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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께'

경기한국수필 신인상 기쁨을 아버지께 드립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저의 수상 소식 잘 들으셨죠?

글쓴다며 끄적이던 딸이 수필가가 되었어요.


얼마 전 병원에서 전해 들은 종양 이야기에 덤덤한 듯하시다가도 울적해하는 아버지를 위해 기쁜 소식을 직접 전하고 싶었어요. 딸들 모두 잘 살고 있으니 아버지 치료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이죠.


10월에 출간된 저의 책을 열심히 읽으며 어느새 딸의 글을 꼼꼼히 보시는 아버지를 뵈니 참 좋았어요. 이번 문인지 경기수필집도 돋보기 없이 술술 읽으시는 아버지를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요^^ 그나마 눈이 좋아서 저의 글을 볼 수 있으니 참 감사해요.


막내 얘기로는 전립선암은 치료 예후가 좋다네요. 아버지는 암이면 당장 저세상으로 갈 것처럼 걱정을 하시지만 호르몬 주사도 맞고 치료 잘하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하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값지게 살아보아요. 그나마 이렇게라도 아버지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딸들과 사위들에게 고마워하며 잘 지내고 있어서 더 감사해요.

사랑하는 엄마는 헤어질 연습조차 하지 못한 채 천국으로 보냈죠. 우리 모두 엄마를 잃은 슬픔에서 헤어 나오는데 10년이나 걸렸고, 이제 좀 살만하니 아버지와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어서 삶이 참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치료도 열심히 하도록 돕고, 아버지와의 추억도 많이 만들어 보려고요. 지금까지 내 꿈을 향해 달려왔다면 2022년에는 아버지와 함께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해 볼 거예요.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도 더 많이 할게요. 사실 전화로는 잘 안 나오더라고요. 자꾸만 울컥하는 마음이 들어서 우물거리다 말았어요.


아버지, 사랑해요!!

저의 경기한국수필 신인상 수상의 기쁨을 아버지께 드립니다.




적막감이 들 정도로 고요한 집안에서 요란히 들리는 건 키보드 소리뿐이다. 아이들은 알아서 아침을 챙겨 먹고 등교를 하고, 남편도 출근을 했다. 간밤에 글을 쓴다며 뒤척이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고, 느지막이 일어나 아점(아침 겸 점심)을 챙기고 있는데 핸드폰 벨이 울렸다.


웅~~~~~~~


울리는 폰의 화면을 보니 모르는 번호다. 요즘은 핸드폰 창에 상대방의 명칭이 보이기에 모르는 번호가 보이면 잠시 망설이게 된다. 1초, 2초, 3초... 망설이는 사이 '웅~~~~~~~' 거리며 세 번 더 울리고서야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혹시 백김치에 담긴 사랑을 쓴 분 맞나요?"

대뜸 내 글에 대해 물어보니 그 짧은 시간 파노라마처럼 빠르게 머리를 스쳐 지나간 것은 브런치에 글을 올린 것이 생각이 났고,

'출판사인가? 아님 신문사? 그분들은 내 휴대폰 번호를 모르는데?' 하는 생각이 들며

"네 제가 쓴 글 맞는대요"하고 짧게 답을 했다.

나의 대답이 어리둥절함을 알아챘는지 상대방은 다시금 묻는다.

"고경애 선생님 맞지요?"

"네, 제가 고경애입니다만..."

"축하드립니다. 선생님 글이 경기수필문학 신인상에 선정되었어요"

"네? 제가요? 정말요"

이후 이어진 감동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는 통화가 끝난 후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고, 공모전 주최 측의 말을 전했다. 경기 한국수필문학 공모전에 응모했는데 신인상에 선정되었고, 수필가 등단을 축하한다는 말이었다. 이번 공모전은 등단을 위한 신인상과 문학상 공모전이 같이 진행이 되었는데 문학상 공모했어도 될 멋진 작품이었다고, 선정 뒷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날의 신인상 수상 소식은 내 생일을 3일 앞둔 최고의 생일선물이었다. 그 감격에 브런치에 수상 소식을 올렸었는데 이후 코로나로 시상식은 하염없이 미뤄졌고, 위드 코로나 확산세에 조마한 마음으로 시상식이 개최되었다. 마침 수업이 있는 날이었지만 양해를 구해 날짜를 조정하고 시상식에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했다.


