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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아 Jun 24. 2023

다가올 계절을 응원해

언니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

나의 언니에게



남편이랑은 내가 언니한테 편지했던 그다음 날, 저녁은 뭐 먹을까 얘기하면서 또 스르륵 서로 풀었어. 서로 그동안 많은 생각들을 했겠지. 굳이 뭘 느끼고 생각했는지 더 이상 말 안 해도 안다는 게 결혼인가 싶어. 언니도 그럴 때가 있다니까 신기하다, 정말 결국 사람 사는 거 다 비슷비슷한가 봐!


요즘 보스턴도 드디어 긴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고 여름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마음이 들떠. 이곳은 정말 봄여름가을이 예쁜 곳이거든.. 아마 겨울이 길고 지독해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 어제는 예상치도 않게 운전하다 모르는 동네에 카니발을 준비하는 걸 봤어. 미국에선 특정한 시기와 장소에 이동식 놀이기구와 상점들로 채워진 카니발을 자주 열곤 하거든.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채도 강한 촌스러움과 활기가 늘 날 설레게 해.


메말라 있던 나무들도 자기 색깔을 찾고 사람들도, 동물들도 모든 것들이 활력을 찾는 요즘이 참 좋아. 이렇게 계절이 바뀔 때쯤엔  괜스레  다가올 앞으로의 이 시간을 더 기대하게 해.  내가 편지를 쓰고 우리가 속 얘기를 나누는 것도 앞으로 다가올 더 찬란한 우리의 여름을 대비하는 게 아닐까.



 여기 보스턴도 여름을 준비하는구나 정말


언니가 과거의 모습이 아닌 앞으로의 언니 모습을 상상하고 꿈꾸는 날이 많아졌다니 너무 좋다! 나는 과거를 회상하는 꿈보다 가끔은 현실이 아닌 꿈 속에서 깨지 않고 머물고 싶었던 사람이었어. 꿈속은 한편으론 실수나 후회할 게 없는 도피처 같은 느낌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 지난 많은 시간을 자책과 후회로 보냈거든. 아무것도 달라지는 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 혼자 지독한 겨울에 갇혀 있었던 거지..


그래서 언니랑 편지를 주고받는 동안 지금을 잘 살아내고, 모든 '지금'이 쌓여 내가 원하는 행복한 미래로 나아가는 사람이 돼보고 싶어. 아직 정확히 내가 뭘 원하는 지도 잘 모르겠어. 사람마다 꽃 피는 시간이 다르단 말도 있잖아, 아직 난 만개하길 기다리는 사람 같아. 긍정 회로를 돌려보자면 나한텐 아직 시간이 있다는 거겠지? 언니는 나한테 있어 봄날처럼 앞을 기대할 수 있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날 긴 꿈에서 깨워준 사람 같아 그래서 정말 고마워.


언니와 나의 '아메리칸드림' 그리고 다가올 여름을 응원해! (우리의 교환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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