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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아옹 Nov 06. 2023

책 원고를 작성하며 써본 아이패드 어플 사용 후기

인세 받으면 노트북 사야지


나는 어느덧 옛날 사람이라, 작가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연초 하나를 입에 물고 타자기에 탁탁탁 두드리는 사람이다.


요즘 작가들의 이미지는 맥북으로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작업하는 사람이 아닐까. 나도 내가 그렇게 고상하게 원고를 작업할 줄 알았다. 현실은 글쎄올시다였다. 집에 있는 잘 쓰지 않던 노트북은 애들이 아작 내놔서 메인보드가 불안정하고 블루투스 연결도 잘 되지 않았으니..


나는 노트북을 새로 사기보다 그냥 집에 있는 자원을 활용했다. 아이패드와 블루투스 키보드를 이용하여 원고를 대부분 작업을 했다. 나는 10년째 아이패드 유저라 아이패드가 가장 익숙하다. 2013년부터 아이패드 미니를 썼고 지금은 아이패드 2018 Pro를 쓰고 있다. 주로 굿노트로 플래너를 정리하거나 취미용으로 그림을 끄적거렸다. 가끔 떠오르는 단상은 아이폰 메모기능으로 끄적였을 뿐이다.


원고 작업으로 이것저것 써보며 맨땅에 헤딩해 보니 글을 쓰기에 좋은 애플리케이션이 많았다. 작가분들과 작가 지망생분들이 많은 이곳에 꼭 공유하고 싶었다. 다만 우리의 출판 현실과 조금 맞지 않은 면이 있어, 결국 노트북과 호환을 해야 할 뿐이다. 그래도 아이패드로 작업한 것이 노트북으로만 작업하는 것보다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효과적이었고 효율적이었다. 그래서 아이패드가 있다면 원고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라고 권장하고 싶다.


1. 굿노트 GoodNote

초기 나의 아이디어를 스케치하는 용도로 많이 썼던 어플이다. 굿노트야 원래 너무나 유명한 어플이라 많은 분들이 이미 잘 이용할 것이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는 새벽에 깨서도 바로 아이패드를 켜고 끄적여서 글씨가 예쁘지 않다.


내 경우 굿노트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아이펜슬로 두서없이 자유롭게 적었다. 키보드가 빠를 때가 있지만 텍스트뿐만이 아니라 마구잡이로 떠올리는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는 아이펜슬로 적는 아날로그적 방법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굿노트를 사용하다가 작년에 새로운 어플을 하나 접하게 되었는데..



2. 프리폼 Freeform



애플이 작년에 출시한 야심작. 브레인스토밍용 애플리케이션인 프리폼이다. 이 어플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줌인 줌아웃 기능으로 보드를 무제한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능이 사고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점으로 이어진다. 이 어플을 처음 써봤을 때 이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내 취향이라 너무 좋았더란다.


그런데 나의 아이패드가 구형이라서 그런 것인가? 메모와 텍스트를 많이 쓰기 시작하면 심하게 버벅대기 시작한다. 여러 명이 동시 접속하여 쓸 수 있는 협업기능도 제공한다던데 혼자 사용할 때도 버벅대는데 여러 명이 쓴다면 가능이나 한건.. 가..? 분명 좋은 어플이나 제대로 쓸 수 있으려면 여러 번 안정화가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결국 브레인스토밍 작업은 굿노트에서 작업하였다.

 



3. 스크리브너 Scrivener

스크리브너는 요즘 많은 작가들께서 사용하는 어플일 것이다. 나도 초고의 95%까지 스크리브너로 작업하였다.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챕터와 섹션의 순서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 내가 좋아했던 기능은 리서치(자료조사) 저장 기능이 있다. 웹링크, PDF파일도 지원한다. 나의 경우 조사한 자료들을 챕터별로 분류해서 확인했다. 또한 서체변경 같은 기본적인 편집 기능도 지원한다.


드롭박스를 함께 이용해야 안정적으로 저장하며 작업할 수 있다. 드롭박스는 월 1만원 정도의 요금을 내야 한다. 다소 가격이 있지만 이렇게 하면 핸드폰에 같은 어플을 다운로드하여 핸드폰에서도 글을 이어서 쓸 수 있다!!


