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입 글쓰기로 멍 때리던 날
새벽 5시 잠들다.
오전 10시 일어나다.
어제의 일이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노트북에 앉아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쓸 이야기는 대략 요점을 나열해 둔 상태지만 가족과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맞이 한 이야기를 꺼내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세월의 흐름은 돈 보다 빠르다 글을 쓰며 5년 전 일이 생각났고, 우리의 오랜 숙원이었던 마당 있는 집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아버님은 천국으로 떠나셨다. 남편의 회한이 섞인 중얼거림을 들으며 삶과 죽음이란 예행연습이라는 것은 없음을 가슴 시리도록 느꼈다. 다시금 그 일을 떠올리다 보니 아쉬움과 슬픔이 교차되며 눈물, 콧물을 한 바가지는 흘린 것 같다. 말이 한 바가 지지 글 쓰며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과 콧물을 주체하지 못해 닦아내고 또 닦아내고, 맹맹한 코를 해결하고자 있는 힘껏 코에 힘을 주며 콧물을 받아내야 했다.
몰입하여 글 쓰다 보니 새벽 여명이 어스름 비쳤다. 몇 시간을 글 쓰며 울었던가? 대충 봐도 3시간은 족히 되었다. 눈은 하도 닦아서 뻑뻑하고, 코는 있는 힘껏 풀어대서 맹맹하다 못해 머리까지 지끈거렸다. 지난 일을 떠올리며 영혼까지 퍼올린 느낌이다. 정말이지 영혼까지 탈탈 털어 낸 느낌을 받았다.
울다가
글 쓰다가
또, 울다가
글 쓰다가
5시쯤 되어서야 글을 마치고 발행을 눌렀다. 이젠 미련 없이 하루를 위해 잠을 자야 한다. 곧 있으면 남편이 일어날 시간이라 조심조심 발뒤꿈치를 들고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잠이 드는 그 순간까지도 훌쩍거렸다. 밤을 새운 탓에 몇 번 뒤척거리고는 잠이 들었고, 남편이 출근하는 소리는 듣지 못한 채 꿈속을 헤맸다.
잠결에 아이들이 움직이는 소리에 잠이 깼다. 이불속에서 기어 나오다시피 하며 아이들을 살피니 큰 아이는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고, 작은 아이는 꼼지락거리며 뭔가를 만들고 있다. 아침은 각자 차려먹었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생각하며 식탁의자에 앉았는데 머리가 '띵' 하고 울린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루 종일 지끈거리는 머리를 지그시 누르며 생각했다.
새벽녘 글을 쓰며 5년 전 그때로 돌아간 듯했고 가족과의 이별이 다시금 떠올려져 극심한 슬픔을 느끼고 있었다. 감정이 수습되지 않아 멍 때리는 내 모습을 보니, 마치 배우가 맡은 역에 몰입되어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과 같이 혼연 일치된 상황이 벌어졌다. 감정이입은 자연의 풍경이나 예술 작품 따위에 자신의 감정이나 정신을 불어넣는 거라고 했는데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 걸까?
순간, 난 겁이 났다. 매번 글 쓸 때마다 이런 감정몰입을 겪는다면,
영혼이 탈탈 털린 것 같은 멍 때리는 순간이 온다면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유독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음식과 관련된 글쓰기를 하며 엄마를 떠올릴 때도(백김치에 담긴 사랑), 힘들었던 학창 시절을 떠올릴 때도(괴롭히는 친구 무찌르는 법) 그때 그 시절 슬픔에 잠겼던 '나'를 만나는 시간은 눈물로 가득했다. 물론 그 시간들이 글쓰기 치유라고 하는 상담학적 유익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이번만큼은 치유보다 슬픔이 더 깊이 마음에 파고들었다. 영혼 담은 글쓰기였다면 필력이라도 향상되겠지만 가야 할 산은 높아 보이고, 감정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으로 인해 이렇게 힘겨운,
영혼까지 탈탈 터는 글을 썼을까?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꿈을 꾸고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간곡히 말하고 싶다. 그게 언제냐고 묻는다면 지금, 당장... 당신이 있는 그곳에서 말이다. 세월은 돈이 모일 때까지 멈추고 기다려 주지 않는다. 자녀는 부모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어쩌란 말인가?
그 대답은, '그냥 함께 준비하면 된다'라고 말하고 싶다.
꿈을 위해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대화를 나누고, 함께 맛있는 것 먹으며 미래에 무엇이 되고 싶은지 나누는 것. 단순한 이 대화가 정답을 알려줄 것이고 당신이 그토록 이루고 싶은 꿈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함께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어가는 많은 독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독자들의 공감과 실천 경험이 들려온다면 내가 브런치를 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한 답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