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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아기오리

나 혼자도 괜찮아!

여름을 알리는 해가 반짝이던 날, 엄마 오리는 알을 품고 있어요. 알을 품느라 곡기가 끊긴지도 수어 날이 되었어요. 엄마 오리의 눈은 퀭하니 움푹 들어가고 입은 바짝바짝 말라갔어요. 

"이제 아가들이 태어날 날이 됐는데... 아가들아 어서 알을 깨고 나오렴."

엄마 오리는 품고 있는 알을 쓰다듬으며 세어보았어요. 한 개, 두 개, 세 개, 네 개, 다섯 개, 여섯 개, 일곱 개... 품고 있는 알은 모두 일곱 개였어요. 

"휴~ 다행히 알은 다 있구나"

엄마 오리가 알을 세며 깊은 숨을 내 쉴 때였어요.

"찌지직... 톡톡"

알 하나가 갑자기 흔들리더니 깨지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어머나, 드디어 아가들이 태어나려는구나! 아가야 반갑다. 어서 나오렴" 

엄마 오리의 환영을 들으며 첫 번째 아기오리가 태어났어요. 기쁨도 잠시 알들이 여기저기서 톡톡 소리를 내며 알에서 깨어 나오기 시작했지요. 따뜻한 해가 비추던 초 여름날, 엄마 오리는 그토록 기다리던 아기 오리들을 맞이 했어요. 좀 늦긴 했지만 마지막 일곱 번째 알도 낑낑 거리며 알을 깨고 나왔어요.


엄마 오리는 아기 오리들을 온 동네에 자랑하고 싶었어요. 첫째 오리부터 줄을 세워 마당을 나오며 큰소리로 외쳤죠. 

"여러분 아기오리들이 태어났어요. 일곱 마리 모두 건강하게 태어났답니다." 

엄마 오리의 힘찬 소리를 듣고 농장 한편에 있던 닭 아줌마가 말했어요. 

"아휴, 고생 많았어. 알 품느라 얼굴이 많이 핼쑥하네. 어서 호숫가에 가서 수영도하고 물도 마시구려. 그런데... 막내는 힘이 좀 없어 보이는군" 

닭 아줌마의 말을 듣고 고양이가 끼어들며 말했어요. 

"야옹~ 막내는 생긴 것도 참 못생겼군. 엄마를 안 닮았다냥"

농장을 지나가는데 동물들마다 막내에 대해 한 마디씩 했어요. 언니 뒤를 따르던 막내는 그만 주눅이 들고 말았답니다. 어디라도 숨고 싶었지만 아직 다리에 힘이 없어 숨을 수도 없었어요. 연못가에서 언니들은 열심히 수영을 하지만 막내 오리는 수영도 재미없었어요. 풀숲에 앉아 하늘을 보니 해가 뉘엿뉘엿 지며 붉으스름한 빛깔이 보였어요. 


해님, 당신은 붉은빛을 품은
우주의 여신이군요. 
붉은빛은 비단결이요,
지평선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수줍어 바람처럼 사라져 간
신기루 같아요.


막내 오리는 수영보다 해를 바라보며 감탄하는 일이, 연못가에 핀 아이리스를 보며 얘기 나누는 것이 더 재밌었어요. 하지만 이런 막내를 보는 엄마 오리는 조금씩 마음이 상하기 시작했어요. 

"막내야, 연못에 왔으면 수영을 해야지 왜 물에 들어오지 않니?"

언니들도 이구동성으로 수영을 하지 않는 막내 오리에게 핀잔을 주었어요. 

"아휴, 막내 때문에 창피해 죽겠어. 수영도 못하고, 얼굴도 밉고, 다리는 또 왜 그리 짧은 거야" 

"막내는 수영도 못하면서 시만 읊고 자기가 무슨 시인인 줄 아나 봐요"

"엄마, 우리 막내 연못에 두고 가면 안돼요?" 

셋째 오리의 툴툴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엄마 오리는 타일렀어요. 

"셋째야, 그래도 네 동생인데 잘 어울려야지."

그렇게 말은 하지만 엄마 오리도 막내 오리가 이해되지 않았어요. 

'도대체 막내는 누굴 닮은 거야? 쯧쯧...'


그렇게 막내 오리는 못생기고, 수영도 못한다는 이유로 언니들의 괴롭힘이 점점 심해졌어요. 하루는 엄마 오리가 잠깐 농장에 간 사이 오리들이 먹이를 먹고 있는데 막내 오리와 여섯째 오리가 살짝 부딪쳤어요. 여섯째 오리는 아프다는 듯이 큰소리로 엉엉 울었죠. 

"앙앙, 언니들 막내가 나를 밀쳤어. 으앙~~"

"뭐라고? 막내가 널 밀었다는 거지? 에잇 잘됐다. 막내 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미움받는지 알아? 어디 혼좀 나봐라." 

첫째 오리는 막내 오리를 있는 힘껏 바닥으로 밀쳤어요. 그 바람에 막내 오리는 바닥에 나뒹굴었고, 힘없이 주저앉고 말았어요. 이때다 싶었는지 둘째 오리도 막내 오리에게 다가가 머리를 쥐어박았어요. 그 후 셋째, 넷째, 다섯째... 마지막 여섯째 오리가 막내를 쥐어박으려고 발을 들어 올렸을 때 우연히 이 광경을 보던 농장 여주인이 놀라서 소리쳤어요. 

"어머, 이 오리들 정말 큰일 나겠네. 사이좋게 지낼 줄 알았더니 왜 막내 오리를 괴롭히는 거야? 이러다 막내 오리가 죽겠어. 이놈들 저리 가!" 

하며 농장 여주인은 언니 오리들을 막내 오리에게서 쫒았어요. 막내 오리의 머리에서는 피가 흘렀어요. 이를 본 농장 여주인은 화가 나 소리쳤죠. 

"막내 오리를 이대로 두었다간 정말 큰일 나겠어" 


농장 여주인은 급하게 농장 주인을 불렀어요. 그리고는 막내 오리를 옆에 비어있던 닭장에 옮겨주었죠. 막내 오리가 넘어져 다친 다리에 천으로 감싸주고, 머리에 흘린 피도 닦아주었어요. 그리고 맛있는 물고기도 가져다주었죠. 언니들의 괴롭힘에 시름시름 앓던 막내 오리는 농장 부부의 보살핌을 받으며 가까스로 살아났어요. 하지만 막내 오리는 언니 오리들과 엄마 오리를 찾지 않았어요. 혼자 있는 것이 너무 다행으로 여겼던 막내 오리는 차츰 기운을 차리며 삐쩍 말라 붙었던 살이 통통하게 올라왔어요. 기운을 낸 막내 오리는 농장 여주인에게 말했어요.

"저에게 새 보금자리를 주어서 감사합니다. 저 때문에 언니들이 미움을 받는 것 같아 미안했는데, 전 혼자 있는 게 더 좋아요." 막내 오리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농장 주인은 막내 오리를 다시 오리네 집에 보내지 않았답니다. 그 후 막내 오리는 아름다운 시를 읊으며 날마다 행복한 날을 보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싫어하는 수영을 안 해도 되어서 정말 좋았어요. 


무더운 여름날, 연못가에 수영을 가는 엄마 오리와 언니 오리들을 보며 막내 오리는 생각했어요. 

'왜 오리는 수영을 좋아해야 해. 나는 예쁜 나비, 지나가는 바람, 윙윙거리는 꿀벌과 세상 이야기하는 게 더 좋아. 언니들 수영 잘 다녀와요'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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