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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의 행복나무를 심자

우물 안에서의 여유로움 어떻게 가질까?

사회적 거리두기 이전 많은 사람들과 불편함 없이 일하고 만나고 대화했던  우물 밖 생활이 소중했음을  새삼 느낀다. 눈에 보이지 않고 얼마든지 마실 수 있었던 공기가 감사하다고 느끼게 된 것은 황사와 미세먼지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 

개구리에게 배운 우물 안에서의 여유로움 어떻게 가질까?

전염병으로 인해 나의 사회 생활도 셧다운이다. 즐겁게 일하던 요리강의, 글쓰기 수업도 멈췄다. 학교의 개학 연기로 인해 하루 24시간 꼬박 아이들과 함께 지내야 한다. 주말이면 바삐 움직이던 모든 모임과 프로그램도 멈췄다.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간이 조금은 불편하고 힘들기는 하나 그동안 맞벌이하며 바쁘게 지내느라 아쉬웠던 자녀와의 시간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가져보자고 생각했다. 겨울방학에도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을 체크하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학습도 하고 각자 하고 싶은 분야에 몰입하는 시간들을 가졌는데 오히려 부족했던 몰입의 시간을 조금 더 가져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의 여유가 생겨 내 생활의 뒤를 돌아보았다. 유난히 긴 이번 방학이지만 이전과 별 다를 것도 없다. 방학엔 우리들만의 학습법이 있다. 학습법이라고 하면 무슨 특별과외를 받느냐며 궁금해하는데 학기 중에 하지 못했던 놀이들을 마음껏 해보는 거다. 처음엔 놀이처럼 시작했는데 여러 해를 지나오며 이젠 놀이가 자연스럽게 삶의 지혜가 되고 공부가 되는 것을 경험했다. 이렇게 형성된 가족애는 주위에서 부러움을 살 정도로 정이 넘치고 좋다. 가족의 웃음소리는 자녀의 행복지수를 올려주고 안정된 정서를 갖는 것이 눈에 보인다.    


아침에 별 보고 출근하고 별 보며 퇴근하는 남편도 요즘은 간간히 아이들 잠들기 전에 귀가한다. 가끔 나가던 남편의 주말 근무도 쉰다. 코로나 19가 대통령도 막을 수 없다는 워라밸의 삶을 가져다준 것일까? 꼭 그렇지 만은 않다. 남편은 1~2시간 퇴근이 당겨지긴 했지만 집에 도착하면 9시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일찍 퇴근하니 함께 책도 읽고, 아이들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갖는다. 주말에는 24시간을 함께 지내다 보니 식사 준비하기, 집 안팎 정리하는 일을 같이 하게 되었다. 운동부족이다 싶을 땐 가까운 학교 운동장(우리 밖에 없다)에서 부메랑을 던지며 놀기도 한다. 그동안 맞벌이에, 바쁜 삶에 지쳐 각자 조금씩 소원한 틈이 보였는데 이렇게 함께 하니 감사가 저절로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역설로 가정폭력이 늘어났다고 한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이혼하는 가정이 급증하고 있다 하니 하루 종일 집 콕 생활에 오죽할까 이해가 가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모두가 힘든 지금 가족이 최고의 위로자다. 가족과 소소하게 웃을 일들을 하나씩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자녀의 작은 실천들을 칭찬하고 함께 웃을 일을 만들었다면 오늘 행복나무 한 그루 심은 거다.  매일 한그루의 행복나무는 1년이면 365그루가 되고, 1주일에 한 그루만 심어도 1년에 52그루의 행복나무가 심어지고 자란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행복나무 숲을 이루어 자기만의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 나는 믿는다. 집 콕 생활로 무기력하고 힘이 들지만 나는 오늘도 행복나무 한 그루 심는다. 행복나무 한그루 심자고 다짐하니 뿌연 거울이 투명한 얼굴을 드러낸 듯 마음이 시원해진다. 자녀들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집 콕 생활들을 이곳에 남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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