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동시기다. 계약직으로서 가장 불편해지는 때다. 추워서 몸이 꽁꽁 얼어붙는데, 마음까지 힘들어지는 시기다. 몇 년간을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퇴사와 이직을 반복하다 보니 겨울이 싫어졌다. 부서는 업무분장으로 시끌시끌하다. 모든 논의에 배제된 채 주어지는 일을 받기만 하는 입장이라 파티션 너머의 말소리에 무신경해지려 노력하지만 인사와 관련된 말은 선명하게 고막에 내리 꽂힌다.
내가 계약 연장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를 재빨리 감지했다. 어느 팀에 어떤 자리가 필요한지 파악하는 건 다년간의 경험이 쌓인 덕분이다. 그러나 이번엔 유독 마음이 무겁다. 계약 연장이 되어도 하고 싶지 않다. 생계유지를 위한 근로를 하고 있으니 어디서든 근로를 해야 하지만 이곳은 그만 다니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계약기간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퇴직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에게 회사의 가장 번거롭고 복잡하며 책임(감사보고)이 따르는 작업을 떠맡기는 행태에 넌더리가 나던 참이었다.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다. 다른 회사라고 크게 다를 바는 없겠지만, 가장 하기 싫은 일을 긁어모아 계약직에게 떠넘기는 행태는 덜할 것이다. 업무 미루기는 지금껏 다녔던 어떤 회사보다도 압권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업무분장만 그렇다면 개인적인 불운이라 생각하겠지만, 또 다른 애매한. 계약직들에게도 최악의 업무를 몽땅 몰아주고 있는 것을 보니 관리자의 마음가짐이 문제라는 판단이 들었다.
타기관 전입 전보 인사발령이 났다. 전출자들은 자리를 정리하고 부임지로 착임계를 작성하러 가고, 전입자들도 하나 둘 방문했다. 들고나는 사람들을 보며 내 위치를 다시 생각했다. 나는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존재하고 있으나 존재하지 않았다.
자존감을 도둑맞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