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1 소심한 관종의 글쓰기

2년 만의근황

by 페페

어렸을 때부터 뜻도 모르는 사랑이야기를 끄적이곤 했다.

침대와 책상 사이, 그 좁은 틈은 나만의 비밀 서재였고 그렇게 감춰놓은 몇 권의 일기장 속 세상은 아무에게도 꺼내 보일 수 없는 부끄러운 이야기가 가득했다.





싸이월드 비공개 일기장은 말해 뭐해

스무 살 감성에 취해 한 줄 한 줄 미사여구 가득한, 그야말로 있는 대로 멋을 부린 글들이 빼곡하다

다행인 건 그나마 비공개 일기장에 적어뒀다는 거.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칭찬해주고 싶은 지경이다


그리고 10년째 써내려 간 일기장

그랬다. 언제나 무언가를 끄적이는 걸 좋아했고

순간의 감정을 글로 표현해보고픈 욕망이 가득했다.

물론 글을 잘 쓰는 재주는 없다.

그래서 서툰 나의 글을 누군가가 보는 게 여전히 부끄럽다.

하지만 누군가가 서툰 그 글을 읽어준다면 그 또한 너무 감사하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


"소심한 관종"





소심한 관종의 글쓰기는 시작부터 난관이다.


순간의 감정?

나의 과거 그리고 현재, 혹은 그리는 미래

아니면 지나간 사랑이야기?

그도 아니라면 나의 부모, 형제, 친구들의 시시콜콜한 삶에 대한 이야기?


그런 이야깃거리로 글을 쓴다면 어디까지 꺼내보여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내 글이지만 허락도 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건 조금 무례한 것 같고

그렇다고 평범하게 그지없는 내 이야기가 재미있을 리 만무하니 글을 쓰겠다고 노트북을 켜놓고 한 줄도 적지 못한 순간이 무수하다.


이렇게 소심한 애가 또 이렇게 공개적인 공간에 글을 쓰고 있으니 나도 참 나다 싶다.

2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글이기에 앞으로 무슨 이야기를 해보겠다 정도는 알려야 할 것 같아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놔본다.

벌거벗겨진 듯한 날 것 그대로의 글은 분명 작가의 서랍 속에 묻힐게 뻔하니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보겠다.


그리고 나의 작고 소중한 이 공간을

느리더라도 꾸준히 채워보련다.


2년만의 근황





keyword
작가의 이전글vol.10 당신에게 허용된 거리만큼만 다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