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의 정교함은 놓쳤지만, 마스터의 실체에서는 경악하게 된다
"민감한 소재를 풀어가는 방식이 자극적이며, 병렬적으로 나열하다 보니, 좀더 세심하게 신경쓰지 못하고 민감하지도 않았다"
"민감한 소재인만큼 섬세하고 정성이 가득한 연출이 있어야 하는데, 성범죄 & 청소년 범죄의 실체를 나열하는데 급급한 느낌이 든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소원>에서 성범죄를 다루는 방식과 비교하자면, 마치 바느질의 정교함과 낫질의 투박함에 비유될 수 있겠다."
고등학교 여교사 ‘서린’은 책상에 놓인 커피를 마신 뒤 취한 듯 잠든다.
다음날, ‘마스터’라는 정체불명의 발신자가 보낸 한 통의 문자.
“좋은 꿈 꿨어요?” 그리고 셔츠가 풀어헤쳐진 여자의 사진, 바로 서린 자신이다!
서린은 오래 전 한 사건으로 얽힌 전직형사 국철과 함께 ‘마스터’의 실체를 파헤친다.
서린의 학교 여학생들도 연쇄적으로 범행의 대상이 되는 가운데, 마스터의 정체는 미궁으로 빠지는데...
주위의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마스터, 당신 대체 누구야!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의 미덕은 무엇일까. 미로처럼 얽힌 스토리, 쫄깃해지는 긴장감, 배우들의 미묘한 표정과 대사 처리. 그런데 이 작품은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물이 가져야 할 미덕이 미약하다. 오로지 배우 이유영에 대한 팬심과 기대감으로 찾아 본 영화였다. 그런데 중반부를 지나면서 바람 빠진 풍선처럼 에너지를 잃고 마는 영화에 실망하고 말았다.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결과를 착실하게 보여줬다고는 하나, 드라마적 극적인 긴장감이 잘 드러나지 않아서 아쉬웠다. 뭐가 그리 아쉬웠을까. 살펴 보자.
소재적인 측면에서, 14년 전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한 여고생 동영상, 일명 ‘마리오네트’ 영상을 온라인에 퍼트린 가해자들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처벌 받지 않는다. 그리고 14년 후 동일한 수법의 범죄가 다시 벌어지면서 영화 <나를 기억해>는 시작된다. 한 고등학교에서 여교사와 여학생을 대상으로 몰카를 촬영하여 유포하고 협박하는 ‘마스터’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14년 전 사건과 연관된 인물인지 그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서린(이유영)’과 ‘국철(김희원)’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은 공포영화보다 더욱 참담한 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식을 담아 화제가 되었던 영화 <도가니>, <방황하는 칼날>, <한공주>에 이어 사회 문제를 되돌아보게 할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로서 <나를 기억해>는 충분히 기대감을 갖게 만든 영화였다.
그러나, 가해자를 때려 죽이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게 할 뿐(영화 보는 내내 - 저런 녀석들은 사형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카타르시스 (극적인 전개 또는 연기, 대사 모든 측면에서)도 느낄 수 없도록 답답한 방식으로 소재를 다룬다.
특히 장르물은 극의 흐름과 더불어 그것을 가지고 노는 배우의 힘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힘마저 뒷받침되지 않았다.
2014년 데뷔작 <봄>으로 밀라노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데뷔 때부터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주목 받았던 이유영은 OCN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스릴러 드라마 [터널]에 이어, 이번 작품 <나를 기억해>에서도 열연을 선보여 <비밀은 없다>의 손예진, <미씽: 사라진 여자>의 공효진, <블라인드>의 김하늘을 잇는 새로운 스릴러 퀸의 탄생을 예고한다. 평범해 보이지만 과거의 비밀을 간직한 고등학교 교사 서린으로 분한 이유영은 “책임감을 가지고 인물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싶었다. 겪어보지 못한 일이기에 연기를 하면서도 과연 이러한 감정 연기가 맞는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연쇄 범죄의 타겟으로 지목 되면서 극도로 불안한 심리를 표현해야 했던 이유영은 세심한 감정연기는 물론 과감한 액션 신까지 직접 소화하며 기존에 보였던 이미지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졌다.
드라마 <터널>, 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그리고 <간신>에서 이유영 배우의 연기에 몰입했던 사람으로서, 이 영화에서는 스릴러 퀸으로서의 매력이 덜했다고 본다. 시종일관 불안한 모습으로 일관되게 나와서 어떤 입체적인 매력을 못 느꼈다.
또한 김희원 배우와도 겉도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김희원 배우는 이 영화의 주인공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조연의 분위기가 느껴지고 중심을 잡는 힘이 부족했다 여겨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리뷰를 작성하는 이유는,
이 엄청난 청소년 성범죄, 연쇄 사건의 '마스터'라는 인물이 '그'라니.
그 결말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 리뷰를 작성한다.
결말에서 '마스터'가 밝혀지는 순간,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박탈감마저 든다.
그런데 여기는 우리는 "왜, 어떻게, 그런 '마스터'가 탄생하게 되었는지" 알 필요가 있다.
이 영화는 아주 짧지만, 분명하게 말해 준다. 그것만 알아도 이 영화의 소명은 다하지 않았을까.
물론 영화적인 재미와 극적 긴장감을 주었더라면 더할 나위 없이 '명작'으로 길이 남았을테지만.
영화 보는 내내 '마스터'를 찾아 보는 재미가 있다. 두어 장면에서 살짝 '눈치'를 챘지만. 설마 하고 넘어갔는데. 그 '설마'가 '역시'가 될 줄이야.
이 영화가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물이기에. 결말을 밝히지 않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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