여느 날과 같이 머리를 감고 단정히 잔머리들을 정리하고 뒷머리를 깔끔히 올린 후, 스카프를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추운 날씨기에 목도리를 걸쳤다. 코로나 시대로 회색 그림자 같은 나날이지만 그래도 시상식이니 밝은 색을 입어야겠다는 생각에 파란색 외투를 걸치고 시상식 장소로 향했다. 도착하니 이미 많은 분들이 와 계셨고, 연로하신 분들이 많아서 자리를 잘못 찾았나 싶었지만 전면 플래카드에는 분명 내 이름이 적혀있었고, 등록자 확인에 수상자 꽃까지 가슴에 달지 않았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쭈뼛이 앉아 있었는데, 시상식이 시작되자 통과의례처럼 인사들 소개가 이어졌다. 그런데 인사들 소개가 몇 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 다 하는 것이 아닌가? 참 인사들도 많다 싶은 정도로 수필가, 시인, 시조시인, 소설가... 정말이지 소개를 안 할 수 없겠구나 싶어 열심히 듣고 있었다. 나 또한 얼마 전까지 브런치에서의 작가라는 호칭이 어색했으니 이런 분들 사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자리가 놀랍긴 했다.


이어지는 소개에 나는 눈이 동그래지고, 귀가 뻥 뚫렸다.

'이런 분들 사이에 내가 앉아있다고?' 하며 말이다. 대표적으로 기억에 남는 작가님 두분을 소개하자면 1950년 전쟁 발발 당시 육군 예비사관학교 1기생 장교 1,000명을 전쟁에 투입시켰는데, 2021년 현재 유일한 생존자인 이창식 고문이 계셨고, 영화 '말모이'의 배경이 되었던 한글학회 회원분도 계셔서 이런 고문들이 계신 곳에 내가 앉아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기도 했다.

사진_옥창열 작가님(경기한국수필가협회)

소개가 끝난 후, 한분 한분 이름이 호명되어 상장과 상패를 전달하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문인지에 실린 수상소감을 말하려니 문학 고문님들 앞에서 새내기 수필가인 내가 소감을 말한다는 것이 한없이 고개가 숙여져 간단히 인사를 드리고 내려왔다.


"이렇게 대단한 문학 고수님들이 모여 계신 이곳에서 무대에 올라와 상을 받는다는 것이 감회가 남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존경의 마음을 가득 담아 드리며 수상소감을 마치겠습니다."

<경기수필 신인상 소감문 전문>
남편의 직장 탈출을 꿈꾸며 나의 글쓰기는 시작되었다.
남편의 퇴사를 바라는 콘셉트의 글이었는데, 코로나 19로 출간 계약이 무산되고, 출강하던 강의도 멈춘 상황에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글쓰기였다.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며 글이라는 심해(深解) 속으로 빠져들게 된 계기다.
글을 쓸 때면 내 안의 타임머신을 마주하게 된다.
천국에 계신 엄마를 떠올리고, 어린 시절을 그리며 내 마음 깊은 상처는 아물기 시작했다.
상처 치료제인 엄마의 사랑을 ‘백김치에 담긴 사랑’이란 글에 쏟아부었고,
제38회 경기수필 신인상을 받는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코로나19 위기를 글 쓰는 몰입의 시간으로 바꾸고, 그렇게 시작한 글은 수필, 시, 자녀 양육, 경제 글까지 꾸준히 쓰게 되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경제 책을 출간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되었다.
코로나 시대에 좌절하기보다 더 많은 이들이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여는 행운의 주인공이 되기를 소망한다.
제38호 경기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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