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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꿈꾸지 않으면...

꿈꾸지 않으면 하늘도 우릴 도울 일이 없을 것이고,
누군가를 원망하며 사는 인생이 될까 두려웠다.


저녁을 먹고 식탁에 앉아 남편과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다. 세상이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지만 계획 없이 하는 일은 배가 산으로 가기도 한다. 건축비를 산정해 보니 우린 언덕 위 하얀 그림 같은 집은 어렵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평당가 최소 350~400만 원(5년 전 기준)을 한다는데 이것마저도 우리에겐 호화주택일 수밖에 없다. 평당 300만 원 이하의 건축을 찾아야 한다. 땅을 계약했다는 기쁨은 잠시, 휴~하고 한숨부터 나왔다. 목표를 더 낮춰야 했다. 


싼 집이라도 우리가 머물 수 있는 비 가리고 바람 막아 줄 정도에 만족해야 한다. 그나마 자금 마련이 복병이다. 집이 팔리기 전 미리 건축 계약금이라도 부모님 도움을 받으면 좋으련만 양가 어른들의 살림살이가 빠듯하니 일찌감치 포기해야 했다.


이제 겨우 우리가 소망하던 일에 한 계단 올라온 듯 하지만 역시 금전 앞에 마음이 무너진다. 잠 못 들고 이리저리 뒤척이는데 기억 저편 남편의 말이 울려온다.




"여보, 통장 확인해 봐요. 600만 원이 들어왔을 거요"

"다짜고짜 그게 무슨 말이에요?"

"결혼 전 다니던 회사 말이요. 법정관리 들어가서 월급 밀리고 퇴직금도 못 받고 쫓겨났던 그 회사, 사원들이 변호사를 선임해서 밀린 월급 청구했는데 승소했대요. 그 금액이 들어왔을 테니 어서 확인해 봐요"

이게 무슨 말인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변호사 선임 비용은 날아간 것 같다고, 모두들 돈 받기 힘들 거라고 했는데 월급 청구 승소라니? 나는 부랴부랴 통장을 찍어보았다. 정말 돈이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아이고 하나님 감사합니다"


곧 태어날 아가를 위해 이사 다니지 않아도 되는 집, 맘껏 뛰어놀아도 아래층에서 올라올 일 없는 빌라 1층을 재건축 지분값으로 장만했다. 쓰러질 듯 낡은 빌라지만 재건축 얘기가 오고 가는 곳이었다. 원주민에게는 아파트 분양권을 준다고 하니 몇 년만 고생하면 우리에게도 번듯한 집 한 채 마련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리라(주의: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로또라고 불릴 만큼 1:1로 맞바꾸는 이야기는 이제 옛말이다. 지분대로 인정을 해주니 우리의 경우 13.78평이었다. 13.78평의 지분값만 인정 받았고 실제 34평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20평 분의 추가분담금을 지불해야만 입주가 가능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조합원가가 분양가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재건축빌라나 재건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2년 동안 맞벌이로 모은 돈과 이직하며 받은 퇴직금, 대출 2,500만 원을 받고도 천만 원이 부족했다. 빌릴 곳도 손 내밀 곳도 없는 우리네 형편에 어디서 마련할지 냉가슴만 앓고 있었다. 그렇다고 2, 3 금융권에서 추가 대출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보다 15년 전이니) 이자가 비싸 감당이 안된다. 1 금융권의 대출 2,500만 원도 이자만 17만 원이었다. 부족한 잔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백방으로 돈을 구하려고 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을 수 없던 터였다.


우리 형편에 맞지 않는 욕심을 부렸다고 괴로워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자금을 받고 보니 감사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우리는 나머지 부족한 돈을 채우기 위해 눈 질끈 감았다. 가락지 하나씩 남기고 결혼예물 모두 처분했고, 그렇게 재건축의 희망을 안고 낡은 빌라에 머물게 된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우리 생애 첫 주택 구입 때의 기억은 영원히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만큼 우리에겐 놀라운 경험이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전원주택 가고 싶은 소망도 포기하지 않으면 하늘이 도울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손에 잡히지 않을 신기루일까? 


신기루여도 좋다.

하. 지. 만

꿈꾸지 않으면 하늘도 우릴 도울 일이 없을 것이고,

누군가를 원망하며 사는 인생이 될까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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