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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야, 여름휴가 돌려줘!

코로나 시대,
누구나 겪을 만한 여름휴가의 비애

코로나가 시작된 이래, 휴가다운 휴가를 지내본 적이 없다. 2020년에도 8월에 코로나 대확산이 이어져 아이들과 꼼짝없이 집콕의 연속이었고, 이번 2021년도 7월부터 4차 유행 확산에 온라인 수업을 끝으로 방학을 맞이 했건만 휴가는커녕 사람이 모이는 곳은 어디든 갈 수가 없다.


아이들이 여름을 기다리는 건 역시 물놀이가 최고 일 것이고, 여행지를 다니며 맛있는 것 먹는 먹방의 재미일 텐데 이마저도 포기한 지 오래다. 그나마 작년까지만 해도 마당에 풀장 펴고 더위를 식히던 아이들이 방탈출을 외친다. 마당이 아닌 바깥세상으로 가고 싶다고...


남편과 얘기를 나누다가 먹먹한 마음이 가슴을 후볐다.

" 아이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나으면 자녀에게 추억을 말할 때 뭐라고 할까?"

"아빠는 말이야 어릴 때 코로나로 집에만 있었어 라고 하겠지"


참 가슴 아픈 일이었다. 기성세대는 열심히 "라테는 말이야"를 외치며 도랑에서 물고기 잡던 일, 수영장에서 하루 종일 놀다 손과 발이 불어서 쪼글 해진 일, 방학이면 동네방네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놀다가 엄마가 부르면 집으로 간 일이며, 학교 수련회, 교회 수련회, 어느 단체 수련회, 캠프파이어를 하며 밤하늘을 올려다본 이야기 등 또래들과의 북적북적 땀냄새로 가득했던 여름 추억이 있지만 지금의 아이들에겐 그 어떤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마음이 울적해졌다. 여름휴가는 시작인데, 방콕 하며 방바닥만 등지고 있을 생각에 잠시 바닷바람이나 쐬고 오자며 시동을 걸었다. 목적지는 나의 아지트다. 엄마로서 지칠 때면 한 번씩 지인들과 갔던 인천 어느 섬으로 드라이브 가자고 했다. 그곳에는 바다가 있고, 산이 있고, 신선한 해물 음식이 가득한 곳이다.


잠깐의 외출이지만 콧바람에 바닷바람을 쐬어줄 생각에 출발은 근사했다.

하. 지. 만

내내 찜통더위를 불사하던 날씨가 꾸물꾸물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아지트를 찾을 때마다 맑은 하늘의 바다가 익숙했던 나는 괜히 실망하며 트레킹도 못한다고 속상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내 마음과는 달리 집 밖으로 나온 것만으로도 좋은지 남편과 아이들은 안개 낀 바다도 괜찮다고 했다.

바다를 거닐며 발도 담그고, 물수제비를 뜨며 하하호호 시간을 만끽했다. 다행히 해수욕장이 아니기에 관광객도 드물고, 우리들만의 바다를 거니는 멋진 시간이었다. 슬슬 배가 고파오자 이제 저녁 먹고 집으로 가자며 바다, 갈매기와는 안녕을 외치며 아쉽게 돌아섰다. 아쉽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남은 것을 다행이라 여기면서 긴 다리를 건너왔다.

나는 이곳을 찾을 때면 해물 가득한 음식 맛에 모든 시름이 소화되는 듯한 착각을 느낄 만큼 싱싱한 바다음식이 좋았다. 오늘도 해물 한가득 저녁상이면 비가 온 것도, 바다 캠핑을 못한 아쉬움도, 해수욕을 포기한 마음까지 누그러질 수 있으리란 기대로 늘 가던 횟집으로 향했다. 섬을 나가는 길목에 있는 횟집이라 불이 켜진 다른 곳은 휙휙 지나갔다.


구비구비 산길을 지나 드디어 음식점에 도착했다.

시간은 7시 20분.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식당 입구를 들어서는데 음식점들이 어둡다. 간판이 켜져 있는 곳도 있지만 꺼진 곳이 더 많이 보였다. 침 꿀꺽 삼키며 기대했던 그 음식점도 불이 꺼져있다...


아니, 이럴 수가!

분명 섬을 들어오기 2시간 전만 해도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는데, 불이 꺼져있다니...

불이 꺼졌다고 하니 남편은 그냥 지나친다. 다음 집도 그다음 집도... 골목 안쪽은 네온사인이 켜진 곳도 간간히 보이긴 했으나 실망감에 차를 세우지도 못했다. 우린 그대로 꺼진 식당 불을 연속 맞이하며 집까지 오고야 말았다. 서운한 마음에 벌써 입이 댓 발 나온 나를 보며 남편은 서둘러 쌀을 씻었다. 나와 아이들은 짐을 정리하고 씻고 나서야 늦은 저녁상을 차렸다.  


맛있는 산해진미를 먹을 생각에 꾹꾹 참으며 견뎌왔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졌다.

휴가 때만 기다렸는데... 날씨도, 기분도, 음식점 조차도 내 맘같이 되는 게 없다. 

먹고 싶었던 해물탕: 예전에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걸 찍어두고 다음에 오면 꼭 먹겠다고 했었는데, 식당 문이 닫쳐서 못 먹음. 또 다음 기회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건만,

나는 아이처럼 오늘 재미없었다며 입을 한 발은 내밀었다. 지나치는 남편에게 차마 세우라고 말하지 못한 상황이 속상하기도 하고, 코로나로 식당 가는 일조차 수월하지 않음이 화가 나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한참 휴가객들로 북적였을 텐데... 속상해하는 내게 이런저런 말로 가족들은 돌아가며 위로를 한 마디씩 한다. 


"코로나 4 단계니 어쩔 수 없지 뭐"

"엄마, 그래도 나는 좋았어"

"다음에 또 가지 뭐"  


"그래도 이건 아니지. 코로나야, 내 여름휴가 돌려줘!!"


여러분은 여름휴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36도를 오르는 무더운 날, 집콕이지만 에어컨으로 만족해야 한다니 코로나가 밉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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