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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브랭 Oct 25. 2020

산모교실

워킹맘 19

임신 중에 산모교실에 가보고 싶었다. 그곳에 가면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예비엄마로서 소속감도 생길 것 같았다. 회사에서 임산부는 나 혼자라 항상 외로웠고 매번 눈치가 보였다.(임신 출산 육아를 겪고 있는 모든 워킹맘 파이팅)


조금 유명하다는 산모교실을 아무리 알아봐도 대부분 평일 오전에 진행되어 회사에 다니는 임산부는 참여할 수가 없었다. 속상해하던 차에 보건소 임산부 등록을 하러 가서 보건소 주최의 산모교실을 알게 되었다.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예비부모교실은 한 달에 한 번 토요일에 진행해서 매번 남편과 함께 참석했다. 보험회사의 광고나 개인정보 요구가 전혀 없고 산부인과 전문의, 소아과 전문의, 모유수유 전문가의 강연이라 항상 빠지지 않고 다녔다. 내 경우 임산부 등록을 회사가 있는 지역의 보건소에서 했는데, 내 거주지 보건소보다 혜택이 많아서 더 기뻤다.


산모교실에 대한 아쉬움을 보건소 강연으로 대신하던 중에 한 분유회사에서 진행하는 워킹맘 산모교실을 알게 되었다. 워킹맘을 대상으로 하는 산모교실은 평일 저녁시간에 진행되어 마음에 들었다. 운 좋게도 참여기회를 얻어 남편을 데리고 갔다. 분유회사 주최 산모교실답게 분유광고와 분유(그중에서도 특히 비싸다는 산양유)에 대한 설명이 있긴 했지만, 아기를 키우면서 분유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들었다. (모유가 잘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니 일단 배워두어야 한다.)


사람들은 정말 많았고 이렇게나 많은 임산부를 본 것도 처음이었다. 다들 어디에 있었는지 신기했다. 워킹맘 산모교실에 있는 임산부를 보고 너무나 반가웠다. 아무나 붙잡고 회사일 힘들지 않느냐는 오지랖이라도 부리고 싶었다.


그때 회사에서 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나는 계약직으로 매년 재계약을 통해 1년씩 근무를 연장해 왔었는데, 임신 소식을 알리자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내년도 재계약은 무신되는 방향으로 업무가 진행되었다.


내가 정규직이었다면 상황이 달랐을까. 직장의 취업규칙에는 임산부를 위한 모성보호시간과 육아휴직, 육아기 단축근무까지 모든 종류의 복지제도가 있었지만 이걸 실제로 찾아 쓰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내년도 재계약 없이 이번 연도 계약을 끝으로 퇴사하는 것으로 암묵적으로 정해졌다. 스스로도 그렇게 될 것을 각오한 상태였다. 아마 그래서 더 워킹맘에게 반가움을 느꼈는지도 몰랐다.


회사에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여직원이 없어 나는 늘 외로웠다. 딱 한 명 있는 까마득히 높은 여선배는 나 때는 출산휴가 90일도 감지덕지였다는 이야기를 했었고, 다들 출산휴가까지 받고는 복직하지 못했었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지 늘 막막했다. 예측되지 않는 미래가 두려웠다. 내가 산모교실에서 원했던 것은 아마도 공감이었을 것이다.



산모교실의 꽃은 경품 추첨이다. 예비부모를 대상으로 하기에 1등 경품은 유모차 같은 고가의 탐나는 것들로 준비되어 있었다. 어떤 부지런한 예비엄마들은 산모교실을 전략적으로 다니며 육아용품을 장만한다고 했다. (어떤 산모교실에서는 1등에게 순금반지를 준다고도 했다!)


나는 지금껏 살면서 뽑기 운이 좋았던 적이 없었다. 남들 다 뽑히는 행운상 따위와는 거리가 먼 똥 손이라 경품행사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보건소 산모교실에서는 참가자 모두에게 손수건을 줘서 기뻤다. 똥 손이라면 산모교실 경품은 너무 기대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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