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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도 함께 살았다.

아토피와도 이젠 안녕~

작은 땅이라 더 마음에 들었다.
토지대장을 확인하고 바로 계약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린 당장이라도 집을 지을 것처럼 들떠 있었다.


건축박람회 일정을 찾아보고, 살고 있는 빌라를 매매로 내놓을 것 등 앞으로의 일들을 의논하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저녁으로 짜장과 짬뽕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재잘거리던 아이들은 자동차 뒷좌석에서 잠이 들었다. 큰아이는 깨워 내 손을 잡고, 잠든 둘째는 남편이 들어 안았다. 집으로 들어가는 계단을 밟고 올라서니 지하에서 올라오는 곰팡이 냄새가 훅 하고 코를 막았다. 이제 이 냄새 맡을 일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그동안 곰팡이 냄새가 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이제 그 마음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다.


지어진지 40년 가까이 된 낡은 빌라에는 곰팡이도 함께 살았다


큰아이는 아토피 피부염을 앓았다. 아토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5살 무렵, 밤이면 가려움에 잠을 깊이 잘 수 없었다. 자다가도 가렵다고 긁어달라고 한다. 아이가 5살이었지만 갓난아이 수유 때로 돌아간 듯했다. 자다 깨다를 반복했기에 늘 잠이 부족한 나는 아이를 안고 기도하며 몫 놓아 운 적도 여러 번이다. 약도 쓰고, 산야초 크림을 만들어 꾸준히 발라 보았다. 그중 스테로이드 연고는 효과가 탁월했다. 귓불이 갈라져 피고름이 나던 것이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말끔히 사라진다. 마법과도 같이 신기하다. 하지만 3주 이상은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어느 날 문득 의문이 들었다.

'아토피 연고가 어떤 성분이기에 몇 번만 발라도 말끔해 질까?'


스테로이드 연고의 마법에 감사하다기보다는 소름이 느껴졌다. 연고의 설명서를 찬찬히 읽어보고 관련 부작용을 확인하고 나서야 의사가 3주 이상 사용하지 말라던 당부가 귓가에 울렸다. 장기간 사용은 피부가 약해져 몸에 흡수되면 면역을 약화시키고, 칼슘 흡수를 저해하거나 치료는커녕 오히려 만성피부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덜컥 겁이 났고, 정말 심할 때 외엔 스테로이드를 멀리했다. 그리고는 산야초 크림, 죽염, 보습로션에 의존하며 자연치유가 되기를 바랐다. 


신기한 것은 전원주택으로 이사한 후 아이의 아토피는 말끔해졌다. 간혹 음식에 조금씩 반응하여 가려움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끔찍했던 고름이나 피부 갈라짐은 전원생활 이후 내 기억에서 사라질 정도다.(이후 경련에 대해서도 언급하겠지만 열성경련도 전원주택 이사 온 후 좋아졌다.)


이젠 또 다른 우리의 꿈을 찾아 이 빌라를 떠나려고 한다. 그동안 인근 아파트들은 천정부지로 가격이 올랐지만 빌라 가격은 쥐꼬리만큼 올랐다.(우리가 받은 분양권은 지분이 작아 추가부담금이 컸고 실 매매 가격에 영향을 끼쳤다)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처음 집을 알아볼 때 작은 아파트라도 우리가 가진 돈으로는 도저히  수 없었다. 우린 내 집 마련을 위해 한 계단씩 올라가자고 했다. 우리의 생각은 적중했고, 그간 빌라에 살며 절약해서 대출금도 갚고 적게나마 저축도 했다. 오래전엔 빌라나 연립이 고급주택이었지만 이젠 아파트에 밀려나고 있음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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