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던 남편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옷을 갈아입을 새도 없이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나간다.
함께 눈 맞으며 머리에 차가운 눈을 소복이 얹고,
아이들이 모으는 눈을 더 잘 모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못 이기듯 나갔지만 이것이 남편의 행복이다.
아이들의 헤헤 거리는 모습을 보는 일.
열심히 놀던 아이가 엄마의 핸드폰을 빌려간다. 눈이 너무 예뻐서 사진 찍고 싶다고 했다.
어느새 영화의 한 장면을 담는지 깔깔거리며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집안까지 들린다.
문득 시계를 보니 밤 11시.
그만 놀고 들어오라고 한번 소리치지만 눈과 노는 것이 재미있는 아이들은 좀처럼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다.
예쁜 것, 좋은 것을 보고 망설이지 않는 지금 이 순간이 좋다.
눈이 좋아도 나갈까 말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어딘가를 거닐며 눈싸움을 해 보지만 이내 시끄럽다고 창밖으로 내지르는 소리...
내가 경험한 공동주택의 모습이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아파트 나가다가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이다.)
낮이라도 아이들 놀러 가면 금세 인터폰이 울린다.
"아이들 뛰지 말라고"
그 인터폰을 받으며 친구 엄마는 연신 "죄송합니다"말하며 굽신거린다. 인터폰을 끊고는 낮에도 뭐라 하면 어찌 사냐고 푸념할 뿐이다.
아이들은 앉아서 놀았지만 시끄럽다니 결국 할 수 있는 건 스마트폰 게임밖에 없다. 서로 어울리게 하고 싶었던 엄마들의 마음은 어느새 안타까움으로 헤어져야만 했다. 그다음부터 친구 엄마는 초대를 하지도, 나는 초대를 기대하지도 않았고, 당시 1층이었던 우리 집이나 실내놀이터에서 주로 만남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