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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가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와우~

복숭아, 천도복숭아, 수박...

여름 과일들이 매대마다 한가득입니다.

새삼 처음 마트 나온 시골 아낙처럼 싱싱한 과일에 눈길이 가고 마음을 사로잡네요.


어쩌다 마트에서 글 쓰는 아줌마가 되었네요. 이게 무슨 코스프레인가 놀라지 마세요. 너무 좋네요^^

밖은 33도 폭염에 도서관은 방역 시간, 내게 주어진 1시간 동안 뭘 할까 고민하다 짬 내어 마트에 왔습니다. 고기 없인 밥이 안 넘어가는 아이들 위해 고기라도 사가려고요. 지금 온라인 수업으로 열 일 중이니 잘 먹여야지요.


마트 들어서자마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반겨주네요. 이건 피서가 따로 없는 꿀잼이에요. 시원함 한껏 들이키며 카트를 살살 밀고 갑니다. 제일 처음 나를 반겨주는 건 제철과일이네요.


음... 상큼한 향에 발걸음이 멈췄어요. 어떤 걸 살까? 두리번거리다 팩에 담긴 것 한 번 보고, 매대에 쌓인 것 한 번 보고... 역시 싱싱함 그 자태를 뽐내고 매대에 포개져있는 과일이죠.


빨강, 노랑, 푸르름이 뒤섞인 아이 중 무얼고를까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여러분은 어떤 과일을 고르나요?" 

전 굵고 맛 좋아 보이는 빛깔로 고릅니다. 향도 맡아봐야죠. 달콤한, 시큼한, 달큼한, 풋풋한, 은은한... 어떤 거라도 좋아요. 오늘의 기분에 따라 고르면 되죠.


10개 7,800원.

고르고 골라 열심히 담아봅니다. 8개 까지는 고르는데 거침이 없습니다. 그런데...

9개, 10개는 고민 좀 해야겠네요. 이것, 저것 살피고 비교하며 드디어 9개째 복숭아를 골랐어요. 음... 하지만 10개 마지막 복숭아는 고를 수가 없네요. 붉고 맛 좋은 아이를 들려는 순간 옆에 있는 복숭아가 말을 겁니다.

"내가 더 크고 맛있어"

자세하 보니 그런 것 같아서 옆의 복숭아를 잡으려는 찰나 저 멀리 복숭아가 간절한 눈빛으로 말합니다.

"나를 보아욧!! 내가 여기서 젤 크고 맛있어요. 향도 끝내준다고욧!"

멀리 쳐다보니 정말 더 굵고 맛있어 보이는군요.


'아... 이를 어쩐담. 마지막 복숭아 한 개 뭘 고를까?'


전 과일 고를 때 마지막이 젤 어렵더라고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바쁜 시간 뭘 그런 고민 하냐며 웃으시는 거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내 가족, 내 아이가 먹을 거라서 고민이 좀 됩니다. 아이는 복숭아 먹으며 말하겠죠.

"엄마, 복숭아 어디서 샀어? 진짜 맛있다. 빛깔도 예쁘고 향도 좋네" 하고 말이죠^^


매대에 어정쩡 서서 핸드폰 두들기는 사람이 있다면 놀라지 마세요. 저처럼 열심히 지금 생각난 순간을 기록하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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