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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브랭 Oct 27. 2020

워킹맘 22

요즘 틈나는 대로 책을 다. 그 틈이 잘 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지만, 그래도 책을 펴서 한 페이지라도 읽으려고 애쓰고 있다. 그 전에는 틈이 생기면 핸드폰 게임을 했다. 아기와 함께 있으면서 대기전력 상태로 있기에는 모바일 게임만큼 만만한 게 없었다. 애니팡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푹 빠져서 몇 시간을 게임만 하기도 했었다. 딱 제한된 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퍼즐을 풀고 있으면 피곤한 줄도 몰랐다. 젖먹이 아기를 두고 뭔가 길게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할 수도 없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도 할 수가 없어서 모바일 게임만이 틈을 채워줬다.


내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팡팡 터지는 화면만 쳐다보고 있으면 아기도 슬그머니 곁으로 와서 화면을 바라봤다. 아차 싶었다. 아기에게 영상 노출을 이렇게나 빨리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기와의 교감을 더 많이 해줘야 한다는 말을 너무나 익숙하게 들어왔다. 아직도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라 매번 스마트폰의 유혹에 지고 말지만, 그래도 변화하기로 다짐했다.


육아에만 매몰되는 일상을 살다 보니 회사에서 사람들의 대화에 끼기가 조금 어렵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시사와 상식에서 동떨어지다 보니 팀원들과의 담소에 재빨리 따라가기 힘들었다. 내 관심사는 육아뿐이었는데, 회사에서까지 아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집에서 애나 보지 뭐하러 회사에서 까지 그러냐는 눈총을 받을 게 뻔했다. 회사에서는 가급적 아기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러다 보니 할 말이 없어져버렸다. 사회성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 전에 부지런히 상황을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코로나 시국이라 도서관들에서 도서 예약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원하는 책을 미리 신청해 놓으면 예약된 시간에 찾으러 가기만 하면 되었다. 퇴근시간에 도서관에 들러 책보따리를 받아왔다. 간단한 에세이류를 위주로 끊어 읽어도 되는 단편소설까지 슬쩍 범위를 늘려갔다. 가끔은 다 읽지도 못했는데 대출기간이 끝나버릴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과감히 책과의 인연을 정리하고 반납해버렸다. 오늘도 스마트폰의 유혹에 흔들릴 테지만, 그래도 책을 펼쳐는 봐야겠다. 일단 펼쳐야 읽기라도 해 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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