 시작할 때 보여진 배경이 - 네 그루의 나무와 바다와 산과 안개와 구름 - 영화 마지막 공간에서 다시 보여지면서 그 의미가 집약적으로 밝혀질 때. 아아! 감탄이 나왔다. 마치 영화 속 에이나르의 아내 게르다가 질렀던 탄성이 곧 나의 탄성이 된 것처럼.
황홀한 그곳. 에이나르이자 릴리였던 그녀가 늘 그림으로 그리고 있던,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있던 그 그림 속 그곳은, 릴리의 첫사랑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그녀가 이루고자 했던 꿈과 미래를 간직한 곳이었다. 훨훨 날아가는 릴리의 스카프처럼. 그녀는 죽는 순간까지 하늘을 날아가는 황홀함으로 설레고 행복하였으리라.
(사족)
에디 레드메인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그 해(2016년), 수상은 영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아카데미 후보 수 차례(4회?)만에 극적인 수상을 했는데. 그야말로 이 두 영화를 모두 본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에디가 수상하지 못함이 무지막지하게 안타깝게 여겨진다. 물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도 더없이 훌륭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