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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Dec 02. 2018

[영화리뷰]  국가부도의 날 Default, 2018

 IMF 시절의 무심하고 한심했던 자신을 돌아본다

[영화리뷰]  국가부도의 날 Default, 2018 


_ IMF 시절의 무심하고 한심했던 내 자신을 돌아본다_



영화관을 나서며 든 첫 생각_  


1997년도에 30대를 관통하던 한 사람으로서 그저 국가가 부도가 났구나, 정도로 무심했던 마음으로 살았던, 한시현도 윤정학도 한갑수도 고위 관리직도 아닌, 입장에서 2시간 동안 영화를 보자니, 한숨만 나왔다. 

나는 너무나 한심한 시절을 보냈구나, 국가 위기를 그저 방관자처럼 보았구나, 죄스럽고 죄스러워서 한숨만 몇 차례 내쉬었다. 그리고 애들 금반지 돌반지 몇 개 제출하는 것으로 국가의 위기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고 스스로 위안했던 시절이었다. 

그런 한심한 시절을 보낸 사람이 보자니, 그 시절 힘들어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그냥 죄스럽고 죄스럽기만 하다.   


영화 프로필_ 

감독: 최국희

개봉: 2018.11.28

등급: 12세 관람가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14분

주연: 김혜수(한시현), 유아인(윤정학), 허준호(한갑수), 조우진(재정국 차관)  




영화 기본 줄거리_ 


모든 투자자들은 한국을 떠나라. 지금 당장

1997년,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 호황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때, 곧 엄청난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을 예견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은 이 사실을 보고하고, 정부는 뒤늦게 국가부도 사태를 막기 위한 비공개 대책팀을 꾸린다. 

한편, 곳곳에서 감지되는 위기의 시그널을 포착하고 과감히 사표를 던진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은 국가부도의 위기에 투자하는 역베팅을 결심, 투자자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을 알 리 없는 작은 공장의 사장이자 평범한 가장 ‘갑수’(허준호)는  대형 백화점과의 어음 거래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소박한 행복을 꿈꾼다.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 단 일주일. 
대책팀 내부에서 위기대응 방식을 두고 시현과 ‘재정국 차관’(조우진)이 강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시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IMF 총재’(뱅상 카셀)가 협상을 위해 비밀리에 입국하는데…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 
1997년,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사 제공>




영화 속으로_ 


우리 동문이잖아. 


재정국 차관(조우진)이 밀실에서 지들 끼리끼리(금융실장, 경제 수석, 모 기업 차기 회장 등) 만나서 국가 위기에 대한 정보를 비밀스럽게 알려 주면서 하는 말.


그놈의 동문 타령.

정말 한 방 날리고 싶은 캐릭터. 재정국 차관(조우진). 무책임한 정부 고위 공직자를 떠나서 학연만 챙기는 한심하고 무능한 정치인의 대명사처럼 보였다. 어떤 국가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의 지위와 권리와 이익만을 챙기는, 국민의 살림과 안위 따위는 아예 염두도 하지 않는 벌레 같은 인간들을 상징하는 것 같아서. 보는 내내 주먹 몇 번 날리고 싶었다. 


뻔뻔하고 얄밉게, 그러면서도 넘치지 않게 연기를 너무 잘한 조우진 탓도 있겠지만. 그 시절 고위직에 앉아서 국민을 기만하는 무책임한 행정을 펼쳤던 그런 인물들에 대한 분노가 더 컸을 컷이다.  



나는 절대 속지 않는다.


국가에서 어떤 발표를 하든, 어떤 정보를 내보내든, 그것은 거짓이며, 그래서 절대  믿지 않겠다고 말하는 윤종학의 대사. 국가는 국가의 위기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며 결국은 IMF로 몰고 갈 것이다 등을 모두 예측하면서. 그럼에도 언론에서 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국가를 향해서 외치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경고의 메시지 같기도 하다. 


종합금융에서 근무하다가 국가의 부도를 예측한 윤종학. 금융 회사를 때려 치우고. 새 길을 개척한다. 달러 사 모으기, 부동산 투기 등등. 그의 태도도 '정의' 차원에서 부정적인 면이 크지만. 그 시절 살아남은 대중적인 인물 중의 하나이며. 또한 그런 인물들이 오늘날까지 꾸준히 잘 살아 남기 때문이다. 결코 그런 캐릭터를 지지하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서 꼭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의 모습에서 과장된 표정과 대사, 행동 등이 간혹 보이지만. 그 시절 그런 인물들은 꼭 그랬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며. '위기는 기회'로 포착하며 자신의 '경제적 재테크 능력'을 잘 살리는 인물들을 보여 주고 있다. 


전문가 평단이든 대중이든 영화의 완성도, 연출 등에 대한 평점을 높게 줄 것 같지는 않다. 시나리오의 전개에서 기승전결의 흐름이 예측 그대로이며 약간 올드한(신파 같은) 느낌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꼭 알려 주어야 하는 소재였고, 그런 이상은 우리들은 만나야 하는 영화였다. 영화적인 감동 또는 인상이 약하다 하여 영화 자체를 폄하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다만 나는 영화 <1987> 정도의 흐름과 감동을 예상(기대)했었나 보다. 그래서 영화적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나 보다. 

소재와 배우들의 연기에만 기대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Tip. 


허준호의 슬픈 미소와 깊은 주름 속에 그 시절 일반 시민의 고충이 그대로 깊이있게 새겨지는 느낌이다. 자식에게 '아무도 믿지 마라' 라는 당부는 '자신의 배신 행동'에 대한 역설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조우진의 냉소적인 듯 하면서도 뻔뻔한 모습. '귀신은 뭐하나'를 연발하게 한다. 여성 비하 발언 등등. 몰매 맞기 딱 좋은 모습인데. 힘과 권력을 쥐고 있으니. 그 또한 승승장구할 캐릭터다.  


유아인의 연기는 도발적으로 보이지만. 가장 공감 가는 캐릭터였다. 만약 그 시절- 국가의 부도를 예측하고, 경제적인 관리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라면. 저리 하지 않았을까 - 오히려 위기에서 부를 창출하고, 신분 상승과 변화를 꾀하는. 여우 같은 인간들. 그들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 준 것 같다.  


김혜수의 연기에서 영어 구사 능력과 표현력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결말의 차 안에서 '흐느끼는 장면'은 차라리 없었다면. 오히려 절제되고 냉철한 표정으로 한국은행을 나서는 장면을 보여 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장면에서 오히려 남성 권력 구조, 부조리한 정치 지배 구조에서 패배한, 패배자의 모습을 감정적으로 복귀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MF 시절을 겪었거나,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꼭 보았으면 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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