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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Dec 21. 2018

시_ 연화장 다녀 오는 길

찻잎미경 창작시, 개벽: 번지 점프나 한 번 해 볼까?

시_ 연화장 다녀 오는 길



엄마, 아버지 사진 한장 가져 올까?

엄마 곁에는 두고 봐야겠지?

엄마 옆에 여태 아버지 사진 한 장 없어?


참 한심한 세월이다.


손가락 두 뼘도 안 되는 공간에 한 생이 들고 

사는 게 뭔지 

연화장 다녀 갈 때마다 마음에 태산이 하나씩 생기니 


오지게 사는 인생이라도 한 줌 재일 뿐 

그것을 담아 둘 항아리 하나 있고 

그것 넣어 둘 두 뼘 공간만 있으면 그만인데


백짓장처럼 타 버린 오빠는 그런 공간도 없이 

바람 따라 물결 따라 흘러 다니고 

아버지는 죽어서까지 먼리 타향 고모 곁을 지키고 있으니


죽어서도 모두 타인이다. 


미워 죽겠다고 눈만 뜨면 싸울 필요도 없고 

연료비 아낀다고 춥게 지낼 필요도 없고

부모 자식 간 왕래 없어도 탓할 일 만무(萬無)하니


어차피 죽어서도 찬 벽에 갇혀 

저승에서도 날지 못할 인생 


살아 생전 한 번쯤 

거짓 날기라도 

"번지점프나 한 번 해 볼까" 하는 

생각 드니 

연화장이 사람 개벽(開闢)하게 하는 곳이네. 




*시작 노트*


연화장을 다녀 올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한다. 

엄마 곁에 아버지 사진 하나 없는 것도 기가 막히고.

죽어서도 찬 시멘트 벽에 갇혀 있는 것도 기가 막히고. 

그러다가 번득 번지 점프 생각이 났다. 

번지 점프를 아직 못해 봤는데. 

그 거짓 날기라도, 한 번 뛰어내리면, 뭔가 날아 오르는 느낌이 들까 싶어서다. 

이런 생각에 미치자, 내가 번득 개벽(새로운 생각이 들거나, 깨어나다)한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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