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보다 무서운 스마트폰 전염병
집 콕 생활 이대로 괜찮은가?
by 요리하고꿈꾸고 경애 Apr 22. 2020
매일 학교 가는 일정한 규칙이 사라지니 무기력이라는 무서운 놈이 찾아왔다.
코로나 19로 시작된 긴긴 방학은 바이러스와의 전쟁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수많은 사회적 문제가 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또 하나의 이슈는 아이들의 미디어 노출이다. 긴 방학의 지루함으로 인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아이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이 유일한 행복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루 종일 게임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아이들도 있다. 코로나 19 전염병은 스마트폰 전염병도 몰고 왔다. 이 집 저 집 할 것 없이 기나긴 방학을 스마트폰과 함께 보내고 있다. 밖에서 뛰어놀아야 할 활동적인 아이들에게 집 콕의 생활은 충격이다. 엄마는 하루 종일 아이와 놀아 줄 수 없고 한 두 번 말리는 것도 싸움으로 이어지니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얘기가 속속 들린다.
내 아이들은 아직 개인 핸드폰이 없다. 큰 아이는 가끔 검색도구로 활용하거나 심심할 때 게임하라고 준 공기계를 갖고 있다. 그것도 시간을 정해서 사용하거나 교통 앱을 이용할 때 주로 사용한다. 둘째는 그림 그리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웹툰이나 그림을 그리라고 1년 전 태블릿을 사주었다. 지금까지는 말 그대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잠깐씩 만지작 거리던 것을 길어진 방학 탓에 틈만 나면 하려고 했다.
개학 연기에 집 콕 감옥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모른 척 하니 둘째가 유튜브를 즐기다 문제가 발생했다. 어쩌다 한 번 사용하던 비속어들이 쉴 새 없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답답할 때에도 쉼 없이 흘러나왔고 그 수위가 너무 심하단 생각이 들 찰나 이렇게 지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딸아! 엄마는 항상 네 편이야. 너를 존중하고 네가 하는 말을 믿어. 그런데 지금은 네 편을 들어줄 수가 없구나. 내 아이는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지만 결국 엄마에게 거짓말쟁이라고 할 거야. 왜 그런지는 너도 알 것 같은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단호한 어조로 말하는 내 말에 딸아이는 금세 눈물, 콧물 쏟아낸다. 자기도 조심하려고 노력하는데 자꾸만 입에서 비속어가 튀어나온다는 거다. 노력하고 있는데 엄마가 얘기하니 더 속상하다는 말투다.
"딸아! 네가 노력하는 건 엄마도 알아. 그런데 고쳐지지 않은 건 무엇 때문일까?"
"죄송해요. 아무래도 내가 유튜브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 같아" 훌쩍이며 딸이 말한다.
"그럼 어떡하지? 아빠, 엄마는 네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그림 그리라고 사준 건데 유튜브를 더 많이 보게 된 거네."
"내가 더 조심할게"
"그 약속은 벌써 여러 번 했는데 안 지켜지는 거잖아"
"내가 안 지키면 엄마가 태블릿 가져가"하고 말하며 딸아이는 시무룩하니 방으로 들어간다.
스마트기기 때문에 눈물, 콧물 쏟아낸 딸아이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심란하다.
스마트폰이 유일한 행복이 된 집 콕 생활 이대로 괜찮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