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찻잎향기 Jan 01. 2019

[영화 리뷰] 순수의 시대 Empire of Lust

신하균의 눈빛, 몸의 굴곡, 사랑이 강렬하다.

[영화 리뷰] 순수의 시대 (2014) Empire of Lust 


신하균의 눈빛, 몸의 굴곡, 사랑이 강렬하다.



감독: 안상훈 _ 블라인드(2011)

출연: 신하균, 장혁, 강한나, 강하늘

개봉: 2015.03.05

관람: 2019.01.01  



>> 이야기 속으로  


이 영화는 조선의 건국 초 태조 8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시대극이다. 

왕권을 노리는 욕망의 화신 이방원(장혁)과 그의 사람이 되었던 가희(강한나)가 있고. 정도전의 사위이자, 태조의 사위 진(강하늘)을 아들로 둔 장군 김민재(신하균)가 있다. 


김민재는 북의 여진족과 남의 왜구로부터 끊임없이 위태로운 조선의 국경선을 지켜낸 공로로 군 총사령관이 된다.  그러나 김민재는 정도전의 데릴 사위이며, 그의 부인 정씨의 바람막이 역할만 하고 사랑이 없다. 심지어는 자신의 자식이 아닌 진(강하늘)을 위해 마치 그 집안의 개같은 가노(家奴) 취급마저 당한다.  


영어 제목 '욕망의 제국'에 걸맞게 서사의 중심에는 위태로운 핏빛 욕망이 득실거린다. 그런 와중에도 주인공 김민재(신하균)와 가희(강한나)는 사랑에 빠진다. 가희는 방원의 사람이며 진에 대한 복수 때문에 그에게 접근했는데. 결국은 사랑이 되어 버리고 그 사랑 때문에 서로의 발목을 잡게 된다. 어쩌면 그런 결말을 상징하는 제목이 '순수의 시대'인지 모르겠다. 또한 욕망과 타락과 권력으로 점철된, 순수가 상실된 시대에서 그래도 순수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서사의 핵심인지도 모르겠다.   


>> 연기와 연출과 영상 속으로  


영화의 이야기는, 이방원의 왕좌에 대한 욕망, 그리고 비뚤어진 남자 진의 타락, 김민재의 지키고자 하는 사랑, 이 모든 것을 담아내기 위해 애쓴다. 특히 김민재 역할을 하는 신하균의 눈빛과 액션은 강렬하다. 육체는 탐욕적인 굴곡을 여과없이 보여 준다. 선과 색이 아름답다. 


주연 배우들의 대사는 최대한 절제하고 몸을 많이 보여 준다. 강렬한 색을 이용하여 서사를 풍부하게 해 주려고 애쓴다. 특히 김민재의 고뇌와 갈등을 담아내는 장면들은 모두 좋았다. 그러나 전체적인 이야기의 연출과 전개가 섬세하지는 않았다. 중국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시감도 생긴다. 툭툭 끊어지는 느낌도 있으나 전체적인 서사는 이미 역사의 한 장면이기 때문에 쉽게 결말을 예측할 수 있다.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김민재와 가희의 사랑이 비참하고 아름답다. 그들의 마지막을 보여주는 엔딩에서 눈물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 전체적인 이야기 장면 속에서 그들의 사랑은 녹아들지 못한다. 기승전결, 절정이 뚜렷한 영화적인 요소보다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뚝 잘라서 얘기를 하면. 영화 속에서 말하는 '기녀의 기구한 사랑 이야기'정도에 불과하다. 


권력을 탐하기 위해 사람을 이용하는 핏빛 역사의 현장에서 따로 홀로 외딴섬을 꿈꾸는 김민재의 '순수한 사랑'이 영화의 메시지를 대변하고자 한다. 그러나 전체적인 맥락과 두 사람의 이야기가 제대로 녹아들지 않아서 그런지, 제목에서 말하는 '순수의 시대'라는 말은 억지라는 인상을 버릴 수가 없다.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강렬한 메시지는 '사랑'이라는 순수함이었을지라도. 19금을 표방한 성인의 사랑일지라도. 제목을 대변하기에는 서사가 좀더 성글었다고 본다. 그런데 역사의 한 자락을 붙들고 이야기하자니 더 많은 상상을 채우기에는 그 빈틈이 부족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묵직한 심정과 뭉클한 감정으로 이 영화를 보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분명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순수의 시대'를 표방하고자 하였다면 김민재와 강한나의 스토리를 좀더 '사랑'에 목마른 사람들로, 더 풍요롭게 이야기를 넣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추천] 멋진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