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만 끝나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언택트 설날을 겪어보니 몸도 마음도 너무나 편해서 배실배실 웃음이 절로 나는 시절이라 코로나 이전을 망각해 버렸다.
괜히 마음에도 없는 덕담을 하면서 코로나만 끝나면 밥 한번 먹자는 시시한 약속 따위를 늘어놓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코로나가 끝나면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아이 어린이집을 보내야겠다. 20년에 출산한 덕분에 코로나로 꼼짝도 못 하고 아이를 집에서만 돌봤다. 이제는 아기도 제법 걸음마를 시작했다. 운동량도 많아져서 외출과 바깥나들이를 하고 싶다. 기관에 보낸다면 육아의 부담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마스크도 아직 못쓰는 어린 아기라 기관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데 코로나만 아니라면 사회성 발달에도 기관을 보내야 할 터다.
그다음으로는, 엄마와 대만 여행을 가고 싶다. 엄마랑 단둘이 여행을 가본건 17년 여름이 마지막이었다. 그 후로 결혼을 해버려 엄마를 훌훌 떠나버렸다. 결혼을 핑계로 엄마와 시간을 못 보낸 것이 아쉽다. 해외여행이 풀리게 된다면 엄마와 바로 훌쩍 떠나야겠다.
또, 쓸데없는 자격증을 따고 싶다. 좋아하는 작가가 '조주기능사'자격증을 취득해서 알 콜라 방을 하는 것을 보니 심히 부럽다. 칵테일을 멋들어지게 만들어먹으면서 라방으로 랜선 팬미팅을 하다니. 멋이 흘러넘친다. 조주기능사 자격증 학원에서는 칵테일을 제조하고 수강생끼리 마시는 시간까지 누릴 수 있다고 하니 귀가 솔깃하다. 남편이 분명 못하게 할 것 같지만, 쓸데없는 자격증을 계기로 유부녀 로그아웃을 꿈꿔본다.
좀 더 거창한 계획을 세운다면, 미뤄두기만 했던 재능기부활동을 해야겠다. 이것저것 자격증은 실컷 따놨는데 정작 써먹을 일이 없어 아쉽다. 하다못해 자격증 취득반이라도 개설해 지역에 재능기부를 해볼 작정이다. 일단 코로나 시국에 온라인 콘텐츠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맞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이상하게 온라인 준비는 영 재미없는 게 문제다. 코로나 끝나면 오프라인으로 모임을 주관해볼 작정이다.
이것저것 해보려니 거창해진다. 코로나가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 마음껏 숨 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