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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목표는 안녕하십니까?

당신의 자동분류기는
어떻게 작동되고 있나요?

글쓰기 과정을 지도하다 보면 의외의 말을 듣곤 한다.


"글을 쓰고 싶었는데 사실 글쓰기보다 다른 게 더 하고 싶습니다"

"글 별로 쓰고 싶지 않아요"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 사실 뒷골이 당기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제 여러 번 듣고 익숙하다 보니 '옳다거니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요즘 코로나 19로 외부활동에 제한을 받다 보니 딱히 호소할 곳도 홍보할 곳도 없어졌다. 시내를 다니다 보면 즐비하던 현수막들도 많이 줄어든 것이 눈에 들어온다. 그도 그럴 것이 거리에 다니며 현수막을 보아줄 사람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줄다 보니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싶다. 만남도 얼굴을 보기보다는 카톡이나 sns에 올리는 글이 대부분의 소통이다. 글을 올리다 보니 의사전달이 잘 안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말할것도 없이  글쓰기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되어 글쓰기 과정의 책이나 수업, 컨설팅 과정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글쓰기를 하고 싶다고 내게까지 흘러 온다. 수업을 받으면서 빛나는 글, 전달력 있는 글, 눈에 띄는 깔끔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음을 알게된다. 수강 후 글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거나, 글을 간결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고 신기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1/3은 글을 쓰고 싶어 왔지만 정말 하고 싶은 것은 글쓰기가 아니었다고 고백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글쓰기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글쓰기가 꼭 필요하고 배워야 하는 것은 맞는데 지금 더 하고 싶은 다른 것이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처음엔 이런 반응에 살짝 당황했다. 글쓰기 하러 왔으면 글을 써야지,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뭐란 말인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어느 날인가 알게 되었다. 글을 쓰기 이전 깨달아야 하는 것은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도 하지만 나의 위치를 먼저 알고 나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길이 정확히 보이게 된다.


이런 경우 글쓰기 수업을 중단할 것인지, 아니면 그래도 해야 한다고 설득할 것인지 잠시 망설여질 것이다. 나 또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글쓰기였는지 반문할 때가 오지만 오랜 경험이 쌓이다 보니 그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되었다.


그럼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글을 가르치겠다고 불타오르는 의지는 잠시 뒤로 고, 수강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가 진정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 실마리가 보이는 지점에 와 있는 것이다. 수강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공감하며 같이 느끼다 보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게 된다.


연세대 권수영 교수는 공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공감이란 상대방이 "난 지하실을 들어가는 것이 무서워"라고 말을 했을 때 "그렇구나! 지하실이 무섭구나! 나도 그래"라고 말하고 고개 끄덕이며 반응해 주는 것이 끝이 아니다. 상대방이 지하실로 내려가는 것이 무섭다고 했을 때 함께 지하실로 들어가 주는 것이 진정 공감이라고 말이다. 몇년 전 이 말을 들었을 때 적지 않게 혼동이 왔다. 지금까지 내가 진심으로 공감한 사람이 있었을까? 하고 말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쓰기가 어렵고 다른 것을 더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상대방의 이야기를 더 들어주고 함께 할 수 있는 공감의 단계까지 갔다면 그 해답은 바로 눈앞에 있다. 글쓰기 또한 치유의 과정이다. 글을 쓰다 보면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나를 발견하게 되고 내가 진심하고 싶었던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요즘 만나고 있는 20대 A 씨의 글쓰기가 그랬다. 글을 쓰고 싶다고 코칭 과정을 요청했지만 뜬구름 잡는 시간이 속절없이 흘렀다. 3주 차 열심히 준비한 강의자료 2쪽에서 우린 한 동안 머물러야 했다.


당신의 자동분류기는 어떻게 작동되고 있나요?

<당신의 이유는 무엇입니까?> 62쪽 중에서_작가:조태호


이 질문에 대한 이야기가 한 시간 넘게 이어졌고, 선택에 오류가 있었음을 직시하게 된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음악이었다는 것, 하지만 지금 준비되어있는 것은 아기가 기어가는 수준이라고 상기된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나는 이때를 놓칠새라 낙담할 필요는 없다. 목표를 다시금 정하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음악 실력을 어떻게 갖출 것인지?

직업으로 가져갈 것인지?

내 삶의 윤택함을 위한 취미로 가져갈 것인지?

목표를 다시금 점검하게 되었다. 목표를 점검하다 보면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당장 실천해야 할 순서를 알게 된다.


A 씨는 실망이 클 법도 한데 오히려 감사하다며 꾸벅 절을 했다. 흩어져 있는 생각들을 모으고 정리하는데 너무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2가지 약속을 내어 놓았다. 지금부터 100일 동안 매일 글쓰기를 할 것이고 내게 글을 보내주기로, 100일이 되기 전까지 음악을 만들어 내게 선보이겠다고 했다.


"할렐루야!!"

감격이었다. 감탄이 저절로 외쳐졌다.


수업이 끝나고 벅찬 마음에 잠이 오지 않았다. 나의 방황하던 20대를 끊임없이 떠오르게 했던 A와의 대화는 삶의 희망을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리라. 잠자기 전 그의 마음을 담은 글이 내게 배달되었다.


제목은 '마침표'

매일의 삶이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인생이지만 후회 없는 오늘이 되기를 바라는 자기의 생각을 오롯이 담은 글이다. 어쩌면 그의 삶의 희미한 목표가 명확해졌음을 알고 두리뭉실 넘어가던 현재에 마침표를 찍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0의 위치에서 이제 1의 위치에 와 있다고 감사해하는 A의 삶에 나와의 글쓰기가 한줄기 빛이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2021년도 1분기의 끝자락이다.

당신의 위치는 어디에 와 있는가? 목표가 있다면 그 목표의 현재 위치를 점검해 보자. 글쓰기이건, 예술이건, 사업이건 목표를 정했다면 현재 실천해야 할 것을 다시금 정하고 루틴처럼 가져가 보자. 12월이면 안녕한 내 삶을 보게 될 것이다.


무엇이든 해 봐야 해낼 수 있다.
경계 안에서
두려움을 회피한 대가는,
선 밖으로 한 번도 나가지 못하는
초라한 자신이다.
<당신의 이유는 무엇입니까?>
90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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