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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을 읽으며...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그림으로 깊은 사색을 들려주는 브런치 작가 '유랑선생'의 글에서 줌 토크를 한다는 소식에 앞뒤 볼 것 없이 시간이 가능한지만 생각하고 덜컥!! 신청했다. 나 또한 곧 나올 책을 교정 보며 시간이 무척 빠듯한 시점이었지만, 랜선으로라도 얼굴 보며 두 손 들고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작동했다. 브런치 작가라면 누구나 꿈꿀, 아니 브런치가 아니라도 작가, 혹은 작가 지망생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제8회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을 했기에 열일 제치고 내 손은 어느새 '신청'버튼을 꾸욱 눌렀다.


간단한 공지를 읽고, 미리 구입해둔 책을 책꽂이에 전시해 두고 이제나 저제나 함께 책 읽을 시간들을 기다려왔다. 함께 책 읽기 진행은 한 달 어스에서 주관하고 신청한 사람들이 카톡에 한 그룹으로 초대가 된다. 그곳에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잘 읽고 있다는 인증을 하고, 책 리뷰를 쓴다. 마지막엔 줌 공간에서 만나, 태지원(유랑 선생) 작가님의 미니강의를 듣고 질의응답도 이어질 예정이다.


6개월 동안 책 쓴다고 방콕 생활이 이어져 온 터라 입에 거미줄이 주렁주렁 한 즈음, 오랜만에 커뮤니티 공간에서 비슷한 생각과 궁금증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설렘 반 기대 반 가득이다. 기다리던 카톡 초대가 오고, 그렇게 3일 독서가 시작되었다. 연일 이어지는 카톡 알람은 꺼두고, 늦은 밤 올라온 글들을 보는데...

"아뿔싸"


책을 모두 읽고 한번 인증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3일 연속 리뷰 쓰고, 간단 느낌 올리고... 자기소개까지 다들 무척 열심히다. 과연 3일 미션을 완성할 수 있을지... 혹여 급하게 읽다가 체하지 않도록 마음을 가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 훅! 하고 내 이마에 부딪쳤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미처 '3일 연속 인증'이라는 문구를 간과한 내 처지를 탓하며 조용히 책을 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 원고 교정본을 목요일 오후 출판사에 넘겼기에 조급한 마음은 가라앉칠 수 있다.


책은 유랑선생 작가님의 브런치에서 늘 보아오던 필체라 익숙했지만, 초록색 면과 화풍으로 어우러진 책 표지는 따뜻한 느낌으로 가슴에 들어왔다. 이내 펼친 책에서 이 글을 쓰게 된 심정을 담은 프롤로그를 읽으며 수없이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을 작가님의 밤을 떠올려본다. 외로움을 달래거나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명화를 보기 시작한 것이 매거진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이라 했다. 그러고 보니 매거진의 제목이 그대로 책의 제목이 되었구나. 이 글은 일상 속 고민으로 시작해 그림을 통해 위로를 건네는 글이라고 한다. 작가님의 그림 위로가 나에게도 위로가 되길 바라며 깊은 심해 속 보물을 건져 올리듯 작가님의 마음을 느껴보아야겠다.


나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기며 읽었지만 나는 1장에서부터 멈추고 말았다. 열심히 바쁘게 살아온 어느 날, 작가님 스스로 '탁월하고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의문이 들며 생각의 꼬리를 열었다.


오랫동안 나는 '시시한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하며 살았다. 빛나는 누군가가 되고 싶었다. (15쪽)
시시한 사람=사랑받지 못할 존재라는 등식을 되짚어본다.


이 글이 내 마음속 깊은 먹물을 헤집어 놓는 듯했다. 나 또한 젊은 시기에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시시한 사람이 될까 무척 전전 긍긍했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존재라 스스로 자학하며 외로워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인정받고, 위로받으며 지금은 그 어떤 말에도 조금은 흔들리지 않고 담담해질 마음의 근육이 생겼지만, 작가님은 잘못된 등식으로 살아왔을 인생을 돌이켜 보도록 글을 통해 잔잔히 속삭여준다. 이어지는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통해 화려함과 초라함이 언제 올지 모르는 인생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배우는 마음으로 인생을 살고 싶다고, 자신의 자화상을 스스로 그리고 싶다고 전한다. (31쪽)


과거의 상처가 생의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일 것이다. 밥 먹는 습관, 화가 나는 때, 반복되는 패턴들... 2장에서 다루는 내용은 '상처가 아물지 않는 밤, 그림을 읽다'를 통해 벗어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말하고 있다.


'그래서'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83쪽)

이 말은 내게도 삶을 지혜롭게 넘길 수 있는 오래된 성찰로 깊은 공감이 갔다. 지난 과거를 생각했을 때 모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1장에서의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아울러 마음을 가다듬는 실습을 하는 마음으로, 아니 내담자의 마음으로 지금의 어려움을 문장 속에서 행복으로 바꾸어보는 실천을 담았다.

자신의 과거 상처가 지금 현재도 괴롭힘으로 다가온다면 작가의 조언을 따라 해 보자.


'과거의 나는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나는 행복해질 수 없다'를

'과거의 나는 상처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야기를 바꿀 힘이 있다.'로 말이다.


태지원(유랑선생)작가님의 책을 따라가다 보면 그림으로 어우러지는 Art Therapy를 받은 느낌이 든다. 깊은 심해 속 내 마음속까지 꿰뚫고 있는 족집게 같은 상담가를 만난 느낌이라고나 할까? 각 장마다 이어지는 문장들은 내 가슴에 파고들어 휘젓더니 이내 솜사탕처럼 달콤한 위안을 가져다주었다. 그것이 그림과 함께라니... 그 깊이 있는 고뇌의 내공을 만날 수 있음이 행운이 아닌가? 책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작가님의 브런치 글을 통해서도 꾸준히 만날 수 있으니 인간관계에서, 혹은 나 자신으로 인해 생채기가 날 때 한 번씩 읽어보자. 그 마음에 상처연고를 바른 듯 안도감이 들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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