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반복되는 직장 생활

연간 노동 3000시간

" 띠리 리리~ "


새벽 일찍 알람이 울린다. 남편 K가 맞춰놓았다. 소리는 들리지만 몸은 꼼짝 할 수 없다.

잠시 후, 알람이 또 울린다.


뒤척거리며 움직여보지만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30분을 어기적거리며 침상에서 몸을 일으킨다. 아직 시계는 5시 30분을 가리키지만 출근을 위해 일어나야 한다.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급하게 구겨 넣고 회사로 출발한다.


아침 7시 30분, 회의가 시작된다. 시간에 맞춰 가려면 서둘러야 한다. 그렇게 시작된 바쁜 하루는 밤 9시가 되어야 끝난다. 퇴근한 K가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10시다. 11시를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1년 12달K의 하루는 변함이 없다. 그렇게 무한 반복된 삶은 매일 아침 눈을 뜸과 동시 자동화된 공장 시스템 같다. K는 컨베이어 벨트 출발 지점에 놓인 로봇이다. 누군가 빨간 버튼을 누름과 동시 로봇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움직인다. 멈춤 버튼을 누르기 전 로봇은 정해진 노선을 벗어날 수 없다.

우리나라의 2018년 법정 근로시간은 주당 52시간이다. 성인 근로자의 경우 1일 8시간인데 김준호는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도 하루 12시간 이상을 직장에서 일한다.


K의 근로시간은 주당 65시간 이상이다. 법정 근로시간과 비교해 보아도 13시간 초과근무다. 토요일 회사에 일이 생겼을 때나 당직까지 합하면 훨씬 많은 시간이 초과다.


“13시간 초과 근무요? 초과 근무수당 받으니 얼마나 좋아요?” 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제 급여를 받는 사람에게는 1.5배의 초과 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하니 좋아할지 몰라도 많은 직장인들이 연봉제 적용이므로 초과근무와 급여는 연관성이 없다. 오히려 시간제 근로인 경우 이를 역이용할 수 있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2016년 OECD 주요국 연간 노동시간을 살펴보면 평균이 1,763시간이고 한국은 2,069시간으로 꼴찌에서 3번째다. 1위인 독일은 1,363시간이고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1,713시간을 일한다.

20201101_111917.png 2016년 OECD 연평균 근로시간(출처: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K의 연간 노동시간은 3,000시간이다.


남편 K의 늦은 퇴근에 아내 최은주는 불평을 했다.

“퇴근이 너무 늦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말은 했지만 인터넷에서 연간 노동시간 데이터를 확인하고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남편은 어떻게 이런 노동시간을 견디며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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