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기에 앞서 아기와 함께하는 삶의 고단함을 논의하는 것이 개인의 불만처럼 보일까 봐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사랑과 너그러움으로 이해해주실 것을 바란다.
워킹맘은 슈퍼우먼이 아니다. 이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평화롭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어서 수많은 워킹맘이 그토록 괴로워하는 것이다. 워킹맘은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냥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피곤하다. 직장 다니면서 기본적으로 피곤하다 생각했지만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는 것은 예상 밖의 일의 연속이었다.
아기는 삶의 모든 측면을 바꾸어 놓았다. 출근이 여유로운 사람이 어디 있다고 타박할지 모르지만 워킹맘의 아침은 좀 더 바빴다. 출근 준비만 해도 바쁜 아침에 아기까지 케어하는 일이 추가되었다. 아기는 엄마가 왜 바삐 움직이는지 이해하지 못하니 칭얼거리기만 했다. 엄마가 눈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안아주지도 않으니 그저 울고 보채기만 했다. 아기를 어르고 달래면서 출근 준비를 했다.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아침식사다. 나는 늘 아침을 거르고 다녔다. 심지어 임산부일 때도 아침은 간단히 두유 한 팩 마시는 것으로 대체가 가능했었다. 그러나 모유수유는 엄청난 변화였다. 아침 밥을 먹지 않으면 하루를 버틸 수 없었다. 집에서 아기를 돌보던 집요정 시절에는 어떻게든 허겁지겁 먹을 수 있었으나 회사에서 중간중간 간식을 먹기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회사에서 챙겨 먹으려 해도 과자나 빵 같은 군것질거리뿐이다 보니 덮어놓고 먹다가는 살이 찔 것이 걱정되었다. 아기는 나의 30년간의 생활패턴을 송두리째 바꾸어 아침을 챙겨 먹는 사람으로 변화시켰다.
남편 역시 아침을 먹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가볍게 집을 나섰다.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 가볍게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아기에게 인사를 하고 출근을 했다.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남편이 씻을 동안 아기와 놀아주고 젖을 먹이고 유축 준비물을 챙긴 다음 나를 위한 아침을 차린다. 남편이 잠시 아기와 놀아주는 동안 빠르게 씻지 못한다면 머리 말릴 시간도 없이 출근하게 되니 아주 재빠르게 모든 일을 끝내야 했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는 시어머니를 기다리는 동안 아침을 먹고 머리를 말리고 화장을 하고 옷을 입었다.
남편은 7시에 집을 나서고 나는 7시 반에 집을 나선다. 내가 출근이 좀 더 늦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이지만 그래도 불쑥 나만 힘들다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아기가 5개월이 되는 날 출근을 시작했고 아직도 새벽 수유를 끊지 못했다. 이렇게 오래 수유를 하게 될 것도 예상하지 못했고, 취업도 이렇게나 빨리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어영부영 워킹맘이 되긴 했는데 아기는 아직 준비를 못했다. 낮 시간에 같이 있어주지 못하는 미안함을 어떻게든 상쇄시키려 하다보니 밤중수유를 지속하게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 알게된 몇 안되는 깨달음 중 하나가 젖을 물고 자는 기쁨인 듯했다. 잠투정이 심한 아기는 젖을 물려 슬슬 재우면 잠이 들었다. 아무리해도 잠들지 않던 아기가 가슴만 내어주면 평온하게 잠들어서 어쩌다 보니 젖을 물고 잠을 자는 습관이 들어버렸다.
체력이 바닥을 친다. 엄마의 하얀 피가 젖이라 했다. 영양분을 다 끄집어 내어 아이를 먹이고 나면 진이 빠져 뭘 할수가 없다. 아이는 무럭무럭 크는데, 나는 매일매일 초라해진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엄마들은 항상 멋진 몸매에 말끔힌 옷차림, 단정한 스타일까지 다 갖추고 있어서 나도 그럴줄 알았다. 거울을 보지않아도 내 모습을 알만하다. 나는 슈퍼우먼이 아니라 그런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