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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포기하고
선택한 행복

여보! 이사합시다.

전원주택을 꿈꾸는 이는 많다.
하지만 그 꿈을 실현하는 이는 적다.


우리 부부가 2억을 넘게 손해를 예감하면서도 재건축 빌라를 포기하고 이사를 감행했던 데는 이유가 있다. 두 사람의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마음껏 탐색하고 호기심을 자극해야 할 초등학교 시기를 어떻게 보낼까를 고민했기 때문이다. 깊은 밤잠을 설쳐가며 많은 질문을 서로에게 던지며 대화를 나눴다.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재산을 불려 남겨줄 것인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상상하고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을 줄 것인가?’     

남편은 어떤 결정도 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1. 지금 당장 집을 팔더라도 집 짓는 돈이 부족하다.
2. 재건축이 완공된 후 지하철도 추가 개통되니 교통의 요지라 서울 30분 출근 가능이라는 달콤한 역세권의 
   조건이 재산을 불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3. 재건축 후 집값이 오르면 그때 아파트를 팔고 집을 짓자고 했다. 그래도 늦지 않다고.     


하지만 나는 남편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재건축 후 입주를 하더라도 가지고 있는 지분이 작아 추가 부담금 대출을 받아야 하고, 땅 매입 시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알아본다면 향후 큰 손해가 아닐 것이라고 설득했다. 무엇보다도 재건축하고 입주하고, 집값 오를 때까지 최소 5년이다. 그동안 아이들은 쑥쑥 자라 중, 고등학생이 될 텐데 마당이 있다고 한들 이용할 것 같지가 않았다.     


우리는 주말이면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며 자연 친화적인 교육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공용 공간이라 많은 제한이 따랐고 자유롭게 자극을 주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었다. 초등자녀교육에 있어서 공간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전원에서 관찰하고, 탐색하고 실험하는 것은 창의력을 신장할 수 있고, 문제해결력, 호기심 자극, 다양한 경험은 미래사회에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남편은 밤새 뒤척이며 잠들지 못했다. 없는 살림에 자립하려고 애쓰고 기다렸는데 새 아파트를 포기하자고 하니 어느 누가 흔쾌히 답하겠는가. 그동안 고통스럽게 견디어 온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보증금 2천만 원에 월세 20만 원, 조촐한 살림 겨우 들어가는 방 두 칸으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자린고비처럼 지독하게 살지 않으면 내 집 한 칸 마련하기 힘들다.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집과 회사를 오가던 남편이 눈여겨보았던 낡은 빌라촌, 지은 지 30년이 넘은 곳이라 이리저리 뜯겨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은 그곳에 재건축 움직임이 있음을 알고 매입하게 되었다. 


오래된 집인 데다 사람이 살지 않는 방치된 지하 공간에서 올라오는 곰팡이 냄새가 집안 곳곳에 스며들었고, 하수구가 막히던 날 뚫어 보려고 하수도 냄새 뒤집어쓰며 낑낑댔던 일, 윗집 수도가 누수되어 한밤중에 싱크대가 와장창 떨어져 전쟁이 일어난 줄 알았던 일까지 수많은 어려움에도 새 아파트를 들어간다는 희망으로 버텼는데 아파트 분양권을 포기하자고 하니 하늘이 노랬을 것이다. 물론 남편도 아이들과 전원주택에서 살아보는 것이 로망이었지만 두 가지 조건을 선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스름하게 동이 터 오르던 토요일,

퀭한 눈으로 결심한 듯 남편이 말한다.     


“여보 이사합시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부부의 마음이 하나로 합해진 것에 감사했고 아이들의 미래 투자 값을 돈이 아닌 우리가 꿈꾸던 전원의 삶과 자녀교육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주먹밥을 싸고 음료를 아이스박스에 담아 우린 또 집을 나섰다. 5년 동안 속절없이 헤집고 다니던 곳이 아닌 정말 우리가 머무를 땅을 구하러 간다. 그 어느 때 보다 비장했고,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시원한 시골냄새가 들어온다.

매번 문이 잠겨있어 지나쳤던 부동산에 오늘은 무슨 일인지 불이 켜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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