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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가장 맛있게 삶는 법

 

옥수수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할머니, 할아버지가 떠오르기도 하고 옥수수수염으로 놀던 기억도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옥수수 하모니카' 노래가 떠오른다.  


'옥수수 하모니카' (작사 윤석중  작곡 홍난파)

우리 아기 불고 노는 하모니카는 옥수수를 가지고서 만들었어요. 
옥수수 알 굵게 두줄 남겨놓고서 우리 아기 하모니카 불고 있어요.
도레미파솔라시도 소리가 안 나
도미솔도 도솔 미도 말로 하지요

    

옥수수 먹으며 수도 없이 이 노래를 불렀다. 어린 시절 하모니카 흉내 내며 배꼽 빠지게 웃기도 했다. 

옥수수는 가마솥에 삶아야 제맛이지만 현대 사회에 가마솥은 구경하기도 힘들다. 휴가 때 친정아버지 비 맞으며 따다 주신 옥수수가 생각나 냉동실을 열었다. 남은 생옥수수 몇 개 넣어두었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이들 간식으로 주려고 꺼내어 껍질을 벗기고 압력솥에 앉히고는 이 글을 쓴다.


옥수수 어떻게 하면 맛있게 삶을 수 있을까?


40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강원도 고랭지 찰옥수수를 먹었다. 그 맛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구수하고 달콤하고 쫀득쫀득하다. 그렇다고 달짝지근하지는 않다.  당도가 높지도 않은데 달콤한 맛이 난다. 난 으레  옥수수란 그런 맛 인줄 알았다. 그런데 모든 옥수수가 구수하지는 않더라.


한 번은 막 따온 옥수수가 배송이 됐는데 내게 나눠준다며 지인이 불렀다. 가보니 정말 택배기사님 바로 다녀간 총알배송 옥수수다. 지인은 옥수수 겉잎을 한 장씩 남기고 뜯어 솥에 앉혔다. 그리곤 설탕을 숫가락으로 퍼 붓는 게 아닌가? 나는 다급히 말렸고 옥수수는 소금으로 삶는 거라고 말했다. 으레 40년을 그렇게 삶아 먹어도 맛있었기 때문이다.  

"아니야, 파는 것처럼 맛있게 먹으려면 설탕이나 감미료를 넣야 돼" 

나는 더 이상 말릴 수가 없어서 주는 옥수수를 받아 들고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집에서 늘 하듯이 소금만 넣고 삶았는데, 음... 약간 심심한 것이 매년 먹는 그 맛이 아니다. 물론 산지에서 수확 후 바로 삶은 옥수수가 가장 맛있지만 하루, 이틀 정도 지나도 강원도 찰옥수수는 정말 맛있다. 물론 씨앗 종자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다. 솔직히 시중에서 파는 옥수수를 나는 잘 사 먹지 않는다. 아버지가 따다 주신 그 맛과 늘 달랐기 때문이다. 파는 옥수수에 단맛을 더하기 위해 감미료를 넣는다는 사실도 나중에서나 알았다.


이건 모든 옥수수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구입하여 삶아 본 결과 단맛이 나지 않았던 내 경험일 뿐이다. 하지만 소금만 넣어 삶아도 맛있는 것이 매년 먹고 있는 강원도 찰옥수수다. 하지만 갓 따온 옥수수는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구수함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맛있어도 장거리로 이동하는 것은 그만큼 맛이 덜 할 수 있으니 내 고장에서 나는 옥수수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찰옥수수 이렇게 삶으면 더 맛있다.


옥수수는 수확 후 껍질을 한, 두 겹 남기고 깐 후  삶을 때 그냥 넣어도 되고 껍질을 마저 까고 넣어도 된다. 옥수수수염이 거추장스러워 싫은 사람은 잎을 마저 벗기고 삶는 것을 권한다.

(냉동실에서 바로 꺼낸 생옥수수는 자연해동한 후 삶거나, 삶는 시간을 조금 더 늘리면 된다. 방송에서는 삶아서 냉동 보관하라고 나온 적이 있는데 80 평생 강원도 찰 옥수수를 드신 아버지도 생으로 보관해야 냉동실 냄새도 베이지 않고 더 단맛이 난다고 하셨다. 냉동보관은 가급적 짧게 하는 것이 좋다)

압력솥에 옥수수를 차곡차곡 담는다.

물을 한 컵 붓는다.(압력솥은 물을 많이 필요하지 않다. 한컵이면 충분하다)

소금(천일염) 1/2작은술 뿌려준다.(옥수수 5~6개 기준)

압력솥을 닫고 센 불에 삶는다. 

칙~하고 김이 새어 나오면 불을 중 약불로 줄이고 5분 더 삶아준 후 불을 끈다.(주의: 오래 삶으면 옥수수 알이 터진다. 아주 딱딱하게 익은 옥수수는 조금 더 삶아야 한다)

김이 빠질 때까지 뜸을 들이며 기다린다.

김이 모두 빠지면 꺼내어 한 김 식힌 후 맛있게 먹는다.


아무리 맛있어도 마지막 두 줄 남기는 것 잊지 말자.

그리고 노래 앱을 연다(포털에서도 검색하면 노래 가사와 반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옥수수 하모니카' 노래를 반주에 맞춰 신나게 부른다.

옥수수 한 개로도 세상 부럽지 않을 행복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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