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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경찰서 000 형사

- 민원인 문의가 있으니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

민원인 문의가 있으니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 000 경찰서 000 형사 -

공사를 하다 보면 별별 일을 다 겪는다.  건축이 끝나고 데크공사를 진행할 때의 일이다. 550만 원이라는 공사를 맡겼는데 절반만 공사하고 다음주 월요일에 오겠다는 말을 끝으로 공사 대표가 연락이 두절되었다. 물론 만약을 대비하여 절반의 공사비만 입금한 상태라 다행이라 여기겠지만 다른 사람이 공사한 것을 이어받아해 줄 업체는 만나기 힘들다. 


건축설계의 경우 한 번의 계약 파기(건축설계사와 계약을 파기했다.)를 겪은 터라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공사 대표도 건축 때부터 계단공사를 담당했었고, 워낙 성실히 시공에 임했던 때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결국 공사 대표를 중국에서 봤다느니, 다른 사람 공사비도 받고 사라졌다느니 흉흉한 소문까지 들려온 터라 혹시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한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전화도 꺼져있고, 문자, 카톡을 수십 통 보내도 답이 없고 온갖 고민을 하다 공사는 둘째치고 사람이나 찾아봐야겠다는 심정으로 경찰서를 찾았다. 


경찰서는 교통사고를 당했거나, 가끔 범죄 이력 조회서 발급을 위해 찾았을 뿐 사건 문의를 위해 찾은 건 처음이다. 경찰서 초입에 들어서자 경비를 서는 경찰이 차량을 막아섰고 행선지를 물어보는 것부터가 무슨 죄를 지은 마냥 떨렸다.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사람을 찾는다고 하니 '통과' 손짓을 한다. 


어느 부서에 가야 하는지도 몰라 안내데스크에서 물었더니 사기사건 담당자를 알려주셨다. '음... 단순 사람을 찾으려는 건데 사기사건이라니?' 섬뜩한 마음을 감추고 안내받은 형사 앞에 앉았다.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찾아온 이유를 여차저차 말하니 사기 사건인지, 사람을 찾는 건지 재차 물었다. 사실 나도 그게 궁금하다고, 둘 다 의심해 볼 여지가 있음을 알렸더니 일단 사고 접수 전 실종자에게 "민원인 문의가 있으니 연락을 달라"는 문자를 발송하겠다고 했다. 


"수십 번 전화에도 대답이 없던 사람인데 문자로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요? "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더니 대부분 작정한 사기사건만 아니라면 000 경찰서라는 문자를 보내면 거의 바로 답이 온다는 거다. '과연 연락이 올까?' 미심쩍은 내 표정을 읽었는지 오랜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형사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일단 귀가를 했다. 또 기다려야 한다고 구시렁거리는 내게 남편은 형사 말대로 기다려보자고 했다.


다음날.

전화벨이 울린다.

스마트 창에 정확히 찍힌 '000 디자인' 

데크공사 대표로부터 온 전화다. 


일이 있어서 연락을 못 드렸고, 공사대금 사기 치려고 한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급한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찾아뵙겠다고 경찰서에는 취하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고소한 적도 없는데 취하라니' 경찰서 찍힌 문자를 보고 우리가 고소를 했다고 생각한 거다. 남편과 나는 일단 대표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약속한 날짜가 되자 '000 디자인' 대표가 찾아왔고 우린 공사이행각서를 받았다. 


결론적으로 공사는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 씁쓸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었다. 급한 일이 생겼다고 사정을 말했다면 공사 연기를 받아줬을 텐데 공사 진행 중 문자까지 주고받은 상황에서 한 달 이상 연락두절이다 보니 우리로서도 난감했다. 




미래는 알 수 없다. 건축 후 서류와 관게 된 일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 보자. 만약을 대비하여 계약서와 하자보수 이행 보증보험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내가 아프면 건강보험
건축한 집이 아플 땐 하자보수 이행 보증보험


건축사와 계약을 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하자보수 이행 보증보험이다. 하자보수 이행보증보험은 쉽게 말하면 건축에 따른 보험과 같은 거다. 건축 후 하자가 있을 때 하자보수를 해 줄 것이며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보증보험에 하자보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처음 계약서에 포함되어 있었기에 당연히 공사가 끝난 후 보증각서 서류를 받았다. 하지만 그게 뭔지 몰라 그냥 건축서류들과 함께 파일 처리하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보증서를 열어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완공 후 16개월이 지난 시점에 2층에 설치한 난방바닥에 하자가 발생했다. 건축사에 문의했지만 하자보수 해주겠다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 대답은커녕 시공은 전혀 문제없었고 사용자 잘못이라는 식의 말을 여직원으로부터 전해 들었을 뿐이다. 


그때 생각난 것이 하자보수 이행 보증보험이었고, 파일을 뒤적여 찾아낸 문서에 적힌 전화번호로 문의했다.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얼마나 감사하던지... 하자 보수에 대한 비교견적을 받아서 신청 서류와 함께 보내 달라고 했다. 2군데 보수공사 자문을 의뢰했고 400만 원의 견적과 함께 하자보수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자보수 신청서 제출 후, 신기하게도 건축사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방문하여 하자를 확인했다. 건축사 대표는 그제야 하자를 인정하며 보수공사를 해 주겠다고, 대신 하자보수 신청서를 철회해 달라는 말을 했다. 어떻게 믿으라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국 하자보수를 이행하겠다는 각서를 받았다. 처음부터 이렇게 대응해 주면 좋으련만 눈으로 확인도 하지 않고 건축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식의 대처가 아쉬웠다.


건축하다 보면 공사 업체로부터 종종 겪는다고 하니 건축을 계획하는 분이라면 반드시 계약서와 하자보수 이행 보증보험을 잘 챙기시길 당부드린다. 앞서 건축설계사로부터 겪은 건축은 신뢰다! 글에서 언급했듯이 건축업자와 건축주 간의 신뢰가 절실하다. "건축은 원래 그래"라는 식의 건축업이 하대되는 일은 없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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