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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브랭 Oct 25. 2020

임산부 요가

워킹맘 18

임신을 하고 가장 기다렸던 건 안정기였다. 임신 16주 안정기가 될 때까지는 혹시나 까딱하면 아기가 잘못될까 늘 불안했었다. 무사히 임신 초기가 지나 임신 중기가 되면 드디어 안정기라 부른다 했다.


안정기를 기다렸던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임산부를 위한 문화센터 산모교실 등에서 꼭 조건처럼 붙는 게 임신 16주 이상이라는 제약이었다. 임산부 수업이나 예비맘 수업에 참가하기 위해서라도 안정기가 되어야 했다.


인근 대형마트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에 임산부 요가 수업이 있었다. 핸드폰에 알람 설정까지 해놓고 기다리며 선착순 수강신청을 성공했다. '직장맘 산모교실'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요가 수업은 매주 월수금요일 저녁에  진행되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운동을 다녔다. 내가 대단히 열정적인 운동인이라서 그랬다기보다는 임산부 요가를 하면 자연분만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요가강사는 출산에 도움이 되는 호흡법 골반이완 자세를 가르쳐주었다. 뭐가 뭔지는 잘 모르지이대로 한다면 무사히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수업을 같이 듣는 분들을 보니 대부분 30대 중반의 초산 맘들이었다. 더 어린 임산부들은 운동의 필요성을 못 느낄 테고, 둘째 엄마들은 운동할 시간 여유를 낼 틈이 없을듯했다. 비슷한 연령대의 초보들이 모여 운동을 하는데 왕초보는 나 혼자였다.


게다가 나는 임산부 운동복을 따로 구입하지 않고 대충 임산부 레깅스로 구색을 맞추었는데, 다른 분들은 스포츠 브랜드의 트레이닝복 세트를 갖춰 입어 다소 비교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잠깐 입을 운동복에 돈쓰기 싫어 꾸역꾸역 버텼는데 돌이켜 생각하니 당근마켓에서 중고로라도 찾아볼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두 달간의 대형마트 문화센터가 끝나고,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진행하는 임산부 수업을 듣기로 했다. 대형마트까지는 차로 다녀야 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산부인과는 걸어서 다닐만한 위치에 있어서 걷기 운동까지 한다는 기분으로 다녔다.


산부인과 문화센터는 출산 직전 한 달 동안 다니기로 했는데 예정일보다 아기가 2주나 빨리 태어나는 바람에 못 듣게 된 부분은 환불을 해주었다. 막달에 같이 운동하면서 안면을 익힌 산모들이 많아 출산 후 입원해 있으면서 인사도 나눌 수 있었다.




임신 중 정기검진을 받는데 의사 선생님이 운동해야 한다고 해서 병원 문화센터에서 하는 요가 수업을 듣는다고 했더니 (이런 말 하면 요가 선생님이 싫어하겠지만) 그건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하셨다. 임신 중 운동은 수직으로 하중이 걸리는 걷기 운동이 최고라고 했다.


열심히 배웠던 호흡법은 출산 중에 기억나지 않았다. 기껏 기억해서 써보려고 했더니 간호사가 '엄마 그렇게 숨 쉬면 애기 더 힘들어요'라숨 제대로 쉬라고 혼났다. 아마 내가 요가 시간에 복식호흡을 똑바로 배우지 못했나 보다.


요가 수업에서 배운 근육이완법과 명상 역시 소용이 없었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쉽다.




임신 기간 중에는 임산부 단축근무제도를 적극 활용했다. 출산을 앞두고 퇴사를 결정했었기 때문에 남은 연차까지 전부 다 소진하면서 나름 여유있게 출산준비를 한 셈이였다. (그래도 일하는 임산부는 꽤나 고달팠다. 예정일보다 2주 빠르게 출산을 했는데, 그날은 퇴사 후 3일 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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