그럼 이제 단점에 대해 적어보자. 사실 이 어플은 문제가 없다. 내가 hwp 파일로 갈아타야 하면서부터 문제에 봉착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외국산 어플이라 한글 hwp 파일 작업을 당연히 지원하지 않는다. MS 워드 파일형식인 doc 파일로 컨버전하면 아스키코드 보는 것 같이 한글이 깨져버린다. 내가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으나 txt 파일로 컨버전하고 다시 한글 프로그램으로 옮기는 것이 가장 안전했다. 문제는 txt 파일은 편집이 적용되지 않고, 텍스트 글자만 구현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글 프로그램으로 옮겨와서 문단을 나누고 주석을 다는 것을 다시 작업해야 했다. 글이 길지 않으면 할 수도 있는 작업이지만, 20만 자 넘어가는 원고를 다루는 경우에는 인간적으로 할 수 없는 짓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한자 입력이 되지 않는다. 원고의 내용에 따라 주석과 한자를 달지 않아도 된다면 괜찮겠지만 내 경우는 이 단점을 감당할 수 없어 초고 이후로 스크리브너 사용을 포기했다.


스크리브너는 MS 워드를 사용한다면 너무나 좋을 어플이다. 하지만 결국 한글 프로그램을 만나야 한다면 병행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으며 다음에도 작업을 한다면 가능하면 MS 워드를 사용하려고 한다.


4. 한글독스 HanDocs


나는 결국 hwp파일로 작업을 했다. 출판사에서 한글 프로그램으로 작업했기 때문이다. 스크리브너로 초안을 완성하더라도 출판사에서 피드백 관련하여 메모를 달아서 주고 그것을 보고 수정을 하는 교안작업을 할 때부터는 한글을 사용해야 한다. 다행히 나는 공기업을 다녔던 사람이라 한글프로그램이 익숙하다.


아이패드에서 사용하는 한글 독스 애플리케이션이 무료 버전이라서 큰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기존 한글 프로그램을 상당히 잘 구현했다. 속 시원하게 한자를 입력할 수 있었고 주석을 잘 적용할 수 있었다.


다만 원고를 작업하는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PC버전과 달리 [변경내용 추적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 때문에 결국 두 번째 교안 작업부터 노트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전 교안과 수정하는 교안의 차이점을 반드시 확인하며 작업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긴 원고를 오래 작업하면 어느 순간부터 렉이 심하게 걸린다. 아마 나의 구형 아이패드의 PC로 따지면 RAM에 해당될 단기 메모리가 긴 원고를 못 따라가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신형 기기를 사용한다면 이런 불편함은 좀 줄어들 수 있겠다.


5. 노션 Notion

장문의 원고를 작업하다 보니 가장 어려웠던 것은 완료단계에 대한 관리였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작가에게 원고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이다. 초안을 완성하고 수정을 할 때 어떤 문장이나 글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일이 보통 힘든 것이 아님을 경험자들은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은 괜찮았던 문장이 내일은 또 마땅치 않게 보일 때가 왕왕 있다. 그래서 한 챕터, 한 문단, 한 문장, 단어 단위로 계속 수정하게 된다. 그냥 개미지옥이다. 그래서 이 욕심을 덜기 위해 작업 완료 단계를 관리를 해야 할 필요를 느껴서 노션을 활용하기로 했다.


나는 이 유명한 노션을 교안 작업할 때 처음 이용해 봤다. 특정 문장 관련으로 출판사의 피드백에 대한 작업 현황을 한눈에 보려고 사용했다. 각 페이지마다 메모 넘버링을 제목으로 하고, 필터로 작업현황 (할 일, 진행 중, 보류, 문장수정 필요, 완료), 본문 텍스트, 출판사 코멘트, 나의 메모로 값을 만들었다. 내가 이 어플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활용했으면 이것보다 더 효율적이고 멋진 모양새로 만들 수 있었겠지만 나에게는 시간이 부족했던지라 우선 되는대로 만들어 작업했다. 그래도 덕분에 개미지옥에 빠지지 않고 훨씬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


6. 펜케이크 PenCake

이건 책 원고가 아니지만 내가 거의 매일 잘 쓰고 있는 글쓰기 어플이라 추천해 본다. 브런치 작성용이나 자기 전 단상을 끄적이는 용도로 재작년부터 쓰고 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글쓰기에 집중하기 좋게 직관적으로 잘 만들었다. 브런치나 블로그 초안용으로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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