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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Dec 30. 2018

[영화 추천] 멋진 하루

"하정우 & 전도연"의 섬세한 연기 호흡이 빛났던 영화로 기억한다.

[영화 추천] 멋진 하루 


"하정우 & 전도연"의 섬세한 연기 호흡이 빛났던 영화로 기억한다. 



주연: 하정우, 전도연

감독: 이윤기_ 어느날 (2016)

개봉일: 2008.09.25

관람일: 2018.10.14 (그리고 이보다 훨씬 오래 전에도 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날짜를 모르겠다) 



배우 하정우 하면 나에게 있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멋진 하루>이다. 아니 배우 전도연 하면 또한 이 영화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하정우의 연기인지 실제인지 알 수 없는 자연스러운 모습과 대사. 전도연의 어둡고 진한 스모키 눈화장과 거침없이 뱉어내는 대사로 압도하는 분위기. 이런 두 사람의 호흡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두 사람이 처한 상황과 심리 상태를 아주 섬세하게 잘 보여준다.  


이렇게 두 사람의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연기 호흡이 좋아서였을까. 아니면 그 하룻동안 일어났던 무계획적인 일들이, 마치 우리네 현실의 한 구석 같다는 실감이 나서였을까. 그야말로 이 영화는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장면 장면으로 설명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본 사람들은 대개가 괜찮은 영화였다고 말한다.  


이 영화 속 병운이를 연기하는 배우 하정우의 모습이 자연스럽고 능청스럽고 찌질하다. 그러나 그런 못난 모습과 함께 몸에 밴 사람냄새 폴폴 나는 삼박한 행동이, 어쩐지 현실감이 있고 오히려 괜찮은(좋은) 사람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만든다.  


제목에서 두 사람이 불편한 관계로 만난 하루에, '멋진'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했지만, 결코 주인공 남녀 두 사람이 겪어야 하는 그 하루는 멋진 하루는 커녕 어찌 보면 겉으로는 최악의 하루일 수 있다. 그런데 또 어찌 보면 끝장까지 같다가 헤어진 남녀가 1년 뒤에 만나서. 감출 것 없이 바닥을 드러내며 보여주게 되는 하루는 가장 솔직한 하루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두 사람의 원래의 심성을 모두 볼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마지막 엔딩에서 전도연의 눈빛과 모호한 표정이 말해 주듯이. 두 사람은 헤어지기 전에 나쁘지 않은 사랑을 했고, 서로에게 괜찮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었다는, 지난 사랑에 대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하루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하루는 결국은 두 사람에게 '멋진'하루가 되어. 바닥을 보일 수 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도 그나마, 서로에게 최고의 위안이 되는 하루였는지도 모른다.  


꼭 하정우, 전도연 배우의 팬이 아니라도. 일상에 지친 어느 날. 어떤 위로를 받고 싶다면. 이 영화 <멋진 하루>를 봐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물론 배경과 인물이 근사하게 묘사되지는 않는다. 분위기가 좋은 영화는 아니다. 약간은 어둡고, 거칠고 불편한 내용일 수도 있다.  


그런데 서울의 이곳저곳(어떤 공간을 과장하거나 왜곡하지 않은 채, 서울의 여러 곳을 볼 수 있어서 리얼리티가 살아나는 느낌이다)을 함께 다니며 병운이의 이상한(평범하지 않은) 모습을 보다 보면. 묘하게 마음이 이끌리고 따뜻한 위로가 된다. 그 시점이 곧 여자 희수의 시선이 된다. 그래서 어쩌면 희수의 심정과 관객의 마음이 일체가 되어 병운으로부터 큰 위로를 받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우린 헤어졌다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은 돈 350만 원.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떼인 그 돈을 받기 위해 1년 만에 그를 찾아나선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희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빌린 350만원을 갚기 위해 돈을 빌리러 나선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병운이다.


  어느 화창한 토요일 아침, 초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희수는 경마장에 들어선다. 두리번두리번, 경마장을 헤매는 희수. 마침내 병운을 발견한다. 병운과 눈을 마주치자 마자 내뱉는 희수의 첫마디. “돈 갚아.”


  희수는 서른을 훌쩍 넘겼다. 그리고, 애인도 없다. 직장도 없다. 통장도 바닥이다. 완전 노처녀 백조다. 불현듯 병운에게 빌려 준 350만 원이 생각났다. 그래서 결심한다. 꼭 그 돈을 받겠다고. 병운은 결혼을 했고, 두 달 만에 이혼했다. 이런저런 사업을 벌였다가 실패하고 빚까지 졌다. 이젠 전세금까지 빼서 여행가방을 들고 다니는 떠돌이 신세다. 한때 기수가 꿈이었던 병운은 경마장에서 돈을 받겠다고 찾아온 희수를 만나게 된다.


  병운은 희수에게 꾼 돈을 갚기 위해 아는 여자들에게 급전을 부탁한다. 여자관계가 화려한 병운의 ‘돌려 막기’에 기가 막히는 희수지만 병운을 차에 태우고 돈을 받으러, 아니 돈을 꾸러 다니기 시작한다. 한때 밝고 자상한데다 잘생기기까지 한 병운을 좋아했지만, 대책 없는 그를 이제는 더 이상 믿을 수가 없다. 1년 전엔 애인 사이, 오늘은 채권자와 채무자…… 길지 않은 겨울 하루, 해는 짧아지고 돈은 늘어간다. 다시 만난 그들에게 허락된 ‘불편한 하루’가 저물어 간다. 


== > 영화의 기본 줄거리_ 영화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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