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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와 파운드가 만났을 때

글과 브런치(요리)의 브랜딩

책쓰기 수업의 시작


매주 화요일에는 책 쓰기 수업이 있다. 처음 책 쓰기 의뢰를 받았을 때 장소를 스터디 카페로 물색했지만 의뢰한 수강생이 1:1 수업을 원했고, 자주 만날 수가 없어서 '하루'라는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긴 시간으로 인해 수업 중 간식과 점심을 해결해야 했고, 스터디 카페-식당-스터디 카페로 장소를 옮겨 다니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차선책을 찾다가 홈카페를 생각하게 되었다. 마침 지인이 홈카페를 하고 있었고, 코로나 시대라 이곳저곳 장소를 이동하는 것에는 큰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홈카페 또한 주어지는 양질의 식사에 대한 보답과 장소를 하루 종일 단독으로 써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쉽게 말을 할 수가 없었는데, 수강생의 제안으로 과감한 선택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모두의 거실' 책 쓰기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2021년 4월에 홈카페와 수강생, 그리고 나의 책 쓰기에 대한 계약서를 주고받으며 준비에 들어갔다. 개인의 일정과 준비과정을 마치고, 나의 책<용돈 교육은 처음이지?> 1차 원고가 마무리되던 시점인 8월에 방구석 책 쓰기 1기를 시작했다. 그간 격주로 만났고, 얼마 전부터는 매주 화요일 만나 책 쓰기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바나나와 파운드빵의 브랜딩


사실 책 쓰기와 브런치(요리) 과정을 브랜딩 한 프로젝트를 지나오며 나는 바나나와 파운드가 만났을 때라고 말하고 싶다. 바나나는 껍질만 까면 그냥 먹을 수 있는 아주 간편한 과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오븐이나 프라이팬에 구워졌을 때 더 달콤한 맛이 난다. 혹은 샐러드에 이용하기도 하고 케이크에 토핑으로 장식되기도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물론 건바나나를 와인이나 맥주 안주로 사용하는 것도 활용가치는 좋다. 


하지만 바나나는 요리 재료로서 끓이거나, 굽거나, 찌거나 무엇인가 다양하지 않다. 이런 재료가 밀가루와 만나 그 고유의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살려 바나나 파운드로 재 탄생되었을 때의 격한 감동은 감히 상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첫 베이킹을 접했을 때가 이 바나나 파운드다.


베이킹이라고는 들어도 보도 못한 내게 아는 동생이 복지관에서 만들었다며 포일에 싸인 바나나 파운드를 내게 내밀었다. 빵이라고 하면 빵집에서 사 먹는 걸로 알고 있었던 나는 아는 동생이 내민 파운드 한 조각을 입에 넣은 순간 이걸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궁금증이 봇물처럼 터졌고, 우린 바로 시간 약속을 잡아 바나나 파운드 만들기에 돌입했다. 제대로 된 오븐은커녕, 토스터 겸용으로 사용하는 미니 오븐에 파운드 틀 대신 은박 도시락을 이용해 파운드 반죽을 붓고 빵이 되기를 기다렸다. 빵 반죽이 미동도 하지 않기를 잠시 후, 해가 산 위로 슬며시 고개를 내밀듯 반죽이 수줍은 듯 봉긋 올라오며 뿜어져 나오는 버터의 향은 온 방 가득 마법의 주문에 빠져드는 몽롱함까지 가져다주었다.


글과 브런치(요리)의 브랜딩


그렇게 완성된 바나나 파운드는 밋밋한 빵에 바나나의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가득 품은 채 내 눈앞에 놓인다. 빵 반죽과 바나나가 컬래버레이션한 새로운 브랜드 바나나파운드가 만들어진 것이다. 나는 이 위대한 순간이 글쓰기와 브런치(요리)의 컬래버레이션 같다. 요리는 음식점에서 먹을 수 있지만 글을 음식점에서 쓸 수는 없다. 반면 글은 집중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지만 그러한 장소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여 만든 방구석 책 쓰기 프로젝트 '모두의 거실'은 그렇게 탄생했고 우린 지난 1년간 멋지게 그 과정을 즐겼다.

장소: 꿈꾸는파티김찬주 홈카페 & 사진 누구나아츠

오늘 수업을 마치고 수강생의 고백이 있었다. 2021년 가장 잘한 일이 '모두의 거실' 홈카페 책 쓰기 수업이었다고 말이다. 그 어느 곳에서도 받아 줄 수 없는 자신을 진심을 담아 상담하는 마음으로 시간과 장소와 정성을 쏟아부어준 푸드스타일리스트 선생님과 내게 감사하다고 말이다. 때론 격하게 포옹하며 응원을 했고 때론 눈물 펑펑 쏟으며 치유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렇게 다져진 수강생은 자기만의 색을 찾아가며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해 갔다. 


오늘이 정규수업의 마지막 날이었다. 앞으로는 꾸준한 글쓰기 습관으로 책을 완성하게 될 트레이닝만 남았다. 이런 날을 알리 듯 바나나 파운드를 먹으며 바나나와 빵의 조합을 더 깊이 음미하게 된 오늘이다. 

바나나파운드_푸드스타일리스트 김찬주 & 사진 고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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