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에게 보내는 네 번째 편지
나는 오늘 일어나자마자 좀 바빴어. 드디어 차를 팔고 왔거든! 2년간 나의 발이 돼주었던 차를 팔고 나니까 정말 이사를 가는 게 실감이 나. 그래도 나름 좋은 소식은 차를 괜찮은 값에 팔았어! 내일부터 당장 차가 없을 생각 하니, 그동안 미루고 안 갔던 곳 귀찮아서 못했던 것들이 막 생각이 나.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거 같아. 지금부터 가기 전까지라도 당장 안 해본 것들을 하나씩 해봐야겠어. 일단 집 주변에 맛있는 아이스크림 가게부터 가볼 예정이야.
오늘 갑자기 남편이 그런 얘길 하더라고, 뭔가 정신이 저 멀리 팔려있는 사람 같다고. 듣는 순간 뜨끔 했어. 얘가 내 옆에서 지내는 동안 나를 많이 파악했구나 싶기도 하고. 당장 다음 주 이사를 앞두고, 그리고 얼마 뒤 남편 없이 한국 갈 시간을 앞두고 너무 머릿속으로 내가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고 있구나 싶었어. 당장 앞에 일은 잘 보지도 못한 채 말이야.
뭔가 나는 불안해서 강박적으로 계획을 세우는데, 그 계획이 더 불안을 키우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됐어. 오늘 뭔가 일들이 개연성이 있는 거 같아. 차를 팔며 있을 때 잘할걸! 하는 생각처럼 내가 더 앞을 계획하느라 놓치고 있는 지금, 보스턴에 남아 있을 때 더 그 순간을 즐길걸! 하는 순간이 오게 되지 않을까.
다른 말로 하면 행복은 저 멀리 있는 목표 달성이 아니라 미래로 가는 이 모든 순간순간이란 말이겠지? 다 놓치기 싫어서 모든 걸 계획하느라 주변을 못 둘러보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겠어, 그게 정말 중요한 걸 놓치는 일인 걸 새삼 깨달았네.
내일도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 놓치기엔 너무 많이 아름다운 요즘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