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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보다 무서운 스마트폰 전염병

집 콕 생활 이대로 괜찮은가?

매일 학교 가는 일정한 규칙이 사라지니 무기력이라는 무서운 놈이 찾아왔다.

코로나 19로 시작된 긴긴 방학은 바이러스와의 전쟁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수많은 사회적 문제가 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또 하나의 이슈는 아이들의 미디어 노출이다. 긴 방학의 지루함으로 인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아이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이 유일한 행복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루 종일 게임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아이들도 있다. 코로나 19 전염병은 스마트폰 전염병도 몰고 왔다. 이 집 저 집 할 것 없이 기나긴 방학을 스마트폰과 함께 보내고 있다. 밖에서 뛰어놀아야 할 활동적인 아이들에게 집 콕의 생활은 충격이다. 엄마는 하루 종일 아이와 놀아 줄 수 없고 한 두 번 말리는 것도 싸움으로 이어지니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얘기가 속속 들린다.


내 아이들은 아직 개인 핸드폰이 없다. 큰 아이는 가끔 검색도구로 활용하거나 심심할 때 게임하라고 준 공기계를 갖고 있다. 그것도 시간을 정해서 사용하거나 교통 앱을 이용할 때 주로 사용한다. 둘째는 그림 그리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웹툰이나 그림을 그리라고 1년 전 태블릿을 사주었다. 지금까지는 말 그대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잠깐씩 만지작 거리던 것을 길어진 방학 탓에 틈만 나면 하려고 했다.


개학 연기에 집 콕 감옥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모른 척 하니 둘째가 유튜브를 즐기다 문제가 발생했다. 어쩌다 한 번 사용하던 비속어들이 쉴 새 없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답답할 때에도 쉼 없이 흘러나왔고 그 수위가 너무 심하단 생각이 들 찰나 이렇게 지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딸아! 엄마는 항상 네 편이야. 너를 존중하고  네가 하는 말을 믿어. 그런데 지금은 네 편을 들어줄 수가 없구나. 내 아이는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지만 결국 엄마에게 거짓말쟁이라고 할 거야. 왜 그런지는 너도 알 것 같은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단호한 어조로 말하는 내 말에 딸아이는 금세 눈물, 콧물 쏟아낸다. 자기도 조심하려고 노력하는데 자꾸만 입에서 비속어가 튀어나온다는 거다. 노력하고 있는데 엄마가 얘기하니 더 속상하다는 말투다.


"딸아! 네가 노력하는 건 엄마도 알아. 그런데 고쳐지지 않은 건 무엇 때문일까?"

"죄송해요. 아무래도 내가 유튜브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 같아" 훌쩍이며 딸이 말한다.

"그럼 어떡하지? 아빠, 엄마는 네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그림 그리라고 사준 건데 유튜브를 더 많이 보게 된 거네."

"내가 더 조심할게"

"그 약속은 벌써 여러 번 했는데 안 지켜지는 거잖아"

"내가 안 지키면 엄마가 태블릿 가져가"하고 말하며 딸아이는 시무룩하니 방으로 들어간다.


스마트기기 때문에 눈물, 콧물 쏟아낸 딸아이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심란하다.

스마트폰이 유일한 행복이 된 집 콕 생활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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