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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길만 걸어요:)

어버이날 딸의 편지

거실 바닥에 캘리그래피로 쓴 편지봉투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이건 뭐지? 하다가 아~ 작년에도 썼던 편지봉투인데 올해도 학교에서 같은 활동을 했구나!'

하고는 봉투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곤 책을 읽으려다 말고 다시금 봉투로 눈길이 갔고, 어버이날 전이지만 으레 아이가 쓴 편지니 감사하다는 인사겠거니 생각하며 편지봉투를 열었다.


차곡차곡 접은 한지 위 글을 보고

나는 그만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감성적 언어는 모두 모아 놓은 은유 시인처럼

엄마와 아빠를 표현하고 있었다.


편지를 읽으며 눈물만 흘러내리는 것이 아니었다.

가슴까지 오장육부가 쓰다듬어졌다.


나는 이토록 아름다운 문장을 아버지, 어머니께 드려봤던가?

말해봤던가?

부끄러워지며 사춘기인 딸에게 내가 배워야겠다.


수레를 끌며 맞는 선선한 바람이 되어

숲 속 잔잔한 호수 아래 비치는 물결모양 햇살이 되어

꽃밭에 맴돌며 팔랑거리는 나비가 되어서 말이다...


엄마께!!

우리 엄마 목소리는 울퉁불퉁 시골길
수레 끌며 맞는 선선한 바람 같습니다.

우리 엄마 성격은 억센 풀이 드리운 숲 속
잔잔한 호수 아래 비치는 물결모양 햇살 같습니다.

우리 엄마는 널리 퍼진 꽃한테 맴돌며
여유로이 팔랑거리는 나비 같습니다.

그리고 나는 우리 엄마를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빠께!!

우리 아빠 목소리는 넓은 들판에 유유자적 거니는
동물들의 평화로운 울음소리 같습니다.

우리 아빠 성격은 딱딱하고 차가운 도심 속
가슴이 뻥 뚫리도록 시원한 분수 같습니다.

우리 아빠는 널리 퍼진 꽃밭에
바람을 맞으며 흔들거리는 노란 꽃잎과 같습니다.

그리고 나는 우리 아빠를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브런치에 용돈 교육, 사는 이야기, 전원주택, 요리와 동화 글을 쓰고, 글을 엮어 책을 만듭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랑하는 남편과 두 아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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