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상 모두의 언니 Jun 20. 2023

실례합니다만, 제 인생인데요?

동생에게 보내는 네 번째 편지

 나아야 여행에서 돌아온 건 분명히 월요일이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오늘은 벌써 수요일이야. 몸살 기운이 있어서 월요일 오후부터 어제 하루종일 약먹고 쉬었더니 하루가 사라져버렸어. 걱정 했을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젠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걱정마!

보스턴 근교 CapeCod Falmouth 바닷가

 나아의 남편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남편도 늘 나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해.


그게 때로는 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가끔씩은 그냥 옆에서 조용히 응원해주면 좋을텐데 왜 이렇게 사기를 저하시키는 건지.. 조금 원망스러울 때도 있어. 물론 다 내가 잘 되라고 하는 말이겠지만.


 사실은 나도 계획을 꽤나 많이 세우고 동기부여도 굉장히 많이하는 사람이야. 동기부여 책 뿐만 아니라 영상도 찾아보고, 팟캐스트도 듣곤 해.


그 모습을 보면서 남편이 늘 하는 말이 있어.

“자기계발 영상을 보지말고 자기계발을 해!”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자기계발 영상을 보면, 본다는 자체만으로도 잘 할 수 있다는 에너지가 가득해지면서 그 것만으로도 목표에 달성한 것 같은 착각에 들게 하거든. 하지만 뜬구름 잡는 계획과 세밀하게 만들어지지 못한 과정속에서 좌절과 포기를 경험하기도 해.


 사실 나는 “자기계발 혹은 성장”에 대한 약간의 강박이 있어. 무언가를 항상 하고 있어야 하고, 어제보다 무조건 더 발전해야 한다는 그런 강박증 말야. 그래서 지키지도 못 할 계획을 주구장창 써놓고 하루의 끝에서 달성하지 못한 것들을 체크하며 불안감과 자괴감을 느끼곤 해.


 언제부터 이랬던 걸까, 생각을 돌이켜보면 20대 때 회사에서 또는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일들을 겪으며 이런 강박이 다져진 것 같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 당하는 등 큰 일들을 겪으면서 “그래, 두고보자. 내가 꼭 성공해서 다 후회하게 만들어줄거야!”라고 늘 생각하고 다짐했었거든.


  그 덕분에 가지게 된 것도 많았고, 좋은 사람과 결혼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아야, 그 과정이 나에겐 결코 순탄치 않았어. 아니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면 많이 힘들었어, 산다는 것이.


 정말 눈 앞이 캄캄했던 시절, 죽음까지 생각할 때도 있었어. 그렇게 막다른 길에 다다르고 나서야 나에게 주어진 인생이 얼마나 찬란한지, 내가 갖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꽉 잡고 있던 손들도 그제서야 보이더라고. 아마 그때부터였을거야. 내 계절이 시작했던 순간이.


보스턴 찰스강 일출, 내 인생도 이렇게 찬란하기를.

 그 때부터 재테크 공부를 시작하고, 어릴 적 꿈을 위해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했어. 미친듯이 독서하며 스스로를 탐색했고,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세상의 이치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던 것 같아.


  그 동안은 늘 남이 보는 내 모습에 집중하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 나 자신은 신경쓰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뭘 좋아하지? 내 꿈은 뭐였지? 나는 어떨때 행복하지?"를 생각하기 시작했어. 그 때부터였을거야. 사람들에게 '미움받을 용기'가 생겨난게.


그런데 말야, 내가 이렇게 살아보니 어느 것 하나 인생에 필요없는 것은 없더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다 소중하고, 세상의 모든 경험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든 내게서 나오는 것 같아. 무언가를 매일 생각하고 그리면 정말 그게 현실이 되기도 하고.


 그래서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며 경험하라고 하는 것 같아.

 전에 나아가 그랬지? 각 자의 계절이 있는 것 같다고. 그 말에 완벽히 동의해.


 무언가를 향해 우린 달려가고 있는 거고,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도 그건 몰라. 그걸 아는 것은 나 자신밖에 없단다. 스스로를 믿어야 해. 그러면 무조건 “나의 계절”은 올거야!


 계획을 세우고 수정하고, 그렇게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믿어보자. 이 교환일기를 쓰는 동안은 아무런 걱정이나 불안감을 느끼지 말고, 계획을 짜고 추진도 해보고, 수정도 하자! 누가 옆에서 뭐라고 하면 참고는 하되, 무너지진 말자. 제대로 하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이렇게 대답해보자.


 “실례합니다만, 제 인생인데요?”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은 과정이래 언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