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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모두의 언니 Jun 20. 2023

미국에서 만났던 한국인들

동생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

 나아야!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스턴 여름이라니! 나도 덩달아 너무 설레, 박수 짝짝!


 보스턴의 길었던 겨울만큼 나아의 겨울도 길었나보다. 그래도 착실하게 열심히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온 동생이 자랑스럽고, 앞으로 얼마나 반짝이는 여름날이 있을까 기대가 많이 되네.

호수가 갑자기 이렇게 꽁꽁 얼어버리면 많은 생명들이 갈 길을 잃어버려


나는 늘 나아를 응원해!


 오늘 나는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사실 최근들어 급속도로 가까워진 한국 친구가 있었어. 친구 남편이 내 남편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기도 했고, 늘 유쾌하고 언변도 좋은 편이라 같이 있으면 따분할 일이 없었거든. 오늘 그 친구와 만나서 그녀가 현재 난처한 상황에 빠져있다는 것, 그 원인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 등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 하지만 그 자리에서 내가 조언이랍시고 너무 경솔한 이야기를 던지고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는다면, 절대 조언은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것 같아.


 이런 생각에 닿았을 때 미국에서 만난 한국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어.


 사실 미국에 오기 전, 주위 사람들이 입을 모아 했던 말이 있어.

“한국인 조심해라-”


 그래서 갓 미국에 왔을 땐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려 노력했고, 한국인들이 모이는 곳은 일부러 피했어. 미국 사회에서 한국인 사회은 너무나도 작아서 말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느슨해지고, 아무래도 소통이 편하고 정서가 비슷한 한국인 친구를 찾게 되더라고. 그래서 한국인 친구들을 갑자기 많이 사겼던 것 같아.


 미국에서는 참 다양한 한국인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나와는 전혀 다른 직업, 학창시절, 고향, 성격까지, 만약 한국에 있었다면 평생 만날 기회가 없었을 것 같은 그런 사람들도 많아.


  얼마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나 해줄게. 보스턴은 자전거 길이 매우 잘되어있어서 신호등 앞에 자전거와 차들이 질서있게 신호를 함께 옆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자주 있어.


보스턴의 흔한 차도모습 (유튜브 : 방랑하는 언니 외국 생활기)

최근에 식사 자리를 하며 친분을 가졌던 부부가 있었어. 우리 부부는 자전거를 타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부부는 바로 옆에서 신호 대기 중이었어. 서로 눈인사를 한 후 우리는 그들이 창문을 내리고 "어디 가는 길이에요?" 라고 자연스럽게 물어볼 줄 알았는데, 고개만 한 번 '끄덕'한 후에 창문만 바라보는 우리 둘을 무시하고 그냥 갈 길을 가더라.


 결국 창문은 끝까지 내리지 않았어. 그 길로부터 집에 올 때까지 나는 꽤나 기분이 안 좋았던 것 같아. 집에 오자마자 술 한 잔을 찾았으니 말이야. 처음에는 그들이 무례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입장에서는 '그럴만한 일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잘 정리했어.


 사실 미국에서 지내다보면 이런 일들을 생각보다 많이 겪게 되는 것 같아. 보스턴에는 학업이나 업무 때문에 잠시 왔다 가는 사람들도 너무 많고, 돈이건 학벌이건 어느 정도 자신감 있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기도 하니까. 내가 당연한 예의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누군가에겐 신경을 써야하는 일이 되기도 하고, 그들에게 당연한 것들이 내게는 도전이 되기도 해. 같은 한국인인데도 대하기 어려울 때도 있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서로 조금 더 산뜻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만날 수도 있고, 배울 게 많은 사람들과 소중한 인연을 만들 수 있는 곳이기도 해. 여기서 중요한 건 모든 한국인들을 형용하는 수식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어떤 '사람'이냐로 설명해야 한다는 거겠지?


"한국인 조심하라-"는 말은 처음 가정에서부터 잘못된 문장이라는 거야.

 어디를 가든 나와 맞는 사람, 맞지 않는 사람은 있다는 말로 먼저 돌아가야 하고, 그게 바로 각 자의 “결” 일테니까.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삶을 살아가는, 소위 “결”이 비슷한 사람과 만나려는 본능이 강해서 그 사람을 알려면 주위 사람을 보라는 말도 있잖아. 오늘은 내 주위 사람들에 대해 한 명씩 그려보는 밤이야.


그런데 나아야, 있지 미국이라는 곳에서는 서로 아주 조금만 더, 손톱만큼 만 더 서로에게 친절해지면 어떨까?

나아의 생일 선물이 내 방을 날아다녀

 말도 잘 안통하고 당연한 문화 차이로 인해 어렵고, 치열한 매일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이잖아.


 미국에 사는 우리들끼리라도 서로 친절해지고, 조금 더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로 보스턴이 가득 채워졌으면 좋겠어. 우연히 차도에서 만났을 때 창문 한 번 내려서 안부정도는 물을 수 있는, 그런 마음 한 켠의 여유를 가진 사람으로 말이야.


오늘 하루도 누군가에게 아주 조금의 친절과 배려를 베풀었던 하루였기를 바라며.


나아의 하루도 '안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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