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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으로 보라

프레임으로 보는 세상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열쇠다.

세상을 볼 때 한 번에 얼마나 많은 것을 볼 수 있을까?

네이버 삼촌에게 물어보니 사람에 따라 더 멀리까지 보기도 하지만 3km까지는 볼 수 있다고 한다. 날마다, 매 시간마다 멀리까지 눈으로 보고 스캔하는 눈은 얼마나 대단한가? 하지만 많은 것을 눈에 넣다 보니 자연히 흘러가는 것들도 많을 것이고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도 많을 것이다. 


프레임으로 보라!


나에겐 작은 습관 하나가 있다. 넓은 것을 쪼개어 보고 자세히 보는 습관이다. 언젠가부터 이것이 내 삶 깊숙이 들어왔다. 큰 그림 속에 작은 그림을 들여다보는 일은 제법 삶에 유용하다. 예를 들면 자녀 양육에서도 그렇다. 아이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때론 화가 날 때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1.'왜 지금 공부를 안 하고 멍 때리고 있지?'

2.'왜 엄마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만화책에 빠져있지? 내 말이 말 같지 않나?'

1,2번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모르나 있는 그대로 해석하자면 아이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딴짓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을 프레임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다 보면 화가 난다. 옆에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다른 아이도 보일 테고, 잔뜩 쌓아 놓은 책들이 보일 것이다. 선생님이 내 준 과제도 눈에 보일 테고, 외출하고 돌아온 직후라면 밖에서의 옷을 벗지도 않은 채 바닥에 철퍼덕 자리 잡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많은 엄마들이 이 상황이 되면 큰소리가 먼저 나가게 된다. 나 또한 그렇다. 아이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엄마의 큰소리는 한 번, 두 번에 이어 잔소리가 1절 2절 줄줄이 사탕이다. 이쯤 되면 아이와 나와는 서로 지지 않으려고 말로 할퀴고, 찢는 전쟁터가 될 터이다.


이때 숨을 한번 골라보자. 1초, 2초, 3초

한참도 아니다. 딱 3초만 세어보면 고함쟁이 엄마처럼 쏟아져 나올 말들이 쏙 들어간다. 그리고 프레임을 아이에게 비춰보면 좋다. 프레임으로 아이에게 초점을 맞추어 보면 1번의 경우는 이런 생각이 올라온다. 

'ㅇㅇ가 밖에서 힘들었나? 괜찮은지 물어볼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조심스럽게 아이의 상황을 물어보게 되고 아이는 별일 아니라는 듯 얘기할 것이다. 


2번의 경우는 어떤가? 프레임으로 아이에게 초점을 맞추어보자. 자세히 보니 아이가 보는 만화책이 학습만화다. 뭔가 재미있고 클라이맥스를 보고 있나 보다. 어쩜 엄마가 말하는 것도 못 듣고 집중을 하고 보고 있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다 보니 한마디 한다. "ㅇㅇ야! 재밌나 보구나. 어쩜 우리 ㅇㅇ는 엄마 소리가 안 들릴 만큼 몰입도 잘하는구나!" 


아래의 사진에서 당신은 무엇이 보이는가? 


아마도 프레임에 더 관심을 갖는 이도 있을 테고, 프레임 밖에 있는 것으로 더 시선이 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는 꽃 뒤에 처진 어깨의 행인에게 더 눈길이 간다... 무슨 고민이 있을까?


매실나무 한그루가 있다. 그냥 딱 보아도 평범한 매실나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홀로 대롱대롱 달려있는 매실 한 개가 보인다. 외롭다고 해야 할까? 자유로우며 당당하다고 해야 할까?

둘이 사이좋게 달린 매실도 보인다. 여럿이 옹기종기 모인 가족 같은 생각이 드는 매실도 있다. 북적북적 활기차다고 해야 할까? 뿜 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직전으로 보인다고 해야 할까? 

프레임으로 보는 것이 일상생활에서 익숙해지면 프레임 없이도 눈에 보이는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그동안 지나쳤던 많은 것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오늘 아침 담장 밑에서 본 호박잎이다. 새벽에 이슬이 내렸는지 호박잎 주변으로 또르르 말린 물방울들이 보인다. 어쩜 호박잎 전체도 아니고 누군가가 일부러 스포이드로 물을 장식한 듯하다. 예쁘다. 앞의 호박잎뿐만 아니라 자세히 보니 호박잎마다 가장자리에 물방울이 수 놓여 있다. 남편 출근하는 마중길에 만난 호박잎 덕분에 자연의 신비로움을 또 한 번 느낀다. 


코로나 19로 북적북적 아이와 부대끼다 보면 짜증이 먼저 올라올 때가 많다. 잔소리 1절 2절 쏟아지기 전 프레임을 떠올려 보자. 더도 덜도 말고 딱!! 3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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