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 술 한잔 해요

맛있는 음식과 곁들여 술 한잔 해요.

by 페페

스무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술의 세계에 입문했으니 벌써 경력이 십 년이 넘었다. 뭐든 십 년 이상 한 분야에 몰두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디 가서 명함을 내밀 정도는 못되지만 그래도 나름 그 세계를 즐긴다 할 수 있으니 제법 전문가의 냄새가 풍겨지긴 한다.


“수원 김 씨 아니랄까 봐”

엄마가 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할아버지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애주가였다. 내가 기억하는 할아버지는 매 끼니때마다 촌스럽고 투박한 커피잔에 맑은 소주 한 컵을 가득 채워 드시곤 했다. 커피잔 끝자락에서 출렁거리는 독한 소주를 참 달게 드셨다.

할아버지에 대한 에피소드를 풀어내자니 할아버지 덕분에 긴 세월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던 내 할머니의 모진 삶이 아른거려 여기까지 하련다.

아버지가 취해 돌아오는 밤이면 자식들은 그 아버지를 피해 어두운 곳으로 숨기 바빴다고 한다. 그렇게 술이라면 치가 떨린다던 그의 자식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자라 엄청난 애주가가 되었다. 피는 못 속인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자식의 자식마저 술이 좋다 한다.






내가 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저 맛있는 음식을 더 맛나게 먹고 싶어서다.


맛있는 음식에 술 한잔 곁들이지 못한다면 무슨 낙으로 인생을 산단 말인가. 요즘엔 적당한 주량을 물려주신 부모님이 고맙기까지 할 지경이다.

나고 자란 곳이 전라도인지라 입 맛 까다롭고 맛난 음식 좋아하는 건 몸에 장착된 기능 중 하나이며 매 끼니 기본 8첩 반상 받고 자란 탓에 반주를 애정 하게 된 건 필연이다.


나의 음주 철학에는 나름의 법칙이 있다.

억지로 마시지 않기

덕분에 내 음주 경력 중 취했다고 말할 수 있는 에피소드는 단 두 번뿐이다. 참 점잖다.


"우리 언제 술 하잔 해요"


사회생활을 하고부터 이 말은 ‘당신과 친해지고 싶어요’ 쯤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쩌나 나는 편하지 않은 사람과의 술자리가 마뜩잖다.

이쯤에서 내가 직장생활에 큰 미련이 없다는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두 번의 이직, 세 번째 회사

운이 좋게도 아직까지 회사에서 싫은 술자리를 억지로 강요받았던 적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대신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맛있는 술자리가 늘었다. 그다지 특별할 거 없는 일상을 공유하며 억지로 해야 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 자연스러운 자리

일주일의 피로와 시름을 툭 내려놓고 좋아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그냥 쉬어가면 된다.


우리가 금요일 밤 술을 찾는 이유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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