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브랭 Dec 01. 2020

공동가장이라는 착각

워킹맘

밤중 수유를 끊기로 했다. 아기에게 이가 났다. 자다 깨는 아기에게 젖만 물려주면 바로 조용히 잠들어서 편한 방법으로 버티다 보니 밤중 수유를 그만두지 못했다. 이제는 정말로 끊어야 할 때였다.


마침 남편의 휴가기간이다. 엄마에게는 젖 냄새가 나기에 아예 아빠가 데리고 자기로 했다. 육아 선배들에게 물으니 삼일만 꾹 참고 울리면 된다 했다. 소아과 의사는 단호하게 밤중 수유를 끊으라 했다. 밤중 수유도 습관이라 했다.  아기는 열 시간도 내리 잘 수 있는 시기였다. 남편도 분명 동의했다. 밤잠 시간에는 꼭 엄마를 찾는 아기를 억지로 남편이 안아 겨우 재웠다. 아기가 잠든 것을 확인했다. 남편에게 수면교육에 대한 다짐을 받은 후, 편하게 혼자 잤다.


아기가 벼락같이 울었다. 남편이 아기를 안아서 달래는 소리가 이어졌다. 아무리 달래도 도저히 울음이 끝나지 않았다. 남편이 아기를 데리고 와서 나를 깨웠다.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혼자 자보니 알겠더라. 아기가 울면 바로 눈이 떠졌다. 다만, 다른 사람이 아기를 달래줄 것을 아니 다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밤새도록 아기를 달랠 때 남편은 잠깐이라도 깼었을 것이고, 본인 일이 아니기에 푹 잤을 것이었다. 그걸 아는 사람이니 아이를 데리고 나에게 왔을 것이다. 너도 깼으니 아기를 달래 보라는 태도가 너무나 미웠다. 밤중 수유를 끊기로 했는데 왜 나보고 안으라 하냐고 물었더니 애가 엄마만 찾으니 어쩔 수 없다 했다. 남편이 미웠다.


수면교육은 단호하게 딱 삼일 독하게 노력하자고 했는데 바로 이게 뭔가 싶었다. 남편의 요청을 거절하며 잠이 묻어난 목소리로 남편에게  몇 시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가 눈이 있으면 네가 시계를 보면 될꺼아니냐는 욕설로 대꾸했다. 잠이 싹 달아났다. 시간을 알아야 아기가 배가 고파 깬 것인지 수면교육시간인지 구분을 할 것이 아닌가. 시계가 안보이니 물어본 것인데 짜증으로 욱하는 모습에 정이 뚝 떨어졌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한밤중에 혼자 아등바등 숨죽이며 남편이 깰까 봐 조심했던 나만 병신이었다.


아기를 품에 안았다. 엄마 품에 온 아기는 울음을 뚝 그쳤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아기를 넘겨준 남편은 바로 잠들었다. 아기를 안아 들고 서서 한 시간을 토닥였다. 앉으면 다시 울어댔다. 선 채로 아기를 달랬다. 끝까지 젖을 먹이지 않고 재우는 데 성공했다. 조심히 아기를 내려놓고 난 후, 남편 자는 모습을 내려다봤다. 분노가 치밀어서 밟아버리고 싶었다. 나는 내일 아침 출근을 해야 한다. 저 사람은 일주일의 휴가기간이다.


나는 맞벌이를 하면서 공동 가장이라 착각했다. 회사일로만 지쳐있는 줄 알았더니 집에서도 고단함이 끝나지를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욕이 배를 뚫고 들어오지 않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