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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신뢰다!

건축 설계사와의 새로운 만남

토목공사 첫 삽을 퍼 올리던 날,
우린 공사 현장을 떠날 수가 없었다.

행운이 항상 내 편은 아니다. 고난을 겪으면 심지가 더 단단해진다고 했던가?

장로님의 큰 결정으로 인감증명과 주민등록등본까지 흔쾌히 내어 주어서 배수로 사용 승낙서가 해결되었다. 자칫 공사 시작도 못하고 포기해야 할 위기에서 정면돌파가 우릴 구했다. 코너로 몰린 쥐 앞에 새로운 문이 열린 것이다. 마법처럼.

배수로 문제가 해결된 기쁨도 잠시, 한고비를 넘겼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또 있다.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거짓말까지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건축 설계사와의 계약 파기는 5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탁월한 결정이었다. 만약 선 지급된 돈이 아깝다고 마냥 기다렸다면 더 큰 문제에 맞닿았을 것이다. 건축이 순서대로 진행되어야 하는 건축주로서는 정말 소름이 돋을 일이다. 우리는 거듭된 고난을 계기로 일을 의뢰할 때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신뢰할 수 있는 건축 설계사를 찾기 위해 지인들을 총동원하여 수소문했다. 인터넷, 전화번호부 찾아가며 전화를 돌렸지만, 설계 중간 단계라 맡을 수 없다는 업체, 비용을 너무 비싸게 부르는 업체, 날짜를 너무 길게 잡는 업체 천차만별이었다. 마침 제시하는 설계비용과 우리가 원하는 날짜를 맞춰줄 수 있다는 건축 설계사와 미팅을 잡았다. 건축 설계사 대표가 현장에 나가 있다 보니 시간이 여의치 않아 밤 10시 미팅 약속을 잡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졸린 눈을 비비는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시골길을 달렸다.


새로이 만난 건축 설계사 대표는 우리가 원하는 공간에 대해 잘 이해했고, 신속했다. 파기된 곳에서 1달 넘게 허비한 시간을 만회라도 하듯 1주일 만에 제대로 된 설계도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설계도 수정도 우리가 일일이 찾아가지 않아도 메일로 파일을 수시 확인할 수 있었다. 업무처리에 신뢰가 갔다.


토목설계 / 토목공사 상담중

토지 사용 승낙서가 첨부되고 나니 토목설계에 따른 공사 허가가 바로 나왔다. 이제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토목공사를 의뢰하려고 하니 그들만의 언어가 어려웠다. 일단 용어부터 익혀야 했다. 도서관에서 우리 형편에 맞는 건축과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았고 용어를 익히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잊어버린 용어들도 많지만, 그들만의 언어를 아야만 말이 통했다. 건축용어가 유난히 일본 말이 섞여 있다. 평상시 우리가 쓰는 언어는 아닌지라 단어를 이해하는 데 한참 걸렸다. 우린 보통 두께를 '몇 cm'라고 하는데 공사 현장에서는 '몇 전'이라고 했다.


드디어 공사 시작이다. 공사가 2달 연기됐지만, 우리 인생에 '착공'이란 단어가 이렇게 감격으로 다가올 줄은 몰랐다. 목사님을 초청하여 착공 감사 예배를 드렸다. 공사가 탄탄대로처럼 잘 풀리길 축복해 주셨다. 동네 어른들께 공사의 불편함에 대한 양해를 구하며 떡도 돌렸다.



토목공사 첫 삽을 퍼 올리던 날, 우린 공사 현장을 떠날 수가 없었다.

지난 5년 동안 전원주택 꿈을 이루기 위해 찾아다녔던 수없이 많은 시간, 행운과 고난이 번개 치듯 다가왔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포클레인으로 땅을 퍼 올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리 가정의 꿈이 이루어지는 이 순간을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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