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니 빠진 여섯 살

영구와 맹구가 사라졌다

by 나작

요즘 윗니 두 개가 빠져, 웃으면 뻥 뚫린 이 사이로 장난기가 뿜어져 나오는 우리 집 여섯 살 딸을 보면 필시 영구와 맹구는 6~7세 윗니 빠진 어린이를 참고로 했음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랫니 빠졌을 때와는 사뭇 다른, 윗니 빠진 어린이의 똘짓과 꼴값은 혼자보기 아까울 지경이다. 눈이 마주치면 온갖 괴상한 표정과 몸짓으로 귀여운 얼굴을 최대한 망가뜨린다. 말을 걸면, 반사적으로 돌아오는 말이 '싫은데~' '안 할 건데~' '메롱~' 이런 식이다. '잘 모르겠는디요', '띠리리리리리~', '하늘에서 눈이 내려와요~' 딱 그 느낌이다. (음성 지원되셨나요, 그렇다면 당신은...ㅋㅋ)


두 번째 윗니가 빠진 직후부터, 아이의 캐릭터가 묘하게 변했다. 그 윗니는 아이의 내면에 세워진 엉뚱섬의 터보 스위치였나 보다. 친한 동네 어른들을 만날 때에도 장난을 거느라 정신이 없는데, 수치심은 나의 몫이다. 다행인 것은 다른 또래 친구들도 상태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사실. 그러면서도 낯은 가려서,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소라게마냥 내 치마폭 속으로 쏙 숨어버리곤 한다.

영구와 맹구 생각을 하다 보니, 옛날엔 동네마다 한 명씩 있던 '동네바보'를 이젠 볼 수가 없다. 드라마에도 조금 모자란 친구가 꼭 한 명씩 있었다. 요즘엔 그런 친구들을 향해 좀 더 조심스럽고, 존중과 배려가 담긴 표현을 쓰지만, 정작 전처럼 어울릴 수가 없다.

딱히 예전이 더 좋았다고 감상에 빠지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 시절의 폭력성을 생각하면 말이다. 그저 이런저런 친구들이 다양하게 어울려 지내던 분위기가 사라진 것은 아쉽다. 예닐곱 살 아이들이 골목골목 시끄럽게 우르르 몰려다니며 스스로 친구를 만들어 놀던 때와 부모가 플레이데이트를 해줘야 하는 때의 아이들은 분명 다른 의식 구조를 가지고 있겠지. 그때나 지금이나 그 나이대 아이들이 하는 짓은 똑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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