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지하철 환승 역사 총면적 632,107㎡의 드넓은 공원 시청, 구청, 스타디움 인접 이런 환상의 조건에 들어설 재건축 아파트
누가 보더라도 향후 집값 상승은 불을 보듯 뻔했다. 재건축 빌라의 원주민으로서 우리가 입주한다면 최소 2억은 오를 것이라고 남편은 호언장담했다. 돈 앞에 사람의 마음이 약해진다고 했던가? 부부는 고민이 깊어졌다.
“여보, 재건축 아파트 입주하고 1억 올랐대”
“여보 여보, 1억이 또 올랐대”
결국, 재건축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고 고공행진을 하던 집값으로 인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연일 속보처럼 이어지는 뉴스를 들으며 내가 선택한 삶이 2억을 포기하고 얻은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2억을 포기하고 얻은 ‘마당 있는 집’그것은 우리의 꿈이고 쉼이고,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투자 값이었다.
도심 속 작은 땅이라도 구하려고 했으나 언감생심 자력으로 겨우 월세 탈출을 했기에 올려다보지 못할 나무에 불과했다.
자녀에게 ‘마당 있는 집’을 어떻게 누리게 할 수 있을까?
깊은 고민 끝에 도심에서 벗어 난 경기도 서남부 시골 마을로 눈길을 돌렸고, 우리 가족을 위한 작은 땅 찾기를 시작했다. 시골은 대부분 땅이 제법 크다. 하지만 우리는 큰 땅을 소유할 만큼의 재정은 없었다. 작은 땅 찾기는 누워서 떡 먹기처럼 쉬운 일이라 생각했는데, 우리 입맛에 맞는 작은 땅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처럼 어려웠다.
아무리 시골이지만 근처에 학교, 병원, 문화시설이 있는 곳을 원했다. 화창한 봄날 놀이동산으로 향하는 많은 차량 행렬을 보면서도 우린 미래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부동산을 전전했다. 김밥을 싸고 음료수를 챙겨 시골 마을 곳곳을 둘러보았다. 막연하게 시작되었던 작은 땅을 향한 꿈이 남편 직장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을 도는 동안 5년이 흘렀다. 그리고 발견한 92평의 시골 땅. 드넓은 전원도 아니고 주변에 축사도 있었지만, 우리가 원하는 조건의 작고 저렴한 땅을 구입할 수 있었다.
우리 조건에 맞는 작은 땅에 최소비용으로 2층 아담한 집을 지었고, 우리의 로망이었던 ‘밤하늘 별 보며 잠자기’ ‘마당에서 물놀이와 캠핑하기’ ‘유기농 작물 키워보기’ ‘한밤중 악기 연주하기’ ‘과학실험하고 목공 작업하기’ 등 셀 수 없이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 매 순간 행복한 삶을 위한 선택에 많은 고민과 시간을 투자했다. 돈을 따르기보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의 소중함을 먼저 생각했다. 그 결과 2억이라는 집값 상승 기회를 놓쳤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얻었고, 꿈꾸었던 삶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
2020년 1월 시작된 코로나 19가 2월이 되자 걷잡을 수 없이 창궐하며 전 세계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바이러스 전파의 공포로 사람들은 집 밖을 나가는 것조차 두려워했고, 닭 케이지 같은 빼곡한 아파트에서 감금 아닌 감금 생활을 해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자가 격리하고 전원주택에서의 자유를 누리며 우리의 선택을 감사했다.
“행복의 조건 무엇인가?”
열이면 열 명이 모두 다른 조건을 이야기할 것이다. 우리 부부는 행복의 조건으로 돈이 아닌 ‘마당 있는 집’을 선택했다. 개인이 가진 내면에 숨어 있는 잠재적 재능을 발견하기 위한 곳으로 자유로운 공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실험정신을 발휘하며 우리 가족들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