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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 개구리는 어떻게 살까?

우물 안 개구리에게서 배우는 교훈

길어진 방학으로 시작된 집 콕 생활은 외부와 단절되어 우물 안 개구리 신세가 되었다. 사람들은 흔히 우물 안 개구리는 불행하다고 말한다. 집 콕 생활로 인해 개구리 신세가 된 우린 지금 불행한 걸까? 아이들의 과도한 스마트기기 사용으로 고민하며 속상했는데 개구리의 생활을 재조명해 보며 건조해진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엄마는 그렇게 조금씩 성장해 가나보다.


우물 안 개구리를 관찰해 본 적이 있는가? 자세히 보면 물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물을 이루고 있는 촉촉한 돌 벽에서 통통 튀어 오르며 물과 벽을 하루 종일 뛰어다닌다. 잠시 쉬지도 않는 개구훈리의 움직임을 사람이 보기에는 힘이 들어 보이지만 개구리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열심히 뛰어 먹이를 잡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이고, 물밖에 장시간 머무르다 피부가 건조해지면 숨을 쉴 수가 없으니 물속과 돌 벽을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것일 게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은 집 밖 즉 사회에 나가는 일에 어려움을 겪거나, 생각이 자기 안에 갇혀있는 사람을 보며 이르는 말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 말을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자. 올챙이에서 막 자란 어린 개구리는 아가미로 숨을 쉰다. 개구리가 땅에서 살 수 있으려면 폐가 완성이 되어야 하는데 폐가 완성되기 전에 땅 위에서 살면 죽는다. 개구리는 살기 위해 우물 안에 있는 것이다.     


어린 자녀의 경우 사회생활 준비가 덜되었을 때 스스로 우물 안을 고집하기도 한다. 사회생활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직장을 이르기보다 타인을 만나는 것이 모든 사회생활의 시작이다. 필자의 아들은 어릴 적부터 유난히 엄마 곁에서 떨어져 있는 것을 싫어했다. 5살이 되어 동네 마트를 갈 때도 엄마 치맛자락을 꼭 붙들어야만 안심하고 움직였다. 모든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내 아이가 좀 더 활기찼으면 좋겠고, 말을 잘했으면 좋겠고, 이것저것 궁금해하는 것이 많은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엄마 치맛자락 붙잡고 따라다니는 아이를 억지로 사람들 속으로 들이밀 수만은 없는 것이다. 처음엔 내 욕심에 답답한 마음이 있었지만 아이 마음을 알고 기다려주니 밀지 않아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아이가 좋아하고 재미있는 것을 할 때는 한달음에 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의 생활은 우물 안 개구리의 신세다. 처음엔 외출이 자유롭지 못해서 답답한 마음이었는데 개구리를 생각하다 보니 집안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장점을 찾게 되고, 더불어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장자(莊子)』 「추수 편」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우물 안 개구리의 긍정적 사고를 배워보자. 우물 안에 사는 개구리가 동해 바다에 사는 자라한테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고 한다.


"나는 참으로 즐겁다. 우물 시렁 위에 뛰어오르기도 하고, 우물 안에 들어가 부서진 벽돌 가장자리에서 쉬기도 한다. 또 물에 들면 겨드랑이와 턱으로 물에 떠 있기도 하고, 발로 진흙을 차면 발등까지 흙에 묻힌다. 저 장구벌레나 게나 올챙이 따위야 어찌 내 팔자에 겨누기나 하겠는가? 또 나는 한 웅덩이의 물을 온통 혼자 차지해 마음대로 노니는 즐거움이 지극하거늘, 동해에 사는 자라, 자네는 왜 가끔 내게 와서 보지 않는가."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어원 500가지, 2012. 1. 20. 이재운, 박숙희, 유동숙)     


이 글에서 보더라도 자신에게 처한 환경에서 긍정의 생각을 가진 개구리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집안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내 집에서의 생활이 가장 행복한 삶이 되도록 개구리의 긍정적 사고를 내 삶에 적용해 보자.


아이는 외부활동 없이 집 콕 생활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스마트기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조금씩 이해되고 속상했던 마음이 녹아내렸다. 우물 안이 싫다고 튀어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나니 즐거웠던 우리의 지난날이 하나씩 떠오른다.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한 삶으로 조금 더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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