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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포기하고 얻은 행복

눈이 내린다.

눈송이가 참 크기도 하다.

작년 1,2월엔 눈을 보기 힘들었는데 이번 겨울엔 12월부터 잊을 만하면 눈이 온다.

눈 온다는 외침에 중학생인 녀석들이 옷을 주섬주섬 입고 마당을 나간다.


눈을 뭉쳐 던지기도 하고, 눈을 모아 굴리기도 하고

머리에 눈을 잔뜩이고 해맑게 웃는다.

퇴근하던 남편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옷을 갈아입을 새도 없이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나간다.

함께 눈 맞으며 머리에 차가운 눈을 소복이 얹고,

아이들이 모으는 눈을 더 잘 모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못 이기듯 나갔지만 이것이 남편의 행복이다.

아이들의 헤헤 거리는 모습을 보는 일.


열심히 놀던 아이가 엄마의 핸드폰을 빌려간다. 눈이 너무 예뻐서 사진 찍고 싶다고 했다.

어느새 영화의 한 장면을 담는지 깔깔거리며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집안까지 들린다.


문득 시계를 보니 밤 11시.

그만 놀고 들어오라고 한번 소리치지만 눈과 노는 것이 재미있는 아이들은 좀처럼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다.


예쁜 것, 좋은 것을 보고 망설이지 않는 지금 이 순간이 좋다.

눈이 좋아도 나갈까 말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어딘가를 거닐며 눈싸움을 해 보지만 이내 시끄럽다고 창밖으로 내지르는 소리...

내가 경험한 공동주택의 모습이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아파트 나가다가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이다.)


낮이라도 아이들 놀러 가면 금세 인터폰이 울린다.

"아이들 뛰지 말라고"

그 인터폰을 받으며 친구 엄마는 연신 "죄송합니다"말하며 굽신거린다. 인터폰을 끊고는 낮에도 뭐라 하면 어찌 사냐고 푸념할 뿐이다.

아이들은 앉아서 놀았지만 시끄럽다니 결국 할 수 있는 건 스마트폰 게임밖에 없다. 서로 어울리게 하고 싶었던 엄마들의 마음은 어느새 안타까움으로 헤어져야만 했다. 그다음부터 친구 엄마는 초대를 하지도, 나는 초대를 기대하지도 않았고, 당시 1층이었던 우리 집이나 실내놀이터에서 주로 만남을 가졌다.


하지만 6년 전, 재건축 빌라를 매매하고

시골 전원주택을 선택한 지금은 다르다.

친구들과 12시까지 눈을 비비며 놀아도,

눈이 오면 온 밭을 운동장 삼아 뛰어놀아도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행복, 멀리 있지 않다.

아이들이 계산하지 않고 놀 수 있으면 그게 자유이고 행복이다.


어떤 이들이 내게 묻는다.

"시골 사니 불편하지 않아요?"

"아파트 값은 많이 올랐는데 그곳 땅값은 좀 올랐어?"

질문들이 대부분 생활의 편리함과 돈으로 평가한다.

 


2억 포기하고 얻은 행복은

가치 있는 것, 좋은 것을 보고

망설이지 않는 지금 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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